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슥아"라는 유행어를 만들고, 골룸 분장을 하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태보 다이어트, 앨범 발매를 하며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주가를 올리던 조혜련. 그녀는 일본 진출을 선언하며 여자 코미디언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던 중 2012년 이혼을 선택했다. 결혼 13년 만의 이혼이었다. 휴식기를 가진 그녀는 2014년 연하의 사업가와 재혼했다. 이 후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친 그녀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최근 그녀는 우연히 관람한 연극 <사랑해 엄마>에 매료돼 남편과 의기투합해 각각 연기자와 제작자로 함께 했다. 극 중 조혜련은 1980년대에 남편 없이 홀로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억척스럽게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애환을 진정성 있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또 TV조선 <부라더 시스터>(2019)에 출연해 '가족애'를 보여주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극 <사랑해 엄마>가 2개월간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2년 전 뮤지컬 <넌센스2>와 <메노포즈>를 하면서 공연계에 발을 들였어요. <사랑해 엄마>로 연극에 도전했는데 굉장한 경험이었어요. 처음부터 연극을 할 생각은 아니었고 지인을 응원하러 갔다가 내용에 매료됐는데, 연출가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연극을 접는다고 하기에 제작을 맡았죠. 직접 손진영, 김경란, 박슬기, 류필립을 섭외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는데 3달 만에 앙코르 공연을 하기로 결정됐어요. 엄마와 아들이 보여주는 가족애가 6~7살 아이부터 10대 청소년, 90세 할머님까지 넓은 연령층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아요.
엄마와 아들 이야기라는 점에 공감했을 것 같아요.
아들 우주보다는 엄마 최복순과 동생 조지환을 떠올리면서 감정이입을 했어요. 저희 엄마는 아들을 낳으려고 17년 동안 8명의 자식을 낳으신 분이에요. 7명의 딸을 얻은 후에 아들을 낳았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래서 아들밖에 모르시는데, 저는 서운한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엄마의 진심을 이해하게 됐고 우주를 이해하게 됐죠. <엄마가 뭐길래>에 출연할 때 우주가 사춘기라 예민해서 저를 서운하게 했었거든요. 극에서 사춘기인 아들이 싸움질하고 다니면 엄마가 생선을 팔아서 물어주고 선생님께 비는 장면이 있어요. 우리 우주도 비슷했어요. 맨날 게임을 하고, 학교를 때려치우고, 한 살 많은 여자친구를 사귀는 등 제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실 제 삶이 평탄하지 않았잖아요. 연예 활동을 하면서 논란도 있었고 이혼도 했는데, 아이들은 유명인 엄마를 둔 것 때문에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저는 그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저만의 방식을 강요했던 것 같아요.
조혜련은 지난 7월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이혼과 재혼에 대해 가감 없이 고백했다. 그녀는 해당 방송을 남편과 엄마, 남동생 가족과 함께 한 방에서 보며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밝혔다.
당시 이혼은 충격적인 소식이었어요.
1998년에 결혼해 2011년에 이혼했어요. 세상을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있는데 그런 것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서로 성격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참으면서 많은 시간을 버텨왔어요. 되돌아보면 제 주장이 강했던 것 같아요. 조혜련이라는 존재가 세니까 상대적으로 남편이 약해 보였던 것 같고요. 그런 면이 결혼 생활에 악영향을 끼쳤는데 그것을 간과하고 살아온 거죠.
이혼 후 휴식에 돌입했었죠.
저는 웃음을 주는 사람이니까 대중에게 슬프거나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여동생이 있는 중국으로 떠났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어느 날엔 괴로워서 모든 것을 그만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죠. 10개월 정도 은둔 생활을 하면서 중국어를 배웠는데 그때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는 이제 활동할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니까 지치고 힘들더군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고요. 미래가 불투명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고 앞으로 내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기운을 냈어요. 어려서부터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내재된 에너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자녀들은 이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상처 입었을 거예요. 딸 윤아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를 잘해서 명문고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공부가 싫다면서 자퇴했어요. 알고 보니 그동안 외로워서 공부했다고 하더군요. 1등을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봐주니까요. 그 후 윤아는 1년 2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누워 있었어요. 어느 날은 "엄마 미워. 왜 이혼했어?"라고 말하기도 했죠. 제가 잘못했다면서 무릎을 꿇기도 했는데 저를 용서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모녀 사이가 더 돈독해졌어요.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텼나요?
강호동 씨가 제게 해준 말을 생각했어요. "인생은 성공과 실패가 있는 게 아니라 성공과 과정만 있다"는 말이에요. 이혼하면 인생이 실패한 건가요? 대학을 입학하지 못하면 실패인가요? 모든 것은 삶의 과정일 뿐인데 사람들은 어떤 것을 실패로 규정짓고 좌절해요.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진다고 성공한 게 아니에요. 그럼 무명의 누군가는 실패한 인생인가요? 성공은 조혜련이라는 사람이 나답게 끝까지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인생의 과정이라고 여기죠.
조혜련의 한마디
1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조혜련이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 떠올린 말.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 일상에서 일어난 한 가지 사건이 된다.
2 인생은 성공과 실패가 있는 게 아니라 성공과 과정만 있다
삶은 과정일 뿐이다. 스스로 나답게 살아낸 인생이 성공한 것이다. 어떤 일도 인생을 실패로 몰아넣을 수 없다.
3 인생은 음양의 조화다
우리 모두는 꽃길만 걸으려고 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바다에서 수영하고 해변에 누워서 보낸다고 행복할까? 인생은 해가 뜨는 날과 흐린 날의 반복이다.
딸 윤아가 커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면 엄마처럼 사랑하고 싶대요. 엄마에게 한 번의 아픔이 있었지만, 새로운 사람과 만나 서로 진심으로 대하며 지내는 모습을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윤아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서 좋았어요.
조혜련은 2014년 연하의 사업가와 재혼했다. 일반인 남편은 방송 등에 노출되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조혜련과 '절친'으로 알려진 박미선은 "재혼한 사람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은 조혜련"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성미는 "그녀의 남편은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조혜련 역시 상대방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며 꾸밈없는 소탈한 매력 때문에 재혼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뷰 현장에 동행한 그녀의 남편은 한눈에 봐도 '사람이 좋을 것 같다'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선 편안함이 느껴졌다.
아픔을 겪은 후라 용기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상처가 있었기에 신중했지만 멋진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당시 저는 외로웠어요. 지금의 남편은 저를 외롭게 하지 않을 것이고, 엄마로 인한 아픔이 있는 아이들을 다독여주고 보듬어줄 것이란 확신이 있었어요.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덕이 커요.
남편분의 인상이 좋아 보입니다.
남편의 가장 큰 장점은 약한 사람을 더 소중히 대한다는 거예요.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소중히 대할 줄 알죠. 저도 남편의 그런 면을 닮고 싶어 노력하고 있어요. 또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아요. 제게 나쁜 면이 있어도 변화를 강요하지 않고, 제가 바뀌었다고 해서 어떤 말도 하지 않아요.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죠.
좋은 모습은 주변 사람을 변화시키죠. 한 기사의 댓글 중에 "조혜련의 밝아진 얼굴에서 달라진 삶이 느껴진다"는 말이 있더군요.
남편을 만나면서 많이 변했어요. 과거엔 '조혜련'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저보다 남편을 먼저 생각하고 남편을 최고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해요. 남편은 제가 과거의 잘못된 모습을 고치고 변화하는 동안 묵묵히 기다려줬는데, 그 모습이 제게 영향을 미쳤어요. 예전의 저였다면 윤아가 학교를 자퇴하고 집에서 누워만 있는 것을 지켜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남편 때문에 변화돼 윤아를 묵묵히 기다릴 수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윤아가 마음의 문을 열었고 지금 우리는 절친처럼 사이좋게 지내요. 윤아는 국제 학교를 졸업하고, 음향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조지폭스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약 2,000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갔으니 엄마로서 뿌듯하죠.
우주는 어떤가요?
우주는 돌고 돌아서 엄마 품으로 돌아왔어요. 외국에서 학교를 다녀서 초등학교 졸업 상태였는데 한국에 와서 중등·고등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지금은 게임 기획 프로젝트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내년에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죠. 또 영어 실력도 대단해요. 게임을 자주 하면서 외국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했거든요. <엄마가 뭐길래>에서 보았던 윤아와 우주는 완전히 바뀌었어요. 이 모든 것이 제가 변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제가 변하니까 가족의 분위기도 변화하더군요.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저는 '난 왜 이렇게 살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본과 중국에 진출해 성공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웃겨야 한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저의 활동이 죽을 고비를 겪고 있는 사람을 다시 삶으로 돌아오도록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요즘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거나 혹은 내가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해요. 되돌아보면 조혜련의 인생을 살면서 조혜련이 아닌 타인을 기준으로 삼고 살았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개성을 이해하지 않고 타인의 기준에 맞추기를 강요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이젠 타인보다 나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아요. 남편이나 부모님, 형제자매, 자녀들 모두 각자 개성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죠.
윤아와 우주에게 재혼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나요?
제 상황과 속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했어요. "엄마가 혼자가 돼 너희랑 지내지만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던 중에 좋은 분을 만났는데 너희도 한번 만나볼래?"라고 물었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오랫동안 만났는데 아이들도 남편의 좋은 기운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제 우리 네 식구가 함께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윤아가 제게 "커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면 엄마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한 번의 아픔이 있었는데도 그렇게 말해준 것에 감동받았어요.
보통의 딸들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많이 하죠.
윤아의 말을 듣고 우리 딸이 저를 인정해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부부가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면서 지내는 모습을 좋게 봐준 것이겠죠.
좋은 부부 관계를 위해 실천하는 것이 있나요?
가슴속에 새기고 있는 말이 있어요. 96세이신 남편의 외할머님이 달력 뒷면에 적어주신 말이에요. 성경의 에베소서 5장에 "부인은 모든 일에서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 남편은 자신을 바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내를 사랑하라"라는 말이었어요. 외할머님이 종이를 건네면서 "이 말씀대로 행동해. 그럼 넌 사랑받을 거야"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때부터 바뀌었죠. 생각해보니 남편의 말을 따르지 않고 '왜?'라는 마음을 품으면 싸움이 생기더군요. 남편을 나의 대통령이라 여기면서 사니까 사랑받더라고요.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남편이 "일찍 들어와" 하면 "알았어. 최대한 빨리 갈게"라고 답하는 거죠. 만약에 "왜? 나 언제 갈지 몰라"라는 식으로 답하면 싸움이 일어나는 거예요.
서로를 존중하는 언어 습관이 필요하군요.
혀끝에는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는 독이 있어요. 아무리 화가 나도 말하기 전에 생각해야 돼요. '내가 이 말을 해도 될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을 뱉어야 하죠. 혀끝으로 쏘는 불은 누구도 끌 수 없어요. 요즘 사람들은 각박하고 힘들어서 아프기 때문에 힐링받길 원하지, 누군가에게 공격받길 원하지 않거든요.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말을 건네야 좋은 말이 되돌아옵니다.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바꾸려 하지 말라는 거예요. 남자는 우뚝 서길 원하는 경향이 있어 여자가 관여하려고 하면 할수록 거부 반응이 일어나요.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아내가 남편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준은 무엇이고요? 나의 생각이 기준이진 않았나요? 그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아집일 뿐이에요.
어떤 태도로 남편을 대해야 할까요?
불만이 생길수록 남편을 존중하세요. 로봇도 고장이 나는데 사람이 완벽할 수 있을까요? 테레사 수녀처럼 제3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남편을 돌보세요. 이건 전략이에요. 나랑 평생 동안 함께하기로 결심한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심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어요.
조혜련은 스스로의 삶을 "평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탄하기만 한 삶이 어디 있을까. 넘어져 물집이 생기고 새살이 돋길 반복하면서 굳은살이 배기고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조혜련에게서 그런 단단함이 느껴졌다.
조혜련이 말하는 부부 관계 팁
1 남편을 존중하라
남편의 말을 따르지 않고 '왜?'라는 마음을 품으면 싸움이 생긴다. 남편을 나의 대통령이라 여기며 살면 사랑받을 수 있다.
2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라
남편도 남편만의 개성이 있다. 남편이 나의 기준에 맞추기를 바라지 마라.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3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라
혀끝에는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는 독이 있다. 혀끝으로 쏘는 불은 부부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