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운전자가 주행 중 스마트폰을 보다 지하철 출입구 벽을 들이받는 추돌 사고를 내거나, 보행자가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길 가는 사람과 부딪히는 등의 사고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스마트폰만 보고 걷다가 맨홀에 빠지는 사건이, 중국에서는 연못에 빠져 익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처구니없는 일로 통했지만, 요즘엔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다. 눈을 떠서 눈을 감을 때까지 하루 중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것이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마트폰이 인간의 두개골 모양까지 바꾸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호주의 한 대학 연구팀이 18세부터 86세까지 1,000명의 두개골 뼈를 스캔한 결과,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세대가 그 이전 세대보다 두개골 아래쪽의 뼈가 더 길고 두툼하게 형성됐다는 것. 연구진은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볼 때 생기는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인체가 새롭게 뼈를 더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중독과 관련된 새로운 증후군도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노모포비아(Nomophobia : No mobile+phobia)'다. 스마트폰이 내 손안에 없으면, 혹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급기야 공포감까지 느끼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 부재로 느낀 공포
기자 역시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급작스럽게 제주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출발 시간에 맞춰 비행기와 호텔 객실을 예약했다. 필요할 때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면 되니 당연히 항공사도, 호텔도 어디인지 외우지 않았다. 문제는 여행 막바지에 발생했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어디에도 휴대폰이 없었다. 도무지 어느 항공사 비행기를 예약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찍기 신공'으로 항공사를 찾긴 했으나, 나중에 호텔 측의 도움으로 찾은 휴대폰이 제주도에서 내게 오기까지 일주일 동안 업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스마트폰은 제2의 두뇌라는 말을 실감한 경험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진짜 공포는 선배들과 떠난 베트남 하노이 여행에서 겪었다. 선배들과 로컬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하노이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휴대폰이 먹통이었다. 어떤 버튼을 눌러도 화면이 켜지지 않았고 충전기를 꽂아도 반응이 없었다. 순간 처음 겪어보는 공포를 느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휴대폰도 없다니.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이튿날 호텔을 옮겨야 하는데 구글 맵 없이 택시 기사를 믿고 가는 것부터 걱정됐다. 또 저녁에 만나기로 한 선배들에게 연락하지 못할 것이 걱정됐고, 돌아가는 날 비행기 출발 시간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음 날 일어나면 손목시계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불안해하며 했던 수만 가지 생각이 무색하게도 다음 날 스마트폰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켜져 있었다. 저전력 모드로 무리하게 배터리를 사용한 탓에 방전된 것이었다. 그때 느낀 그 안도감이란….
어린이 스마트폰 사용 가이드라인
다음 날 나의 이야기를 들은 선배들은 웃었지만 같은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는 게 나만은 아닐 것 같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의 56%가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하루를 넘기지 못하는 금단현상인 '노모포비아'를 겪고 있다. 기자는 13살부터 휴대폰을 사용해, 살아온 인생의 절반 이상을 휴대폰과 함께했다. 그런데 요즘엔 말하고 걷기 전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니, 10여 년 뒤에는 노모포비아를 겪는 이가 수십 배로 증가할 것이다.
실제로 만 3~9세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15년 10명 중 약 1.2명에서 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월 처음으로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4세 아이는 하루 1시간 이상 스마트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안 되고 1세 이하는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령을 불문하고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는 것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미국 코카콜라의 음료 브랜드 '비타민워터'는 스마트폰 중독과 관련된 이벤트로 화제를 모았다. 스마트폰 없이 1년 동안 생활하는 데 성공하면 10만 달러를 보상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방통위, '스몸비 방지 기능' 담은 앱 내놔
이런 이벤트는 그만큼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국내 각종 단체 및 기관에서는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 좀비)'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소년의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사이버안심존' 앱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5~7걸음 이동할 경우 화면이 자동으로 잠기는 '스몸비 방지 기능'을 탑재했다.
서울시는 스몸비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교통공단과 협력해 '바닥 신호등 실증사업'을 실시했다. 보행 신호와 연동되는 신호등을 바닥에 설치해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스몸비'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 또 청년층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역, 홍대 거리 및 연세대 앞, 잠실역, 서울시청 앞 등에 교통안전표지 50개, 보도 부착 표시판 250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강남구, 마포구 등에서는 보행량이 많은 스쿨존에 위치 감지 센서와 스피커를 통해 보행자에게 음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을 설치했다.
해외에서는 좀 더 적극적이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시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15~35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위반 횟수가 누적되면 벌금은 최대 75~99달러까지 치솟는다. 미국 워싱턴 D.C.와 중국 충칭 시는 스마트폰 사용 전용 보행도로를 설치했고, 벨기에 안트베르펜은 쇼핑몰 바닥에 흰 선을 그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갈 길을 유도한다. 또 일본에서는 통신사가 보행 중인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앱을 개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고독을 즐기는 시간을 갖거나, 식사 중에는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는다는 등의 나만의 규칙을 정하는 것. 또 잠자리에 들 때 침대에서 약 4~5m 떨어진 곳에 휴대폰을 두거나 가끔 비행기 모드를 이용해 휴대폰 없이 생활하는 것도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모포비아' 의심 증상
□ 메시지가 왔는지 반복해서 확인하고, 울리지도 않은 스마트폰 벨이나 진동을 느끼는 링사이어티(ringxiety)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 스마트폰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통한 의사소통을 선호한다.
□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해 경제적인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 자가 진단법(출처 :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
v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줄이려 할 때마다 실패한다.
v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
v 적절한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v 스마트폰이 옆에 있으면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v 스마트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v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v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v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가족과 심하게 다툰 적이 있다.
v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친구 혹은 동료, 사회적 관계에서 심한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v 스마트폰 때문에 업무(학업 혹은 직업 등)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
항목별 해당 점수
전혀 그렇지 않다 1점, 그렇지 않다 2점, 그렇다 3점, 매우 그렇다 4점
결과
청소년 고위험군 31점 이상, 잠재적 위험군 30〜23점, 일반 사용자군 22점 이하
성인 고위험군 29점 이상, 잠재적 위험군 28〜24점, 일반 사용자군 23점 이하
고령층 고위험군 28점 이상, 잠재적 위험군 27〜24점, 일반 사용자군 23점 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