모 학습지 광고에서 유명 개그우먼이 부른 광고 노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명 ‘잔소리 송’으로 불린 이 노래의 가사는 공부에 대한 생각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가사의 한 대목이다. “앞집 애는 맨날 1등, 뒷집 앤 알아서 척척척. 너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엄마 속을 긁는 거니. 뭐가 되려고 그러니?”
그러게 말이다. 뭐가 되려고 우리는 공부하는 것일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학교에 가고 중고생이 되고 수능을 치른다. 그러니까 시키니까, 하라고 하니까 공부한다. 안타깝게도 아무런 목표 없이 공부하는 아이가 주위에 너무 많다. 목표 없이 가는 길은 너무 힘들다. 빨리 지친다.
왜 공부하는가? 거창한 목표가 아닐지라도 실천 가능한 단기간의 사소한 목표라도 설정해 성취하다 보면 장기적인 목표 설정도 가능하다. 사소한 성취를 반복하다 보면 마침내 아이들은 공부 목표를 스스로 정한다. 부모는 그 과정을 성실히 도와야 한다. 강압으로 아이를 이끌 수 있는 건 딱 중학생까지다. 우리도 ‘무조건 살을 빼겠다’ ‘금연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목표에는 자주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가.
그러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두면 비교적 실천하기가 쉽다. ‘이번 주에는 저녁밥 대신 고구마를 먹어 1kg을 감량한다’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1시간씩 달린다’ 같은 실현 가능한 사소한 목표가 좋다.
이제 2학기다.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곧 중간고사다. 2학기는 1학기와 다르다. 새 학년에 올라와 적응하기 위해 몇 달이 필요했다면 지난 1학기의 경험으로 구체적인 목표치 설정과 실현이 더욱 용이해지는 때가 2학기다.
지난 1학기에 시도한 학습 방법을 가볍게 돌아보자. 학습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어른이나 아이나 서로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가급적이면 스트레스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거나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난 뒤 마음이 열려 있는 때를 틈타 1학기 공부 방법을 점검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아이와 의논하자. 암기 과목이 약했다면 2학기에는 그 과목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는 식이다.
그런데 학습 방법을 체크할 때는 말로만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다. 과목별로 지난 1학기에 했던 학습 방법을 나열해 적은 다음 살펴보면 의미 없던 방법들이 눈에 들어온다. 귀로 듣고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한결 비교가 용이해져 더 나은 학습 방법을 찾아내기가 좋다.
필자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빈 노트를 한 권씩 주어 그날의 계획 실천용으로 쓰게 했다. 퇴근 후 아이들이 적어놓은 노트를 보면 오늘은 무엇을 했고, 하지 못했는지 파악하기 쉽다. 물론 학습 목표량을 스스로 적어놓고도 실천하지 못한 날이 태반이었지만 결코 잔소리를 보태지 않았다. 목표치가 기록으로 남으니 스스로 밀린 양을 한꺼번에 해결하면서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기록은 다음의 목표치 설정에 현실적인 도움이 됐고 할 일을 했다는 자긍심도 주었다. 주도적으로 목표를 달성해내면 아이가 원하는 작은 보상도 해주었다.
중학교 공부는 사실 고등학교에 비하면 매우 적은 분량이다. 고등학생이 된 뒤 해야 할 공부량에 놀라 한숨부터 쉬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중학생 때 구체적인 학습 목표치를 설정하는 습관이 들면 고등학생 때도 많은 학습량을 알아서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자기 주도 학습이 되는 셈이다.
요즘은 과목별 학습이 아닌, 학습 방법용 코칭 캠프에 가는 초·중등 학생이 많은데 그만큼 실천 의지를 높이는 방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목표대로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학습 목표치를 기록으로 남겨 스스로 설정하고 실천하는 연습을 중학생 때 반복해보자.
글쓴이 유정임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으로 현재 부산·경남 뉴스1 대표로 근무 중.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진학시킨 워킹맘으로 <상위 1프로 워킹맘>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