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은 두 아들과 함께 간 첫 여행지였다. 첫 번째 여행의 기억이 좋아서인지 두 번째 여행의 목적지도 자연스레 베트남이 됐다. 이번에는 ‘베트남의 지중해’라 불리는 나트랑이었다. 5시간의 비행 끝에 마주한 나트랑은 몇 년 전부터 미세먼지가 말썽인 대한민국에서는 볼 수 없는 파란 하늘, 솜사탕 같은 구름, 싱그러운 초록빛 야자수로 우리 가족을 반겼다.
현지에서는 ‘냐짱’이라 불리는 나트랑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온 인생에 쉼표를 한 번 찍기에 충분한 곳이다. 시끌벅적한 도시와는 거리가 먼 곳인데 5성급 리조트가 모여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특히 우리 가족처럼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이들에겐 최적화된 곳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품고 있는 넓은 리조트 안에만 있어도 아이들은 곳곳에서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나트랑은 모든 게 멈춰 있는 꿈속의 공간이었다. 곳곳에서 만개해 존재감을 자랑하는 부겐빌레아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고, 배경이 완벽하니 셔터를 누를 때마다 ‘인생 사진’을 건진 듯했다. 낮에는 리조트 앞 나트랑 비치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얀 모래로 덮인 나트랑 비치에는 푸르게 우거진 야자수가 줄지어 있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오랫동안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백사장을 걸어 마주한 에메랄드빛 바다에서는 작고 투명한 바닷게들이 보석처럼 빛났다. 큰아들은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꽃게를 잡으며 즐거워했다. 아들과 함께 하루 종일 50마리쯤을 잡았는데 해맑게 웃으며 신나하는 아들의 모습은 지금도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아름다운 해변은 해가 지기 전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다다른다.
수채화 같은 석양이 도시 생활에 지친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리조트에서의 휴식이 지루해질 즈음 베트남 특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중에서도 현지인들이 찾는 쌀국수 음식점 ‘포홍’은 베트남 쌀국수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쌀국수를 주문하면 숙주를 비롯해 고수와 초록빛 채소가 함께 나오는데 모두 향이 강하기 때문에 고수를 즐기지 못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뽀얗고 진한 국물만으로도 베트남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메뉴는 쌀국수 하나뿐인데, 한화로 2,500원인 스몰 사이즈도 양이 제법 많은 편이다. ‘반쎄오85’는 베트남식 스프링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쌀가루 반죽에 각종 채소와 해산물을 넣어 반달 모양으로 접어 부친 음식인데 바삭하고 먹을수록 구미가 당긴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콩카페’에서 코코넛 커피로 입가심을 하면 짧은 외출을 마무리할 수 있다.
여행지에 오면 가족을 더 사랑하게 된다. 국내와 다른 대자연을 마주하는 순간, 어떤 맛일지 모를 현지 음식을 나눠 먹을 때의 떨림. 이 모든 것을 신기해하는 아이들과 든든한 남편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서로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 가까울수록 하지 못했던 말. 후회하지 않게 아낌없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