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의문들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을 향한 조주빈의 의미심장한 한마디가 사건의 발단이 됐다. 성(性) 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은 지난 3월 25일 검찰로 송치되던 중 "죄송하다"며 손석희 사장을 언급했다. 난데없이 등장한 이름에 언론과 대중의 날 선 시선은 손석희 사장을 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손석희 사장은 JTBC를 통해 신속하게 입장문을 발표했다. 해명에 따르면 조주빈은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고 소개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손석희에게 은밀히 접근해왔다. 손석희 사장과 '폭행 혐의'로 분쟁 중인 김웅 기자가 조주빈에게 직접 손석희 가족에게 위해를 가해달라는 사주를 했다는 것이다. 조주빈은 김웅 기자와 주고받은 조작된 텔레그램 대화까지 건네며 손석희 사장을 위협했다. 손석희 사장은 정교하게 조작된 대화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주빈은 '박사방'의 공범인 사회복무요원으로 부터 손석희 사장의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은 경찰 진술에서 "손 사장이 (2017년 4월 경기 과천의 교회 공터에서) 차량 접촉 사고를 내고 현장을 떴다는 사건을 접했다. 그때 손 사장에게 접근하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고 시인했다.
여기까지 두 사람의 진술은 상당 부분 일치했다. 입장이 갈리는 지점은 '삼성 배후설'이었다. 손석희 사장은 조주빈이 '김웅 뒤에 삼성이 있다'는 식으로 위협했기 때문에 섣불리 신고를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주빈의 입장은 달랐다. 손석희 사장이 먼저 삼성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조주빈은 "손 사장이 (당신과 김웅 뒤에) 삼성이 있냐고 먼저 물었고 '그렇다'고 장단을 맞춰준 것뿐"이라고 밝혔다.
손석희 사장은 '미투(Me-too) 운동'이 한창이었던 2018년, 삼성이 자신의 뒷조사를 한 적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손석희 사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 수사기관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조주빈은 손석희 사장에게 2,000만원을 요구했고 손석희 사장은 결국 돈을 건넸다. 손석희 사장은 "(김웅 기자와의 소송에서 쓸)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응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증거 확보와 배후를 캐기 위해 조주빈에게 돈을 입금했지만 연락이 두절돼 아무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조주빈은 손석희 사장에게 2,000만원을 받은 뒤에도 JTBC 사장실 등에서 몇 번 대면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진술이 판이하게 갈리는 부분이다. 두 사람이 실제로 직접 대면한 적이 있는지, 있다면 왜 만났는지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검찰은 조주빈이 손석희 사장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석희 사장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왜 <뉴스룸>을 떠났을까
손석희 사장은 지난 1월 2일, 6년 4개월여간 진행해온 JTBC 메인 뉴스 <뉴스룸> 앵커 자리에서 물러났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JTBC 안팎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가운데 조주빈과의 물밑 관계가 앵커직 사임의 불씨가 됐다는 음모론이 피어올랐다. 조주빈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아동·청소년 8명을 협박, 성 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영리 목적으로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배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손석희 사장의 하차와도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지점이 있었다.
여기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정도 JTBC·<중앙일보> 사장이 손석희 사장의 <뉴스룸> 하차에 일정 부분 개입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차량 접촉 사고 의혹 등 한동안 이어진 불명예스러운 사생활 문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측의 석연치 않은 결정에 JTBC 기자들은 반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손석희 사장의 <뉴스룸> 하차는 보도국 구성원을 배제한 채 결정한 사항이며 보도 자율성의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손석희 사장은 "앵커 하차 문제는 1년쯤 전에 사측과 얘기한 바 있다"며 "경영과 보도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은 회사나 나나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해했다"고 직접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측이 먼저 제안했지만 동의한 것은 본인의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손석희 사장은 보도국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랜 레거시 미디어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나는 이제 카메라 앞에서 물러설 때가 됐다"는 말을 남겼다. 손석희 사장은 <뉴스룸>이라는 브랜드를 견고히 했고 정론의 아이콘이자 신뢰의 언론인으로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보도의 방향과 논조를 정하는 상징적 인물이었던 만큼 그의 부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JTBC의 향방에도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수많은 눈이 그를 향해 쏠려 있다.
손석희에게 일어난 일들
-
김웅 기자 폭행 혐의
손석희 사장은 지난해 1월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식 주점에서 김웅 기자와 단둘이 식사를 하다 폭행을 가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3일, 검찰로부터 약식 재판에 넘겨졌다. 김웅 기자의 주장에 따르면 손석희 사장은 2017년 4월 16일, 과천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차량을 후진하다가 견인차와 접촉 사고를 냈다. 당시 조수석에는 여성이 동승 중이었는데, 손석희 사장이 기사화를 무마하기 위해 'JTBC 탐사기획국 기자직'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손석희 사장은 김웅 기자가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협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3월 31일 손석희 사장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약식 명령을 선고했다. -
명예훼손 외친 최순실
국정농단 혐의로 복역 중인 최순실 씨가 태블릿 PC 관련 보도는 허위라며 손석희 사장을 고소한 일이 있다. 최 씨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해 9월 24일, 최 씨가 손석희 사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촉발시킨 태블릿 PC 관련 보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최 씨 측은 "태블릿 PC를 사용하거나 이를 이용해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친 적이 없다. 태블릿 PC를 전혀 사용할 줄 모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총선 출마설
김웅 기자가 조주빈과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손석희 사장이 총선 출마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웅 기자는 손석희 사장이 주장하는 '삼성 배후설'을 반박하며 조주빈이 자신에게 접근해 손석희 사장에 대한 폭로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김웅 기자와 조주빈의 메신저 대화 내용에 따르면 손석희 사장이 총선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고 그로 인해 앵커 자리도 내놨다는 것. 손석희 사장은 JTBC 보도국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라시'는 지금도 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음해용"이라며 소문에 대해 일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