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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1 불화의 시작
서울 가정법원 김요완 조사관이 발표한 재판상 이혼 절차 중인 부부의 심리적 특성에 따르면 우선 이혼을 진행 중인 부부들 중에서는 신중치 못한 결혼이 그 시작인 경우가 많았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해 느닷없이 결정한 결혼은 불화의 씨앗이 됐다. 이 밖에 배우자의 잦은 이직과 경제적 책임감 부족, 가정 살림에 대한 무지, 지출에 인색한 태도, 부모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주된 갈등 원인이 됐다. 상대방의 외도나 권태기, 성적 불만족 등도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갈등을 더 크게 키우는 데는 '왜곡된 의사소통'이 있었다. 서로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주고받는 말에 짜증이 배어 있으며, 약속을 번번이 어기는 상황도 이어진다. 폭언과 무시는 상대방의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리는데, 이는 폭력보다 더 심한 고통으로 다가오게 된다. -
STEP2 이혼의 갈림길, 관계 개선 시도
갈등의 원인을 파악해 해결하지 않으면, 이제는 갈등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대화하려는 노력이 사라질뿐더러 싸움도 피한다. 이혼의 갈림길에 선 시기다. 이 시기에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관계를 회복하기도 하고 함께 있어 힘든 경우 별거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한집에서 서로 남남처럼 살기도 하는데, 이 경우 각방을 쓰고, 서로 말을 전혀 섞지 않으며, 성관계뿐 아니라 가벼운 스킨십도 없다. 이 시기 다른 이성과 교제도 시작된다. 당연히 남편과 아내로서의 역할도 중단되고 서로의 집안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이들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는 미성년 자녀 혹은 미혼의 자녀 때문이다. '명목상 부부'로라도 자녀들에게 불합리한 상황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부부들은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결혼할 때까지" 등 유예기간을 두고 서로 이혼 시기를 조율하기도 한다.
STEP3 이혼 결정, 준비 시작
더 이상 같이 살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인 이혼 준비에 나선다. 부부간의 이혼 합의가 이뤄진다. 협의이혼은 합리적인 이혼 사유까지는 필요치 않다. 다만 위자료, 재산 분할, 미성년 자녀 양육 문제 등에 대해 모두 합의가 돼야 한다. 둘 중 한 사람이 이혼을 원치 않는 경우 협의이혼이 불가능하다. 이혼을 원하는 쪽이 상대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때 명확한 이혼 사유가 필요하다.
재판상 이혼 사유 6가지는 다음과 같다.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할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신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을 때, 그 밖에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다. 이 시기에 각자 독립할 준비도 함께 이뤄진다. 재산 분할을 통해 나눌 금액으로 거주지를 마련하고, 전업주부는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구직 활동을 한다.
STEP4 협의이혼 vs 이혼소송 진행하기
위자료, 재산 분할, 미성년 자녀 양육 문제 등에서 합의를 본 협의이혼의 단계는 단순한데, 이때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몇 가지 절차가 복잡하다. 미성년 자녀가 없는 경우 부부가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함께 출석해 협의이혼 의사 확인 신청서를 내야 한다. 이때 변호사나 대리인을 통해 신청할 수 없으며, 반드시 부부가 함께 가정법원에 출석해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이후 이혼에 관한 안내와 상담위원의 의무 면담이 이뤄진다. 이후 숙려기간이 1개월간 진행되고, 10회에 걸친 전문 상담인의 장기 상담도 이뤄진다. 단, 폭력으로 인해 당사자 일방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예상되는 등 이혼을 해야 하는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 숙려 기간을 단축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협의이혼 의사 확인 기일이 되면 부부가 함께 법원에 출석해 이혼의사확인서를 받는다. 이게 끝이 아니다. 둘 중 한 사람이 3개월 이내에 확인서와 이혼신고서, 신고인의 주민등록증과 도장을 가지고 시·구·읍·면사무소에 신고해야 비로소 이혼이 성립된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절차가 좀 더 복잡해진다. 앞서 언급한 과정에서 자녀 양육 안내 프로그램 이수와 후견 프로그램이 더 추가되는데, 부부 모두 참석한 상태로 신청서 접수 후 3개월 이내에 받아야 한다. 이혼 숙려 기간 역시 3개월로 세 배나 길어진다. 숙려 기간 이후 자녀의 양육·친권자에 대한 합의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준비가 안 됐다면 합의서는 의사 확인 기일 1개월 이전까지, 심판정본은 협의이혼 의사 확인 기일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배우자에게 재판상 이혼 사유 6가지 중 하나가 있거나 양육권·친권, 위자료, 재산 분할 등이 합의되지 않았다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재판 이혼을 결심한 다음부터는 양측 모두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다른 소송과 마찬가지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혼소송은 최소 6개월~1년 정도 소요되는데, 가수 나훈아는 5년이 걸렸고, 최태원·노소영 부부는 아직 진행 중이며, 홍상수 감독은 이혼소송이 기각된 이후 항소는 하지 않고 "사회적 여건이 갖추어지면 다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STEP5 이것만은 꼭 알아둬야 한다!
서울가정법원이 명시한 법률 기준을 알고 있어야 똑똑한 이혼을 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입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 친권·양육권
자녀의 연령, 부모의 양육 의지, 재산 상황, 양육 환경,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양육자를 지정하거나 양육 사항을 분담할 수 있다. 법원은 이 모든 것을 '자녀의 복리'를 우선으로 판단하며, 자녀의 의사, 양육의 적합성, 제3자에게 양육 위임 가능성, 부모의 기회 균등, 배우자의 유책 여부, 건강 상태, 기존의 유대 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심판한다. 단, 자녀가 13세 이상일 경우 필수적으로 자녀 의견을 듣는다.
□ 양육비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혹은 양육 기간이 끝날 때까지 자녀의 의식주 비용, 부모의 경제적 사정, 구체적인 교육비 내역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책정한다.
□ 면접교섭권
합의를 통해 일정을 조율하는데, 만일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교섭할 수 없거나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경우, 가정법원에 자녀와 면접교섭할 권리를 인정받는 소송을 할 수 있다. 양가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권이 인정된다.
□ 재산 분할
이혼신고서를 접수한 날부터 2년 이내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사실혼 해소나 혼인 취소일 경우에도 해당된다. 위자료와 달리 유책배우자라 할지라도 청구 가능하다. 분할 대상 재산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 함께 이뤄낸 재산이다. 만일 부부 각자 소유했던 재산일지라도, 상대 배우자가 그 재산 유지나 증식에 도움을 주었다면 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명의는 한쪽에게만 있으나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 재산이라 판단될 경우나 명의가 제3자로 돼 있지만 사실상 부부의 한쪽이나 공동의 재산으로 판단될 경우도 대상이 된다. 분할 비율은 개별 재산 기여도와 여러 사정을 고려한다.
□ 위자료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에 대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그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위자료 청구는 이혼과는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제3자가 원인이 되어 이혼한 경우, 그 대상에게도 청구할 수 있다. 혼인 생활이 파탄에 이르기까지 과정, 유책배우자의 행위에 대한 비난 정도, 당사자의 경제적 상황, 혼인 생활 파탄 이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게 된다.
STEP6 이혼 사실 알리기
지인의 친구가 친구 모임에 "결혼할 사람이 있다"며 예비 신랑을 데려왔다고 한다. 당연히 축복을 빌어줘야 하는 자리였으나, 다들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그 친구가 이혼 사실을 알리지도 않은 채 재혼을 진행해서다. 이혼 후 싱글이 된 지인은 새로운 인연을 만났으나 이혼 사실을 알려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결혼 직전에서야 이혼과 재혼을 동시에 알린 것이다. 이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이혼 사실을 알리기는 여전히 힘든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녀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는 일이다. 자녀에게 부모의 이혼에 대해 올바르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에 따라 자녀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혼 이유와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이혼 사실을 숨기는 것은 자녀들에게 더 큰 좌절감과 분노를 갖게 할 수 있다. 이때 이혼을 하더라도 부모 모두에게 자녀는 중요하며 부모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말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자녀에게 상대방에 대해 비난하는 일은 가급적 없어야 하며, 이혼하는 데 자녀의 잘못은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송송 커플은 왜 이혼 조정 신청을 했을까?
이혼 조정 신청은 엄밀히 말해 소송을 제기하기 전의 절차이므로 재판상 이혼에 해당한다. 조정 이혼은 소송과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타협점을 찾는 절차다. 조정 이혼의 경우 부부가 나란히 법원에 갈 필요가 없고 재판상 이혼에 앞선 제도이므로, 본인의 출석 없이 대리인(변호사)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또한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고, 조정이 이뤄지는 장소 역시 법원이 아닌 외부에서도 가능하므로 최대한 비밀 유지가 된다. 협의이혼과 달리 의무적인 이혼 숙려 기간도 없고, 상담위원의 의무 면담도 없어 빠른 이혼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