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 중 한 말이다. IT업계를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 구글의 회장이 스마트폰과 게임, 영상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에 따르면 19~59세의 국민 1,000명 중에 80% 이상이 “우리 사회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조사). 나이가 어려질수록 디지털 기기, 즉 스마트폰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우리나라 10~19세 청소년의 30%는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이 지나친 과의존 위험군에, 3.6%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어린이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신경질, 흥분 상태, 주의력 산만, 게으름 등 비정상적 행동을 보이는 빈도가 높아진다. 이런 문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나이가 어려질수록 심화된다.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이 디지털 중독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거나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 디지털 중독이 심각하면 신체와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우울, 외로움, 불안, 분노와 같은 정서적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가족 관계를 포함한 사회의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떻게 하는가?
디지털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디지털 중독을 치유하기 위한 해독 요법, 즉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파묻힌 삶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자는 것인데, 실천하는 방법이 크게 어렵지 않다.
일단 스마트폰을 침대로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보는 사람이 많은데, 스마트폰의 빛에 노출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감소돼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메일 계정에서 로그아웃을 하고, SNS를 비롯한 각종 앱의 알림 기능을 끄는 것도 한 방법이다.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 2017년 성인 남녀 3,8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8.8%가 메신저나 SNS를 사용하지 않거나 줄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 밖에 온라인 접속 시간을 측정해 통제하거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대신에 종이책을 보는 방법이 있다.
변화하는 디지털 시장
휴대폰 시장에서도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만 가능한 피처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 올해 1분기 글로벌 피처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또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몰락했던 노키아가 부활했다.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들이 힘을 합쳐 세운 ‘HMD글로벌’이 노키아폰 브랜드 라이선스를 인수해 지난 2017년 7,000만 대의 휴대폰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사용자들의 애플리케이션 사용 시간과 시간당 휴대폰을 보는 횟수 등을 알려주고 다른 사용자의 평균 사용 시간과 비교해 스스로 디지털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스크린타임’을 탑재했다. 구글은 휴대폰 사용 시간을 분석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스마트폰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는 ‘디지털 웰빙 이니셔티브’를 내놨다.
디지털 디톡스 앱, 숙박 상품 등장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디지털 디톡스와 관련된 각종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 통제를 돕는 앱이 대표적이다. 가족끼리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공유하는 ‘넌 얼마나 쓰니’나 애용하는 앱의 사용을 제한하는 ‘세번만’, 스마트폰을 방치하면 포인트가 쌓이는 ‘방치타임’이 있다. 또한 눈 건강에 해로운 청색광을 차단하는 블루 라이트 필터 앱도 있다. 그 외 화면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블루 라이트 안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디지털 디톡스를 돕는 여행 상품도 있다. 주말이나 휴가 등 업무에서 벗어난 시간에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것. 홀리데이 인 호텔은 디지털 연결이 없는 휴식형 숙박 상품을 내놓았다.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엔 인터넷이 불가능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디지털 디톡스 존에서 자연경관 감상 및 스파 체험 등을 하며 휴식을 하는 숙박 상품이 있다.
디지털 디톡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얼마 동안,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디지털 디톡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다. 지난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 동안 <우먼센스> 독자 100명이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