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주안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주안이는 이가 약한 편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나름대로 잘 닦아줬는데도 유치가 썩어 꽤 여러 개 충치 치료를 했고 최소 두 달에 한 번씩은 치과에 들러 정기검진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아내와 내가 뮤지컬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정기검진의 시기를 놓쳤고 자연스럽게 치료가 필요한 치아의 치료 시기도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도무지 치과에 갈 시간이 나지 않아 매일 아침과 밤에 주안이에게 이를 닦으라고 말하는데, 이때 나누는 대화가 흥미진진하다.
아빠 "주안아! 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 아빠, 엄마가 바빠서 치과에 못 가고 있는 거 알지? 그러니까 졸리고 귀찮아도 더 꼼꼼하고 깨끗하게 이를 닦아야 해. 알았지?"
주안 "알겠어. 내가 칫솔질을 먼저 하고 나면 아빠가 꼼꼼하게 마무리해줘. 치실도 하고, 물치실도 해줘. 어린이 가글도 할 거야!"
아빠 "우리 아들 잘하네. 처음부터 이렇게 잘했으면 이가 더 건강했을 텐데."
주안 "이렇게 하면 세균들이 다 죽어서 아팠던 이가 다시 건강해지겠지?"
아빠 "세균이 먹어서 썩은 이는 다시 좋아지지는 않아. 더 나빠지는 걸 막는 거야. 그래서 이는 건강할 때 잘 지켜야 하는 거야. 알겠지?"
주안 "응. 그럼 이렇게 열심히 양치질을 해도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
아빠 "응. 가야 해."
주안 "가는 거는 괜찮은데, 치료할 때 얼마나 아파? 얼마만큼 아픈지 내 팔을 대충 꼬집어봐. (꼬집은 후) 아빠, 너무 아파! 내가 잠들면 치과에 데려가. 잘 때 치료를 받으면 아프고 무서운 것을 못 느끼잖아."
1 뮤지컬 연습으로 늦는 엄마를 기다리다 잠들었다. 2 주안이는 치과 치료가 무섭다며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3 8번째 생일 케이크. 4 양손을 올려 펭귄을 따라하는 주안.
어른인 나도 치과는 무섭다. 치과 의자에 눕는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주먹을 꽉 쥐게 되는데 아이는 얼마나 더 무서울까…. 주안이가 자는 시간엔 의사 선생님도 주무시는 시간이라고 설명하면서 선생님에게 최대한 아프지 않게 치료해달라고 이야기하겠다며 주안이를 달랬다. 그동안 아빠, 엄마와 양치질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칭찬도 빼먹지 않았다.
얼마 후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주안이와 함께 치과에 가달라고 부탁드렸다. 부모님은 주안이가 무서워하며 치과에 가는 모습, 대기하며 잠시 잠들어 있는 모습, 치과 의자에 누워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 그리고 치료를 다 받고 씩씩하게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해주셨다.
결과적으로 간단한 충치 치료였지만 그 과정에서 아들의 마음을 달래고 공감하는 아빠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주안이를 낳고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초보 아빠인 나는 이렇게 작은 순간을 통해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아들과 함께한 수많은 추억으로 채워져 있겠지?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