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축구 선수 김남일)이 일본 라쿠텐 기업의 비셀 고베라는 구단으로 이적하면서 나는 신혼 2년을 일본 고베에서 보내게 됐다.
고베는 와규가 맛있는 곳이다. 일본 여성들이 살고 싶어 하는 3대 도시 중 하나이고, 항구를 끼고 있어 서구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곳이며, 디저트와 구두, 모자가 유명한 도시다.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아픈 기억을 지니고 있지만 2년에 걸쳐 도시를 개조해 신도시로 거듭난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첫 외국 생활을 시작한 의미 있는 도시다.
결혼 후 일 년 만에 아들이 태어났고 우리 세 식구는 신칸센이 지나가는 신고베(新神戶) 역 근처에서 살았다. 벽돌 맨션인 우리의 신혼집. 남편을 마중하거나 기다리며 장을 보고 산책을 했고, 울며 보채는 아들을 안아 재우며 서성이기도 했다. 꽃을 보며 아들이 처음으로 “꼬우”라고 옹알거렸던 추억이 있는 곳. 아이가 열두 살이 된 지금도 매년 그곳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바로 고베의 내 집이다.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거리라 더 잊지 못한다.
집에서 역으로 가는 길, 왼쪽으로 빠지면 고베에 오면 꼭 가야 한다는 기타노 이진칸 거리가 있다. 이진칸은 메이지 시대부터 다이쇼 시대까지 고베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지은 집인데, 대부분 페인트칠을 한 나무 건물에 창이 튀어나온 형태로 지어졌다.
가끔 갔던 사우나가 있는데, 그곳에 있는 캡슐 호텔은 아들의 로망이었다. 어느 날 아빠와 각자 한 캡슐씩 자리 잡고 누웠단다. 잠시 후 아들이 울면서 아빠 캡슐로 들어와 “무서워. 같이 자자” 하더란다. 그곳의 아침 식사는 기대 이상이다. 나는 여성 전용 캡슐에서 진짜 꿀잠을 잤다. 언젠가 무박 2일 여행으로 육아에 지친 친한 회사 동기 언니와 가리라는 다짐을 한다.
최근에는 아들과 둘이서 1박으로 고베에 다녀왔다.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도시의 익숙한 내음이 우리를 반겼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나와 아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평소 즐겨 먹던 쇠고기 스튜, 오므라이스, 도리아가 맛있는 ‘호시노 커피’.
아들에게 물었다. 너의 인생 도시는 어디냐고. “당연히 고베지. 아기 때 있었잖아?” 다시 물었다. “그때 기억이 나긴 해?” “봐야 기억해? 느끼는 거지.” 우문현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