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 순간적인 화를 억누르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때로는 사회 양극화로 사회적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아주 사소한 일도,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 일도, 누구에게도 말하기 싫은 이 상황도, 유달리 힘겹고 벅차게 다가오는 날이 있다. 간혹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싸늘한 공기 속 내 작은 존재가 유달리 작게 느껴지는 날, 우리는 모두 위로를 받고 싶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다. 위로 받으러 만났다가 더욱 마음이 허해지고, 인간관계마저 회의가 밀려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홀로 위로받는 것을 택한 이들에게 필요한 몇 가지.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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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나를 몰아세우는 가장 큰 적은 내 안에 있는 게 아닐까? 남들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할까 봐, 뒤처질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이 불안해서 자책하는 이들에게 자신에게 관대해질 것을 권유한다. 그 누구보다 야박했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나를 제대로 돌보는 법을 알려준다.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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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속이 곪은 사람들,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한다.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와 불안장애를 겪어온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12주간 나눈 대화를 통해, 의심 없이 편안하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빛을 찾고, 서로에 의해 허물어지지만,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요. 하지만 손 내밀면 덥석 잡을 걸 알기에 저는 그 어떤 사심도 없이 누군가의 마음에 공들여 다가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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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백영옥
조곤조곤 속삭이는 심야 라디오를 듣는 것 같은 책. 1년에 500여 권의 책을 읽는다는 저자가 고른 문장을 에세이로 엮었다. 신문 기사, 인터넷 게시판 글 속 문장, 배우의 수상 소감에서도 의미를 발견한다. 아사이 료의 소설 <누구>에서 "'최근에 어때?'라고 묻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라는 구절을 보고,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묻는 게 대화의 시작임을 배웠다고 전한다. 저자는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친 문장에서 의미를 발견해 해설을 더하면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해열제를 처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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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박상아
숨 막히는 대중교통 출퇴근길과 누군가의 화받이로 전락한 직장 생활 속에서도 '나는 중요한 사람'이란 착각으로 버티고, 스스로에게 혹은 가족에게 창피한 삶이 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저자는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그동안 참고 외면했던 마음이 결국 몸에게 화를 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공황장애와 함께 살아온 저자가 자신의 마음을 돌보려 노력한 흔적. 정상인의 삶과 공황 상태의 삶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오갔던 일상을 기록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지 못한 후회와, 아직은 결론 없는 삶에 대한 희망을 드러낸다.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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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레터
수익금 일부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기부하는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 마리몬드에서 개발한 앱이다. 마리센더가 돼 '일상' '인간관계' '사랑' 등 카테고리를 정하고, '우울해요' '답답해요' 등 감정 카테고리를 고른 뒤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으면 된다. 고민을 올리면 마리라이터로 지정된 사람들이 응원의 말을 건넨다. 마리라이터는 희망자 중 내부 심사를 거쳐 선발되며, 자원봉사자 형태로 운영된다. 마리라이터들의 글쓰기 강좌가 진행되며, 정기 모임을 통해 낭독회를 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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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쓰
'감정의 쓰레기통'의 줄임말로 유료 앱이다. 쓰레기통에 버리듯이 감정을 써놓으면, 감정청소부가 맞춤형 대답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감정을 치워준다. 예를 들어 감정칸을 '우울'로 표시하고 감정을 기록하면 감정청소부가 "저는 우울할 때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사용자가 설정해둔 일정 기간(1~10년)이 지나면 감정청소부가 글로 쏟아낸 감정을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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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편지
편지라는 소통 방식으로 수신자와 진솔한 생각을 주고받는데, 실제로 편지를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글씨체와 편지지를 선택해 200자 이상 써서 편지를 보내면, 단 한 명의 수신자가 편지를 받는다. 지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보낼 수 있으며, 편지가 우편으로 배달되는 것처럼 하루 이상 시간이 지나야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지난 9월부터 희망자를 받아 사연을 읽어주는 팟캐스트 '밤편지 우체국'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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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나와 타인의 솔직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앱.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듯 하고 싶은 말을 적으면 된다. SNS에 글을 쓰듯이 내 감정을 기록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공유된다. 익명이라고 해서 무례한 글이 오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불쾌한 말을 하는 사람이 드물다. 이른바 익명계의 청정 구역이다. 앱 내에선 회원들을 '라운더' 혹은 '어라운더'라 부르는데, 이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행위를 인증하기도 한다. 덕담이나 희망적인 말을 써서 벽에 붙이고 인증하는 '달콤엽서', 배가 고프면 지하철 보관함 등에서 음식을 꺼내 먹고 남는 음식은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게 넣어두는 시스템인 '달콤창고'를 운영하기도.
WEB 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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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퀴한 일기> 이보람
대단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빛나는 청춘의 기록담. 주변에 꼭 있을 법한 친구 혹은 언니, 동생 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시크한 도시 여성이라면 하나씩은 갖춘 킬 힐을 신고 자신만만하게 걷다가 호랑나비 춤을 추며 신발을 날려버리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만난 훈남을 쳐다보다 그가 유부남인 사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때로는 엄청나게 큰 곰돌이로 형상화된 버거운 기억을 업고 가다가 짓눌리기도 하고, 생채기 난 마음을 꿰매달라며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배꼽이 빠지도록 웃기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지는 이야기들은 곧 나이고, 내 친구이고, 내 가족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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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엘렌 심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남아 있는 동물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세계에 적응하도록 교육받는 환생동물학교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위로한다. 입마개를 소중히 간직하는 하이에나, 공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리트리버 등 종도 다르고, 특성도 다른 동물들이 서로를 포용하며 배려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감동을 선사한다. 다른 것이 틀린 게 아니며,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것을 좋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보편화된 틀에 맞지 않아도 잘못한 게 아니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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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짜릿해> 슷카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77개의 짜릿한 순간을 섬세하고 다정하게 그린 웹툰. 주인공 은근이가 연애를 시작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성장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상, 연애, 직장 생활에서 겪는 짜릿한 순간을 명랑하고 밝게 보여주면서 삶에 지친 이들을 위로한다. 작가는 심심하고 지겨운 일들이 반복되는 보통의 날들에 작은 노력을 더해 특별하게 만들 것을 권유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노력이 아닌 작은 노력으로 일상을 좀 더 괜찮게 만들면서 짜릿한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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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
사람들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고, 나중을 위해 지금을 포기한다. 사무실에 침대가 있는 회사에서 중장비보다 오랫동안 일한 주인공은 "괜찮아, 안 죽어"라는 말을 들으며 견딜 만큼 불행해도 괜찮은 건지 의문을 제기한다. 생존의 조건 아래 무시되는 삶의 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개인을 돌보는 법에 대한 고찰을 한다. 버거운 삶을 묵묵히 버티지만 자신의 욕구와 취향을 잃지 않으며 스스로를 지키는 주인공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