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계 프랜차이즈 출점 제한에 성장 정체
국내 역차별 규제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대표 업계는 식품업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제과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발목을 잡힌 사이 규제에서 자유로운 외국계 프랜차이즈 빵집이 최근 3년 동안 국내에서 무려 10배 이상 성장하면서 당초 정책 추진과 모순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브리오슈도레, 곤트란쉐리에, 도쿄팡야, 살롱드몽슈슈 등과 같은 외국계 제과업체들은 ‘외국계’ 라는 이유만으로 생계형 적합업종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제과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제과 브랜드는 20여 개가 넘는다. 브리오슈도레의 경우 현재 15개인 매장을 10년 내 약 100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또 곤트란쉐리에도 현재 3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 제과업계 가맹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노후대책이 잘 안 돼 있어 퇴직 후 평생 모은 자본금을 가지고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등이 잘되어 있는 프랜차이즈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고, 이분들 또한 어떻게 보면 소상공인인데 현재 규제는 갑과 을 프레임에 갇혀 대기업은 무조건 ‘악’이라는 구조로 가고 있다”면서 “업계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안 되는 답답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5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특별법’까지 통과되면서 업계는 ‘산 넘어 산’이라는 반응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돼 2013년 3월 제과·제빵업종이 포함됐다. 대기업 제과 프랜차이즈 출점 수가 전년도 말 대비 2% 이내로 제한되고, 비프랜차이즈 동네 빵집과의 거리가 도보 500m 이내일 경우에도 출점에 제한을 받는다. 제과업 적합업종은 지난해 한 차례 연장되며 오는 2019년 2월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법적 강제성이 부여됐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정부의 시정 명령을 어길 시 해당 기간 매출의 최대 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기간 역시 1회 연장이 가능한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달리 5년마다 재연장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사실상 5년간 신규 출점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가맹점 창업 요청이 들어와도 신규 점포를 낼 수 없게 되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출점 제한으로 6년 째 매장 수가 거의 똑같다. 올해도 규제에 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얼마나 출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사실상 프랜차이즈는 브랜드가 살아야 상품 개발도 하고 마케팅도 하고 광고도 할 수 있는데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진입을 제한하고 규제만 하니까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복합 쇼핑몰 ‘심각한 역차별’
대형 마트 역시 역차별 규제로 신음하고 있다. 전통 시장 살리기 차원으로 추진된 대형 마트 의무휴업제가 2012년 3월부터 실시돼 현재까지 약 5년 동안 대형 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영업을 규제해왔다.
하지만 대형 마트 의무휴업제는 시행 목적과 달리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의무휴업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의무휴업이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되려 소비 증대 효과를 제한하고, 민간 소비경제만 위축시킨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대형 마트 의무휴업일에 쇼핑을 어떻게 하느냐’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쇼핑을 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27.8%로 가장 많았다. ‘다른 대형 마트를 찾아간다’라는 답변이 13.1%,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답변이 8.9%를 차지했다. 대형 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 시장을 방문한다는 응답자는 1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전통 시장, 중소 유통업체, 소상공인들의 상황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 시장의 일평균 매출은 규제가 시작된 2012년 4,755만원에서 2013년 4,648만원으로 하락했다가 2014년 4,672만원, 2015년 4,812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나 의무휴업의 본래 취지인 소상공인 보호에는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소비자들의 불편, 내수 부진을 감안해서라도 의무휴업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답답한 것은 복합 쇼핑몰 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형 마트에 이어 복합 쇼핑몰까지 월 2회 의무휴업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애꿎은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업계는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휴무가 강제화될 경우 입점 점포의 과반수 이상인 대기업과 무관한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고스란히 매출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복합 쇼핑몰 전체 매장의 70~80%는 자영업자들이 임대해 운영하고 있으며 대기업 계열 회사가 운영하는 매장은 20~30%에 불과하다. 또 쇼핑몰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아 비슷한 업태와 규모에도 다른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외국계 복합 쇼핑몰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국내에 진출한 대표적 대형 쇼핑몰인 이케아는 복합 쇼핑몰이 아닌 ‘전문점’으로 분류되면서 유통법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가구 전문점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매장에서는 식음료나 생필품 등도 함께 취급하고 있어 사실상 복합 쇼핑몰과 다를 바가 없다.
복합 쇼핑몰 관계자는 “복합 쇼핑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는 현 상황에서 규제가 시행된다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계 대형 쇼핑몰은 오히려 국내 업체 휴무일에 따라 수익이 상승하는 역차별 효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지역에 사람이 몰려야 주변 상권도 살아나는데 사람이 오지 않으면 주변 상권 또한 매출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세법에 멍드는 국내 주류업계
국내 역차별 규제는 주류업계도 피해 가지 못했다. 수입 맥주의 연이은 파격적인 가격인하 공세가 국내 맥주 사업 기반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수입 맥주와 과세표준 차이로 국산 맥주가 사실상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주세법이 수입 맥주에 유리한 구조이다 보니 수입 맥주 가격은 국산 맥주보다 훨씬 저렴하다.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약 3조원. 이 중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약 10%에 불과하지만 일반 소비자(가정용) 시장에서는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사상 최대인 2억 6,309만 달러(약 2,807억원)를 돌파했다. 10년 동안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처럼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보다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고, 그 이면에는 유리한 세금 구조가 뒤따른다. 수입 맥주의 경우 ‘수입신고가격’에 관세를 더한 후 세율(72%)을 곱하기만 하면 되는데, 수입 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대신 유통 과정에서 가격 조정이 자유롭다. 애초에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오는 수입 맥주는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반면 국산 맥주는 출고가에 세율(72%)을 곱한다. 출고가엔 원재료 구매비용, 제조비용, 판매 관리비, 판매 이윤이 포함된다.
‘역차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 대다수 선진국처럼 종가세인 주세를 제조원가에 상관없이 알코올 도수에 따라 같은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