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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 실효성 논란

지난 2013년 서울시 대중교통에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된 이후 6년 동안 그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비워둬야 한다’는 의견과 ‘비켜주면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On September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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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6호선에 설치된 ‘임산부 배려석’.

서울 지하철 6호선에 설치된 ‘임산부 배려석’.


임신·출산·육아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임산부 배려석에 관한 글이 올라온다. 대부분 임산부 배려석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항상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임신 10주 차의 한 임산부는 “임신 초기에는 유산 위험이 있어 위험한 시기다. 배가 나오지 않아도 핑크색 배지를 가방에 달고 있다면 임산부 배려석을 양보해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만삭인 한 임산부는 “임산부 배려석에 일반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앞에 서 있으면 꼭 비켜달라고 하는 것 같아 앞에 서 있기도 눈치 보인다”며 “임산부 배려석이 오히려 임산부가 앉기 힘든 자리가 됐다”고 토로했다.

또 “너무 어지러워 양보를 부탁했는데, 임신한 게 대수냐며 화를 내더라. 그 이후로는 힘들어도 참고 서서 간다” “일반석에 앉아 있던 학생이 양보해줬는데 눈물이 났다”는 글도 눈에 띈다.
 

서울은 비워두고, 부산은 양보하면 돼

서울시 대중교통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비워두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지하철에서도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양보 문구 스티커가 부착돼 있지만 임산부가 아닌 승객이 앉아 가는 경우가 많다. 임산부 배려석은 말 그대로 배려석이지 전용 좌석이 아니므로 비워둘 필요가 없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하루 두 번씩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시민 C씨는 “좌석이 비어 있으면 앉아 있다가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시민 D씨는 “내가 비워둬도 꼭 다른 사람이 앉더라. 시민의식이 바뀌기 전까지는 임산부 배려석은 무용지물이다”라고 꼬집었다. 남녀 갈등, 임산부와 일반 승객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6월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이용하는 시민 6,179명(일반 4,977명, 임산부 1,202명)을 대상으로 ‘임산부 배려석 인지도, 행태, 개선 사항’ 등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인지도는 98.61%로 대부분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39.49%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본 경험이 있었으며, 여성이 더 많이 앉아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앉은 이유로는 ‘비어 있어서’ ‘강제가 아닌 배려석이라서’가 81.5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타 의견(18.50%)으로는 ‘비임산부도 앉아 있어서’ ‘차별이라 느껴져서’ ‘임산부 배려석을 몰라서’ 등의 순이다.

또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경우 80.37%가 목적지까지 ‘그냥 간다’ ‘스마트폰을 보며 간다’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19.63%가 ‘졸며(눈 감음) 간다’ ‘주변을 무시하고 간다’ ‘책을 보며 간다’ ‘노트북 등을 본다’ 순으로 나타나 임산부들은 더욱 배려받기 힘든 실정이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담당자는 “임산부 배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캠페인 실시, 동영상 송출 등의 홍보를 하고 있다”며 “좋은 취지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배려 의식 고취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자리를 비워두는 것보다는 비켜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산 지하철에 설치된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두기’가 아닌 ‘비켜주기’ 제도다. 부산 도시철도는 지난 2017년 부산 지하철에 처음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하고 올해 4월 전 노선에 ‘핑크라이트’ 시스템을 설치했다.

핑크라이트 시스템은 발신기(비콘)를 가진 임산부가 지하철을 타면 배려석의 수신기가 울리며 자리를 양보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부산시청 출산보육과 담당자는 “임산부가 배려석 근처로 가면 불빛이 깜빡이면서 ‘가까이 있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며 “핑크라이트 도입 이후 자리를 비워둘 필요가 없고, 승객도 앉아 있다가 양보하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앉아 있다가 자리를 양보한다”라고 설명했다. 부산에 거주 중인 만삭의 임산부 E씨는 “핑크라이트가 도입된 이후 양보를 더 많이 받지만 흔쾌히 양보해주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눈치 보인다”라고 말했다.

임산부 배려석은 교통 약자를 배려한다는 의미로 운영되고 있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사회적 분위기 및 문화 정착, 그리고 시민들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CREDIT INFO
취재·사진
문인영 기자(여성경제신문)
기사제공
여성경제신문
2019년 09월호
2019년 09월호
취재·사진
문인영 기자(여성경제신문)
기사제공
여성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