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초 소유는 매일 화려하게 화장했고 섹시한 의상을 입었다. 자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소유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해야만 했다. 8년이 지난 지금은 굳이 소란스럽게 꾸미지 않아도,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아도, 그대로의 모습이 더 예쁘다. 두 번째 솔로 앨범 <파트.2 리:프레시(PART.2 RE:FRESH)> 발매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도 그랬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심플한 디자인의 보라색 투피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데도 예뻐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터벅터벅 걸어와 "저 앨범 나왔어요~"라고 인사하며 털썩 앉더니 특유의 털털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소유. 거리낌 없는 친근한 성격은 상대방을 단숨에 사로잡는 그녀의 매력이다.
예뻐졌어요. 전에는 건강 미인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여성스럽고 성숙한 느낌이 강해요.
주변에서 여성스러워졌다고 하더라고요. '여성스럽다'는 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그렇대요.(웃음) 스물여덟 살이라는 나이에 맞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 좋아요. 비결요? 최근에 운동법을 바꿨어요. 근육이 많으니 여성스러운 옷을 입어도 섹시해 보이더라고요. 그룹 활동을 할 때는 노출이 많은 짧은 옷을 입어야 하니까 몸의 볼륨감을 키우는 데 치중했다면 지금은 여성스러운 라인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이제는 웨이트트레이닝은 거의 하지 않고 하루는 필라테스, 하루는 요가, 하루는 스트레칭, 이런 식으로 몸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식단 조절은 필수겠죠?
간혹 보조제의 도움도 받고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죠. 많이 먹으며 운동하면 살이 빠지지 않듯, 운동하지 않으면서 보조제만 먹어도 살이 빠지지 않아요.
운동을 자주 하다 보면 건강에도 관심이 생기지 않나요?
물론이에요. 예쁜 몸과 건강한 몸은 달라요. 오랫동안 운동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의학적으로 접근하게 되더라고요. 허리 디스크가 있을 땐 허리에 무리가 되는 동작은 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혹시 다이어트가 목소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나요?
목소리가 망가질 정도로 다이어트를 혹독하게 하지는 않기 때문에 괜찮아요. 오히려 솔로 활동 후 목이 더 좋아졌죠. 전에는 일 년 내내 스케줄이 있었고 행사도 많아서 목이 쉴 틈이 없었어요. 이동하면서 멤버들과 수다도 많이 떨었고요. 지금은 대화 상대가 없어요.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 목이 많이 좋아졌죠.
소유의 목소리는 허스키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허스키한 목소리를 갖게 됐고, 덕분에 별명은 박경림이었다. 지금은 거친 목소리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지만 싫었던 적도 있었다. 말투나 행동도 목소리를 따라 소년 같을 때가 많다. 털털하고, 꾸밈없고, 거기에 가식까지 없다. 이렇듯 소유는 '걸 그룹' 이미지와는 다르게 의외의 모습으로 당황시키곤한다. 노래 역시 그녀를 닮아 예상 외의 곡이 많다.
소유가 부른 노래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외의 곡이 많아요.
저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장르, 노래, 창법을 시도해보려고 하죠. 그래서 오히려 제 색깔이 없어지는 걸까요?(웃음) 알려지지 않은 곡 중에도 좋은 노래가 많아요.
음악성보다 몸매에 관심이 치중되는 건 서운하지 않나요?
예전에는 속상했어요. 어려서부터 꿈이 가수였고, 그 꿈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을 정도로 내 직업에 대한 애착이 큰데 사람들은 목소리나 음악, 무대보다 몸매에 대해 더 자주 이야기하더라고요. 몸 아니었으면 연예인 못 했을 거란 소리도 들어봤죠. 지금은 기분 나쁘진 않아요. 예쁘다고 하는데 기분 나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다만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하는 것, 평가받아야 하는 건 스트레스일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가수 활동을 할 때 예쁘게 보여야 하니까 활동 직전에는 폭풍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든지, 화보 촬영 직전에 '빡세게' 운동해야 하는 것들요. 그래도 때론 몸매보다 음악성에 집중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앨범에선 프로듀싱에 참여했어요. 직접 작사한 곡도 있고요.
가장 먼저 작업한 곡은 '퍼니'예요. 댄스곡이죠. 솔로로 활동하면서 줄곧 발라드를 고집해왔는데 누군가가 "너 이제 발라드만 할 거야?"라고 묻더라고요. 순간 멍했어요. '아, 나는 보여줄 게 많은데… 발라드라는 장르에 갇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나는 댄스곡을 불렀어요. 타이틀곡인 '까만밤' 역시 마찬가지예요. 올 초에 멕시코 칸쿤으로 여행을 갔다가 '라틴 음악'이라는 장르에 꽂혔어요. 탱고를 소스로 한 곡을 만들고 싶었고, 작곡가를 쫓아다닌 끝에 얻어낸 곡이에요. '멀어진다'의 가사는 제가 썼어요. 집에서 심심할 때 가사를 쓰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이번 앨범에 실렸죠. 뿌듯하고 기분 좋아요.
그럼 '까만밤' '멀어진다'에 대한 애착이 크겠어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6곡이 다 자식같은 곡이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잔다툼'이에요. 연인 사이에서 흔한 잔 다툼을 소재로 했는데 듣다 보면 연인들이 어떻게 다투고 화해하는지가 그려지는 곡이죠. 이별과 잘 어울리는 가을이기도 하고, 쓸쓸한 멜로디에 공감되는 가사가 마음에 들어요.
연인과 사소한 이유로 싸우던 소유 씨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건 아닐까요?
맞다고 할 수도 없지만 꼭 아니라고 할 수도 없어요. 연인과 잔 다툼을 한 경험은 누구나 있지 않나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앨범을 프로듀싱해보니 어떻던가요?
그동안 내 주위에서 많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주변 스태프가 얼마나 바쁘게 일하는지를 확인했죠. 앨범 재킷부터 뮤직비디오, 의상, 메이크업 하나하나 다 직접 결정하면서 예전엔 알지 못했던 스태프의 노고를 알게 됐고 감사함을 많이 느꼈어요. 첫 솔로 앨범 땐 어떤 걸 결정해야 할 때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마음 상하지 않을까' 하는, 괜한 미안한 마음에 거절을 잘 못했었는데 그게 결코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제 컨펌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겐 민폐라는 걸 알았고, 이젠 마음이 조금 힘들어도 아닌 건 아니라고 정확하고 빠르게 말해요. 그게 그들에겐 훨씬 좋은 일이더라고요.
진두지휘를 하는 건 힘든 일이죠. 그룹 활동과는 다른 도전이기도 하고요.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하는 건 당연히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진짜 내 것'을 한다는 생각에 기운이 나요. 지난 앨범이 소유라는 솔로 가수로 다시 태어난다는 콘셉트였다면, 이번엔 제 색깔을 담아보자는 욕심을 드러냈죠.
결과적으로 만족스럽나요?
98% 만족해요. 대중의 반응을 보면 아쉬운 점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진 만족하고 있어요.
타이틀곡 '까만밤'의 안무는 꽤 농염해요. '씨스타'의 섹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죠.
업그레이드하고 싶었어요. '씨스타'로 활동할 땐 섹시하지만 파이팅 넘치는 안무가 많았다면 이번엔 선이 예쁜 섹시미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소유가 이런 춤도 출 줄 알아?'라는 반응을 듣고 싶어 퍼포먼스에 힘을 줬죠. 물론 힘듭니다. 댄서들이 '숨 못 쉬는 춤'이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빡센' 안무거든요. 특히 남자 댄서와 함께 추는 탱고는 심혈을 기울인 거예요. 뮤직비디오 속 남자 배우와의 베드신도 힘들게 찍은 거고요. 어릴 적에 멋모르고 보여드린 섹시와는 다른 '몽환적 섹시'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몽환적 섹시'는 뭐죠?
예전에 유희열 선배님도 그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냥… 몽환적인 분위기에 섹시한 보컬이 더해진 것?(웃음)
씨스타가 저고, 제가 씨스타에요. 하지만 이젠 소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몸매나 외모가 아닌 음악성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소유는 말끝마다 ''씨스타'와는 다른 자기만의 색깔'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무슨 색이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씨스타'가 청량감 넘치는 걸 그룹이었다면 소유는 어떤 가수일까? 비교할 수 없지만 비교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만큼 '씨스타'와 소유는 떼려야 뗄 수 없다는 말이다.
'씨스타'라는 울타리는 어떤가요?
제게서 '씨스타'를 빼면 0이에요. '씨스타'가 저고, 제가 '씨스타'죠. 다만 이제는 '소유'라는 브랜드를 만들 때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색을 입혀보면 제게 꼭 맞는 색깔을 찾게 되겠죠. 지금은 그 과정에 있고, 투자하는 중이에요.
'씨스타'로 활동할 때는 소유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던 건가요?
우리 멤버가 서로 하고자 하는 음악이 모두 달랐어요. 그걸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죠.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뭔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거든요. 언니, 동생들이 없어서 외롭고 쓸쓸하긴 하지만 온전히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지금이 좋기도 해요. '소유가 이런 노래도 하네'라는 반응을 접하면 정말 기분 좋아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굳어진 저만의 색깔에 갇히지 않아서 좋다고 할까요. 소유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라고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생각 중인 게 소극장 공연이에요. 소소하게, 아담하게 노래하면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거든요.
가장 원하는 반응은 뭔가요?
'이 노래가 힘이 됐어요'라는 반응이에요. 예전에 한 국가대표분이 '좋은 사람'이라는 곡을 듣고 힘이 났다고 말해줘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럴 때 가수로서 보람을 느끼죠. 그래서 메시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효린 씨와 활동 시기가 겹쳐요.
언니의 신곡 '달리'를 듣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언니와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에 감사했죠. 경쟁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언니랑 다르게 가야겠다' '이런 건 피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해내면 되니까요.
최근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에서 코치로 활약했어요. 또 다른 소유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누구를 가르쳐줄 입장인가?'를 곱씹어봤어요. 적어도 연습생 시기를 포함해 지난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전해줄 수는 있지 않을까 싶어 출연을 결심했죠. 저도 회사 내 경쟁을 통해 데뷔했기 때문에 연습생들의 마음을 잘 알아요. 지나고 보니 후회되는 것들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뼈 있는 독한 말도 많이 했군요?
저 진짜 싫은 소리 못 하는 사람이거든요? 자신의 앨범을 만드는데도 스태프들한테 말 못해서 끙끙거리는 사람인데…. 연습생 친구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독하게 말했어요. 덕분에 그 친구들도 잘 마무리한 것 같고요.
같은 소속사 후배들도 출연했어요.
물론 가족 같은 우리 후배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공평하게 심사했어요.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했죠. (안)유진이, (이)채연이가 뽑혔을 땐 뭉클했어요. 채연이가 뽑힐 땐 '이제 끝났다' 하는 안도감과 함께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채연 양에게 했던 조언도 화제가 됐죠.
저 역시 외모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여길 고쳐볼까' '시술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엄청 많이 했죠. 그때 회사에서 "남을 따라가지 말고 너만의 매력을 찾아서 그걸 밀고 나가라"고 조언해줬는데 그 말을 채연이에게 해준 것뿐이에요. "외모 콤플렉스가 있거나 딜레마에 빠져버리면 너의 진짜 예쁜 걸 찾을 수 없어. '나는 멋있어' '나는 예뻐'라고 최면을 걸어야 해"라고요. 아직 어린 친구들이잖아요. 지금 억지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꾸미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예뻐요. 물론 연예인 지망생이라 주변에 예쁜 사람들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내가 사라져버리거든요. '나는 왜 쟤만큼 안 예쁠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원래 지닌 매력조차 잃어버려요. 연예인은 특히 자신감이 중요한 직업이에요.
연예인에게 자신감만큼 중요한 건 연애죠. 사랑이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니까요.
연애요? 연애를 해도 안 한다고 할 거고, 안 해도 안 한다고 할 거예요. 전 공개 연애는 'No'거든요.
왜요?
연애가 인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맞지만 연예인에게는 꼬리표가 되더라고요. 물론 공개 연애를 하면서 '편하다'는 선배들도 있고, '더 불편하다'는 반대파 친구들도 있어요. 저는 다른 남자 가수와 컬래버레이션도 하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꼬리표처럼 붙어서 몰입을 방해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요. 지금도, 앞으로도 공개 연애는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비밀 연애라…. 소유는 사랑을 쟁취하는 편인가요?
저는 사랑을 글로 배웠어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먼저 고백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편이죠. 정말 원하면 쟁취해야 하는데 말예요. 누가 좋아지면 계속 기다려요. 그게 몇 년이 되든요. 소위 짝사랑인 셈이죠.
인터뷰 다음 날, 소유는 <더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제 소유는 '씨스타'가 아닌, 그녀 자신만으로도 충분히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