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법조계)이 시끄럽다. 매일 신문을 꼼꼼히 보지 않으면 흐름을 알기 힘들 만큼 의혹이 많다. 하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검찰은 각종 의혹에 대해 조국 장관 부인(정경심 동양대 교수)을 통해, 조국 장관까지 올라가겠다는 계획이다. 각종 의혹의 중심에 부인 정경심 교수가 있다. 정 교수 수사를 통해 '조국 장관이 얼마나 알았느냐'에 따라 조 장관에 대한 처벌 정도가 결정될 확률이 높다. 수사팀 검사 전원은 추석 연휴도 반납했다. 검찰은 지금 '도덕'보다 더 높은 '법'의 기준으로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자녀 금수저 특혜 논란 '요지경'
조국 장관도 고개를 숙이고 사과해야 했던 '자녀 금수저 특혜' 논란. 그는 후보자 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제 아이가 당시 합법적으로 누렸던 기회가 없었다. 386세대 일원으로서 정치적 민주화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불평등 문제, 사회적 민주화 문제에 소홀했던 것 아닌가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검찰은 자녀(딸) 관련 의혹에 대해 이미 부인을 기소하는 등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소환 없이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는 자신감도 보여줬다. 그만큼 '정황이 확실하다'는 게 검찰 내 평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지난 9월 6일 밤 10시 50분경. 조국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한창이던 때 사문서 위조 혐의(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 표창장 위조)로 부인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6일 자정까지인 공소시효를 넘기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위조 의혹이 제기된 것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 2012년 9월 7일에 발급됐는데, 사문서 위조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기 때문에 처벌을 위한 결정이었다. 이미 동양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했고, 최성해 동양대 총장으로부터 "표창장 발급을 위임한 적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최 총장은 "<중앙일보>에 기사가 나가는 날 아침에 정경심 교수가 먼저 전화해서 총장 표창장 위임 이야기를 했고, 갑자기 전화를 바꾸더라. 조국 후보자였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위임한 것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최 총장의 발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조국 장관 부부는 증거 인멸 교사 혐의에 대한 처벌도 받을 수 있다.
조국 장관 아내의 구속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 교수는 "어떤 경로로 총장 직인 파일이 저장됐는지 진위나 경위를 알지 못한다"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직원들로부터 여러 파일을 받았는데 그 파일 중 일부가 PC에 저장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해명했지만, 동양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PC를 들고 나가는 장면이 CCTV에 찍히고, 하드디스크 교체를 시도한 정황 등이 이미 검찰에 포착되면서 '증거 인멸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 밖에 딸의 2009년 논문 제1저자 등재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국 장관 딸은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을 한 뒤 2009년 국제학술지에 실릴 만한 병리학 영어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돼 연구 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됐는데, 대한병리학회는 지난 5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조 장관의 딸이 고교생 신분으로 이름을 올렸던 논문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영어 오타가 있는 점 ▼단 2주간의 인턴십에 불과했던 점 ▼딸 조 씨가 주 소속기관(한영외고)을 표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명백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딸 조 씨를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장영표 단국대 교수의 아들 장 아무개 씨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턴 품앗이' 의혹까지 불거졌다. 장 씨는 최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서울대에서 인턴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허위 인턴'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들 사이에 '거래'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두 번이나 낙제하고도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국 일가의 수상한 펀드 '폭발력 갑'
검찰이 '몸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모펀드 이슈는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장 폭발력이 클 수 있다는 게 검사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사모펀드는 소수(49명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상의 제약 없이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를 의미하는데, 조국 장관이 10억원 넘게 투자한 펀드는 조국 장관 가족과 처남 가족만 투자한 '조국 가족 펀드'였다.
조국 일가가 투자한 펀드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이하 '코링크PE'). 법조계에서는 다들 입을 모아 "구린 냄새가 난다"고 얘기한다. 딸 관련 논란은 '과도한 모성애·부성애'가 만들어낸 범죄라면, 사모펀드는 '돈'이 연관됐기 때문에 미공개 정보 활용과 부정한 청탁이 드러날 경우 등장인물에 따라 게이트로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도 빠르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 관계자를 연일 소환하며 집중 조사를 벌였고,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와 웰스씨앤티 최 아무개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두 명 모두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검찰에 유리한 '영장 기각 설명'을 내어줬다. "범죄가 대부분 소명된 점, 피의자들이 사실 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점, 관여 정도와 역할을 볼 때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충분히 자료를 확보했다"며 되레 검찰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인정해준 셈이다.
그리고 검찰은 곧바로 '몸통'에 해당하는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 아무개 씨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로 도피해 연락이 닿지 않았던 조 씨는 지난 9월 14일 귀국과 함께 긴급 체포됐고, 검찰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9월 16일 밤, '주범' 5촌 조카 조 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관련자 진술 내역 등 현재까지 전체적인 수사 경과 등에 비추어 도망 내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5촌 조카는 웰스씨앤티 최 아무개 대표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하며 "자금 출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조국 후보자 낙마는 당연하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검찰은 그 배경으로 아내 정경심 교수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 코링크PE에는 정 교수가 깊숙이 연결돼 있다. 조국 가족 사모펀드 코링크PE는 블루코어 밸류업1호를 통해 2017년 11월 더블유 에프엠(WFM)을 인수한다.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투자를 주도했다는 게 검찰의 추론이다. 실제 정 교수는 코링크PE가 WFM을 인수한 후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00만원가량을 받았다. 정 교수는 "영어 교육 사업 관련 고문료를 받았다, 겸직 신고도 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 수사팀은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며 처벌을 자신하고 있다.
그 외 산적한 의혹
그 외에도 조 장관을 겨눈 의혹은 산적해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의 일가를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는 웅동학원이 존재한다. 조 장관 동생의 전처 조 아무개 씨도 이미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조 장관 동생의 전처 조 씨의 주거지를 지난 9월 10일 압수수색했는데, 그는 건설 업체를 운영하던 전남편으로부터 넘겨받은 채권을 근거로 조 장관의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던 웅동학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이혼하고 채권양도계약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경심 교수와의 수상한 거래 정황도 있다. 조 장관 부부는 주택 3채를 실소유하고 있었는데,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동생 전처 조 씨의 명의로 2채를 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이혼한 동생 전처와 부동산 거래를 한 것이다. 검찰은 조 장관 측이 매입대금을 대신 내주고 명의신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압수수색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vs 청와대 '심상치 않은 기운'
의혹이 산적한 조국 장관을 임명하며 "의혹만으로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성이 강한 인사는 청문회 등에서 반발이 거센데 원칙대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한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가 '조국 장관의 혐의'를 놓고 강하게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사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윤석열 총장은 '죄는 처벌한다'는 아주 전형적인, 검찰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다수의 특수 수사로 정치 논리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이를 고려하면 되레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조국 장관 일가의 죄만 보고 갈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민주당)에서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된 검찰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 일선 검사는 "죄를 보고 수사하는데, 장관 임명을 강행해서 한 번 놀랐고, 되레 정치 검사라고 욕을 하는 정치권을 보고 두 번 놀랐다"며 "검사들 인사권자(조국)가 수사를 받는 사람(정경심 교수)의 가족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 수사팀 검사를 인사 때 가만두겠냐"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