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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케이윌

데뷔 11년 만에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보여줄 용기가 생겼다. 자신을 오롯이 담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는 케이윌의 이야기.

On December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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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데뷔해 올해 11년 차 가수가 된 케이윌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렇게 기억되고 있다. 재치 있는 사람, 유쾌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늘 밝은 케이윌이 정규 4집 앨범 파트 1 <논픽션> 발매 후 1년 만에 파트2 <상상무드 인디고>를 내놓아 4집 앨범을 완성했다. 이를 기념해 만난 자리에서 케이윌은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저한테 세상은 쉬웠던 적이 없어요.” 로이킴, 폴킴, 박원, 바이브, 임창정, 정승환 등 내로라하는 발라더들이 대거 컴백한 ‘11월 대전’에 합류했지만 부담은 없다는 의미의 말이었지만 의외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늘 밝은 그였기에 왜 세상이 어렵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살펴보니 데뷔 11년 차 케이윌에게 가수 활동은 늘 도전이었다. 2007년 ‘왼쪽 가슴’으로 데뷔해 드라마 OST 등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디지털 싱글 ‘Love 119’(2008)로 인기를 얻었으나 많은 사람이 해당 곡을 피처링한 MC몽의 노래인 줄 알았다. 이듬해 ‘눈물이 뚝뚝’ ‘1초의 한 방울’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2009)를 발표하며 인지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1위’하고는 인연이 없었다. 정통 발라드를 고수하던 그는 전략을 바꿔 리드미컬한 곡 ‘가슴이 뛴다’(2011), ‘니가 필요해’(2012)로 활동하면서 ‘동방신기’ ‘미쓰에이’, 싸이, 박효신, 아이유, ‘버스커버스커’ 등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고, 1위 가수 케이윌로 자리 잡았다.

“늘 ‘대전’이라고 불리는 때에 활동했어요. 나의 길을 간다고 생각하고 있죠. 요즘엔 시대를 대표하는 장르의 구분이 모호하잖아요. 스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은 시대예요. 그래서 제가 준비한 음악을 들려드리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케이윌의 정규 4집 파트2의 타이틀곡 ‘그땐 그댄’은 순수하게 사랑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곡. 그의 히트곡인 ‘눈물이 뚝뚝’ ‘니가 필요해’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를 함께한 김도훈 작곡가와 다시 손잡았고, ‘가슴이 뛴다’ ‘러브 블러썸’ 등으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김이나 작사가와 함께했다.

“<히든싱어>에서 도훈이 형을 만났는데 오랜만에 작업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무언가를 기획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과거엔 제가 하고 싶은 장르와 소속사가 원하는 장르가 달라서 갈등도 있었거든요. 시간이 흐르면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중인데, 오랜만에 도훈이 형과 함께 작업하니까 즐거웠어요.”

실수투성이인 첫사랑이 떠오르게 하는 가사는 그가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써 내려갔다.

“사실 많이 엎었어요.(웃음) 제 이야기를 담은 가사를 쓰니까 초반엔 가사가 굉장히 직접적이었거든요. 주변에서 대중이 공감하기 어렵다고 하셔서 엎고, 반대로 너무 심심해서 엎기도 했죠. 한 가지 이야기를 계속 다듬어 완성된 곡이에요.”
 

데뷔 11년, 나의 이야기

지난 2012년 발매한 앨범 <니가 필요해>에서 자작곡 ‘네 곁에’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프로듀싱을 시도한 케이윌은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곡 ‘그땐 그댄’을 비롯해 수록곡 ‘멜로디’ ‘딜리트’ ‘웨이크’의 작사·작곡에 참여한 것은 물론, 모든 곡에 직접 관여했다. 보컬리스트보다는 프로듀싱이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 때문이다. 긴 과정을 거쳐 앨범 준비를 마친 뒤엔 큰 산을 넘은 것 같은 기분이었단다.

“모든 곡에 제가 녹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사실 예전엔 싱어송라이터나 프로듀서로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은 ‘네 곁에’는 저 자신도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욕심을 냈어요. 작업을 마치고 대중의 반응이 무서워 홀로 녹음했고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저를 짓눌렀죠.”

케이윌은 최근 JTBC 예능 <히든싱어5>에 출연했는데 참가자들이 케이윌의 팬 송 ‘네 곁에’를 부르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 바 있다. 가요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가수들이 나오고, 그들을 동경하는 참가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스스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히든싱어5>에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선배들이 출연하고, 그 선배들을 동경하는 팬들이 출연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저는 늘 아이돌의 시대인 현재 가요계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써왔거든요. 그런 생각을 지닌 채로 출연했는데, 참가자들이 진심으로 애정을 표현하면서 제가 만든 팬 송을 부르니까 눈물을 참을 수 없었어요. 그 눈물엔 가수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부담이 담겨 있었을 거예요. <히든싱어>에 출연하면서 위로와 감동을 받았고 이제 저 자신을 보여줘도 되겠다고 느꼈죠.”

케이윌은 이제 음악에 욕심보다 자신의 진심이 담기길 바란다. 노래 속에 자신을 담으며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저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어요. 당시 노래를 좋아하는 청년이었던 저는 간절했어요. 데뷔하고 점점 성과를 낼 때쯤엔 오랫동안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많았고, 부담스러웠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니까 나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간절함으로 시작했지만 자연스러움을 갖게 됐죠.”

오랜 생각 끝에 스스로를 노래하는 사람으로 규정 지은 케이윌은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앨범에 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비트를 고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과거에 자작곡은 제게 큰 이벤트였어요. 제가 무언가를 했다고 보여주기 위함이었죠. 그런데 이젠 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비트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붙이면서 저 자신을 담고 싶어요. ‘웨이크’란 곡 브리지에 나오는 가사가 제 이야기예요.”

‘웨이크’는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의미가 담긴 곡. “이젠 날 사랑하기로 해/ 누군가 사랑을 묻기 전에/ 다른 사람보다 먼저/ 날 알아내 먼저/ 내 맘을 들어봐”라며 직접적으로 의도를 드러낸다.

“어느 날 갑자기 죄책감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것 같더군요.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밥을 많이 먹었네’라든가‘ SNS 속 사람들은 오늘도 멋지고 알차게 사는데 난 TV만 봤네’라면서요. 심지어 어느 날엔 잠이 오지 않는 것까지 자책하더군요. 왜 그럴까 고민하다 보니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 스스로를 비난했던 거예요. 그렇다면 내가 날 사랑하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예전보다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곡이에요.”

그가 노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2016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뮤지컬에 참여하면서 스스로를 알아갔단다.

“그동안은 가수로 계속 활동하려면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쓴 곡이 저한테 더 맞을 거라 생각했고요. 이런 생각이 저를 짓눌렀는데, 뮤지컬을 하면서 전 프로듀서보다는 플레이어라는 걸 깨달았어요. 노래가 좋아 가수를 꿈꿨던 것처럼 여전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죠. 뮤지컬 배우들이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많아 연습하는 것을 보면 느끼는 게 많았거든요. 그렇게 정체성을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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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아이돌의 시대인 가요계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써왔어요.
가수라면 싱어송라이터나 프로듀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부담감이 저를 짓눌렀죠.
이젠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지려고 해요.

‘노래’를 좋아하는 청년의 간절함

케이윌의 뮤지컬 데뷔작인 <노트르담 드 파리>는 세계적인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두고 서로 다른 사랑을 하는 곱추 콰지모토, 근위대장 페뷔스, 성직자 프롤로 등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에서 케이윌은 추악한 얼굴과 달리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곱추 콰지모토 역을 맡아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과 프롤로 주교에 대한 복종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가창력과 애절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그가 뮤지컬계에 발을 들인 과정이 남다르다. 지난 2015년 동명의 뮤지컬 오리지널 팀이 내한 공연을 왔을 당시, 케이윌이 진행하던 라디오에 배우 맷 로랑이 출연했다. 콰지모토 역을 오랫동안 소화해온 맷 로랑은 케이윌의 목소리를 듣고 즉석에서 출연을 권유했다.

“제 목소리와 노래를 들은 맷 로랑이 한국 프로덕션을 위한 블라인드 오디션이 실시 중이니 응시하라고 권유했어요. 그리고 한국을 방문한 작곡가와 프로듀서에게 저를 소개했죠. 콰지모토의 노래와 해설자 그랭구아르의 노래를 몇 곡씩 준비해 오디션에 참가했는데, 오리지널 팀 스태프들이 제 목소리를 마음에 들어해 뮤지컬에 도전하게 됐죠.”

그러나 막상 캐스팅이 된 후 한동안 콰지모토의 음색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 콰지모토를 맡은 다른 배우들의 영상을 보며 어떤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야 할지 연구했다고.

“데뷔 전에 가이드 보컬과 코러스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제 목소리를 곡에 맞추는 연습을 많이 해왔어요. 제가 고민하는 걸 보고 음악감독님이 ‘목소리를 일부러 바꾸지 말라’고 조언하시더군요. 음색보다 콰지모토의 순수함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셨죠. 그 후로 역할에 몰입해 연습할 수 있었어요.”

사실 케이윌이 콰지모토 역에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했다. 하지만 그는 고민과 연습을 거듭한 끝에 관객을 사로잡았고, 다음 시즌에 같은 배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수 케이윌로 돌아오는 데 적신호가 켜지기도 했다.

“뮤지컬을 하고 나면 목소리가 변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작품을 하고 다시 노래를 편하게 부른다고 느낄 때까지 1년이 걸렸어요. 뮤지컬도 계속하고 싶기 때문에 절충안을 찾으려고 했는데 이젠 중심을 잡은 것 같아요. 뮤지컬을 하면서 레코팅도 하는 컨디션을 만들었거든요.”

늘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케이윌은 그가 해도 어색하지 않은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거나 혹은 프로듀싱을 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 도전한 것처럼 가수 케이윌이 할 법한 일들을 해나갈 것이다. 케이윌이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제공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8년 12월호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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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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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쉽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