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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진영

알고 보면 더 매력적이다. 진영에게 빠질 준비하시라.

On February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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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은 2011년 그룹 'B1A4'로 데뷔했다. 데뷔 앨범 타이틀곡을 작사·작곡했고, 그 외에도 여러 수록곡을 만들었다. 그가 프로듀싱한 '이게 무슨 일이야'는 각종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B1A4'를 톱 보이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걸 그룹 '아이오아이'의 '벚꽃이 지면'과 '오마이걸'의 '한 발짝 두 발짝'도 진영이 작사·작곡했다. 연기는 또 어떤가. 영화 <수상한 그녀>에선 필 충만한 로커를 연기했고,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선 만인의 나리가 돼 그해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 <우와한 녀> <맨도롱 > 등에도 출연했는데, 인상적인 건 매 작품에서 모습이 다 달랐다는 거다. 어떤 청년인지 궁금했다. 실제의 진영은 똑똑했고, 솔직했고, 당당했다. 무엇보다 상냥해서 좋았다. 질문에 집중하고, 대답을 고민하고, 톡톡 튀는 목소리로 친절하게 말했다. 좋은 사람, 진영의 실력이 더 빛을 발하는 이유다.


영화 <내안의 그놈>으로 상업 영화에서 첫 주인공이 됐어요.
아직도 얼떨떨해요. 단역 배우와 보조 출연을 전전했었는데, 주인공이라니요.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요. 사람들이 제 연기를 어떻게 봐줄지, 좋아해줄지 걱정도 돼요.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블라인드 시사회를 가장 기다렸어요. 생각보다 점수가 높아서 놀랐는데, 한편으론 안도가 되더라고요. 잘됐으면 좋겠어요.


연기 경험은 다섯 번이 전부인 터라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작품을 선택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첫째, '도전'에 대한 욕심이었어요. 박성웅 선배님과 보디 체인지되며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해야 한다는 게 가장 걱정이었어요. 그런데도 하겠다고 한 건 도전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부딪쳐보자. 대신 열심히 해보자'라고 생각했죠. 둘째, 배우고 싶었어요. 연기를, 그리고 애티튜드를요. 결과적으론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스킬 부분에서도 많이 배웠지만 박성웅 선배님, 라미란 선배님을 가까이서 보면서 배우가 지녀야 할 여유를 배웠어요. 선배님들은 연기를 연기하는 것 같지 않게 하시거든요. 여유롭게 툭툭 말하는 건데 그게 온통 다 연기였죠. 충격적이었어요.


왠지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을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진영 씨는 어떤 후배인가요?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했을 때 (김)유정이 다음으로 많이 만난 분이 천호진 선생님이었어요. 영화 <수상한 그녀> 땐 나문희 선생님과 연기했죠. 희한하게 선배님들과 연기할 기회가 많았어요. 덕분에 선배님들, 선생님들을 대하는 게 이제 그리 어렵진 않아요. 싹싹하거나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옆에서 자꾸 말 시키는 후배가 됐죠.(웃음) 선배님들은 제가 귀찮으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일까요. 박성웅 씨가 이번 영화에 진영 씨를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우와한 녀>에서 선배님을 처음 만났어요. 그땐 선배님이 어렵고 무섭게만 느껴졌죠. 같은 충주 출신이라는 걸 알고 나서 친해지게 됐어요. <구르미 그린 달빛>을 보시고 저인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눈빛이 변해 있었대요. 쑥스럽지만 배우 눈빛을 가졌대요.(웃음)


배우 눈빛이 뭔가요?(웃음)
사실 저도 정확한 건 모르겠어요.(웃음) 연기할 때만큼은 푹 빠져서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을 볼 때 눈빛을 가장 먼저 봐요. 눈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들도 눈빛으로 연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죠. 그래서 평소에도 거울을 보면서 눈빛 연기를 연습하기도 해요. 중요한 장면을 앞두고는 더더욱요.


앞서 단역 배우를 했다고 말했어요. 조금 더 이야기해볼까요?
중학교 3학년 때 차인표 선배님이 출연하신 드라마를 보고 연예인을 꿈꾸기 시작했어요.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연기 학원을 다니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죠. 보조 출연자 대기실에서 10시간을 기다렸던 적도 있어요. TV 속 제가 뒷모습에서 옆모습으로, 옆모습에서 앞모습으로 바뀔 때마다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대사가 생겼을 땐 뛸 듯이 기뻤죠.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해요. 현장에서 제가 보조 출연자분들에게 특히 더 친절한 이유를 아시겠죠? (웃음)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데… 의외네요.
그래서 이번 작품이 특히 감격스러워요. 연기에 대한, 주인공에 대한 갈망이 컸었거든요. 보조 출연자로 출연할 때 작품의 주인공을 보면서 '나도 언젠간 메인 배우가 돼야지' 하고 꿈꿔왔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흥행 여부를 떠나 제겐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사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미래가 불투명하잖아요. 어린 나이에 '갈망'으로 시작했지만 불안함도 있었을 텐데….
초반에는 멋도 모르고 시작했죠. 이 바닥(?)이 이렇게 치열하고 힘든 줄 상상도 못 했어요.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불안해졌던 것 같아요. '이러다가 아무것도 안 되면 어떡하지?' '시간 낭비는 아닐까?'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인생 뭐 있어? 그냥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B1A4'로 데뷔하고 난 후 확신이 생겼고, 연기를 하면서부터는 행복했죠. 바라던 꿈을 이뤘으니까요.


꽤 오랫동안 연기의 길을 걸어왔어요. 배우 진영으로서의 강점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의 강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만큼은 자신 있어요. 초심을 잃지 않을 거라는 거요. 절실함에 대한 마음, 감사함에 대한 마음, 첫 대사를 받았을 때의 그 기쁨, 보조 출연을 했을 때의 기억을 잊지 않을 거예요. 사람들이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거라고 말해요. 이렇게 말해도 언젠간 변할 거라는 거죠. 그렇지만 전 저를 알아요. 보조 출연 당시 현장에서 안 좋은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거든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건가요? 연기와 음악을 병행하기가, 게다가 프로듀싱까지 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을 텐데 말예요.
솔직히 말하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게 어려워요. 욕심이지만 둘 다 너무 사랑해요. 지금도 곡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앨범 발매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곧 나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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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빠지면 엄청 몰두하는데 흥미가 없으면 거들떠도 안 봐요.
새벽까지 녹음하고, 촬영하러 갔다가 끝나면 다시 밤새 녹음을 하죠. 좋아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일이죠.

프로듀서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한 번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가 있나요?
린 선배님이 제 곡을 불러 주신다면 영광일 것 같아요. 선배님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해요. 슬픈 감정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녹아 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팬이었습니다.(웃음) 자이언티 선배님과는 듀엣을 해보고 싶어요. 프로듀서 마인드도 있어서 곡을 잘 살리시죠. 곡 자체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가수라고 생각해요.


음악과 연기 둘 다 잘해내는 걸 보고 놀랄때가 많았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노력형인가요?
노력을 많이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고 천재도 아니고요. 저는 벼락치기 스타일이에요. 뭔가 하나에 빠지면 엄청 몰두하는데 흥미가 없으면 거들떠도 안 보죠. 공부도 마찬가지였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연기하겠다고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서 벼락치기로 공부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좋아서 외고에 갈 수 있었어요. 제가 프로듀싱한 곡들도 사실은 벼락치기로 만든 게 많아요. 새벽까지 녹음하고,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하러 갔다가, 끝나면 밤새 녹음을 했죠. 정말 좋아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거예요. 힘들어도 좋으니까 이를 악물고 했겠죠. 그리고 또 힘들었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지금 제게 주어진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까지 치열하게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을 것 같아요.
성격이에요. 어릴 때부터 칭찬받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칭찬받고 싶어서 누나 심부름도 대신할 정도로 칭찬을 갈망하는 소년이었죠. 열심히 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기분 좋잖아요. 그렇게 인정받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부모님에게 첫 용돈을 드렸을 때 정말 행복했죠.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은 제게 원동력이 되거든요. 사람들의 칭찬, 박수 소리, 언론의 인정, 부모님의 웃음…. 힘들어도 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반대로 진영 씨를 무너뜨리는 건 악플인가요?
제 별명이 '긍정 진영'이에요. 악플이 저를 무너뜨리진 못하죠.(웃음) 아까도 말했지만 '인생 뭐 있어?'가 제 좌우명이거든요. 어려서부터 연기를 하면서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긍정적으로 살아야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겠더라고요. 칭찬이든 욕이든 댓글의 50%만 수용해요. '나는 이 사람의 취향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해요. 그들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거죠. 취향 존중.


악플을 보고서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어떤 분은 A가 좋다고 하고, 어떤 분은 B가 좋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C를 좋아하죠. 처음엔 갈팡질팡했어요.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듣다가 믹싱을 7번이나 한 적도 있었죠. 그때 한 믹싱 기사님이 '프로듀서는 줏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때 철렁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취향이 있는데, 그걸 다 맞출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제가 소신과 주관을 세우지 않으면 모든 게 흔들린다는 걸 알았죠. '취향 존중'은 그때 배운 거예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착한 사람, 건강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저는 충주의 한 작은 마을, 아주 평범한 한 가정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어요. 어렸을 땐 할아버지도 함께 살았죠. 부모님은 정말 온화하신 분들이에요. 그리고 화목해요. 자주 서울에 올라오시는데 그때마다 함께 영화를 보러 다녀요. 최근엔 볼 영화가 없을 정도였죠. 얼마 전엔 어머니가 이런 자랑을 하시더라고요. "너희 아빠는 지금까지 내 생일날 미역국을 안 끓여준 날이 한 번도 없어"라고요. 3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한 번도 안 빠지고 아내의 생일상을 차려주는 남편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로맨틱의 끝판왕이죠. 저도 아버지 같은 남편, 아빠가 되고 싶어요.


오글거리는 사랑 노래도 결국 부모님의 영향이 컸군요.(웃음)
그게 그렇게 되나요? 제가 만든 걸 그룹 노래를 들은 분들이 저더러 '소녀 감성'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그 가사…. 남자가 불러도 어울리는 가사예요. 로맨틱한 걸 좋아하긴 해요.


연애도 잘하겠어요.
거짓말이 아니라 연애 안 한 지 정말 오래됐어요. 아이돌로 활동할 때보단 여유가 생겼지만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거든요. 로맨틱한 감수성으로는 주로 상상을 하는 편입니다.(웃음) 주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대리 만족하죠. 제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지 않아요. 연애세포가 다 죽어서 무감각해지면 어떡하나 싶을 정도로요. 연애보단 추운 촬영이 끝난 후 집에서 하는 반신욕이 더 행복하달까요? 거기에 맥주 한잔, 거기에 <무한도전> 다시보기면 끝나는 거예요. 그런 소소한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사랑에 목마르지 않은 걸 수도 있겠네요.


어떤 연기자, 어떤 가수, 어떤 진영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예전에, 데뷔 초에는 '어떤 역할이든 해낼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 '좋은 노래 많이 만드는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건 배우로서, 가수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제더라고요. 지금은 배우나 가수, 프로듀서를 떠나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호감 가는 사람요. 괜찮은 사람이 결국 괜찮은 연기를 하고, 괜찮은 곡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으로서 좀 더 내공을 쌓은 후엔 라디오 DJ도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의 이야기에 같이 웃고 울어줄 수 있는 DJ요. 기회가 닿는다면 연극과 뮤지컬도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를 한번이라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재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를 촬영 중이죠? 올해 계획은 어떤가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예요. 지수, 정채연 씨와 함께 연기하고 있어요. 올해에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제공
메리크리스마스
2019년 02월호
2019년 02월호
에디터
이예지
사진제공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