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판자촌의 변신'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는 뜻을 지닌 세운상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다. 이 상가가 위치한 자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미군의 폭격 시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워둔 공터였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이 공터로 모여들면서 판자촌이 형성됐는데, 개발 정책이 시작되면서 그 자리에 세운상가가 들어섰다. 전자기기 매매 및 수리가 이뤄지는 장소이자 성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청소년들이 일명 '빨간 테이프'를 구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장소이기도 했다. 2019년의 세운상가는 예전의 명성을 잊은 듯 고요했다. 줄지어 있는 전자기기 상점은 대부분 주인이 자리에 없었지만 일부 상점에서는 나이 지긋한, 한눈으로 봐도 꽤 오랜 경력을 지녔을 법한 이들이 TV를 보거나 전자기기를 수리하고 있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낙원상가 '악기와 실버 세대의 조화'
주상복합 1세대 건물이다. 낙원시장이 있던 자리에 들어섰는데, 당시에는 남산시민아파트와 함께 고급 아파트로 명성을 날렸다. 근처에 있던 악기 점포들이 터전을 잡아 지금의 낙원상가가 됐다. 정오를 앞두고 들어선 낙원상가 곳곳에서는 구매에 앞서 악기를 미리 연주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한 블록 건너갈 때마다 들려오는 멜로디가 피아노에서 기타로, 또 바이올린으로 바뀌었다. 낙원상가의 진짜 묘미는 밖에 있다. 목욕탕 의자를 깔고 앉아 바둑을 즐기는 실버 세대가 형성한 문화가 있는데, 마치 '낙원 월드' 같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28
유진상가 '남북의 긴장이 깃든 전차 기지'
1970년에 지은 최고급 주상 복합 아파트 '유진맨숀'에 있는 상가다. 삼각형 모양인 이 건물은 자세히 보면 A동과 B동이 마주 보고 있다. 두 동을 이어주는 중앙 정원엔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자전거가 뒤죽박죽 엉켜 있다. 유진상가가 세워졌을 당시 남북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유진상가 1층 한쪽에는 기둥을 세워 공간을 만들어 유사시 전차 기지로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고. 상가 안 상점에서는 옷이나 이불, 속옷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판매된다. 또 인근에 있는 재래시장인 '인왕시장'은 그 자체로 구경거리가 됐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