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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이라는 로맨스

아직 젊지만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라는, 그래서 사랑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박서준이라는 청춘.

On September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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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브랜드 CF 전속 모델, 브랜드 평판 1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장식.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에 출연한 박서준이 이뤄낸 성과다. 그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이영준’ 역을 맡아 캐릭터를 어색함 없이 소화한 것은 물론, 상대역인 배우 박민영(‘김미소’ 역)과의 ‘케미’로 <김비서>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 <김비서>는 드라마 화제성 1위를 비롯해 지상파를 뛰어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는 드라마를 통해 박서준이라는 배우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MBC <그녀는 예뻤다>(2015), KBS2 <쌈, 마이웨이>(2017), 영화 <청년경찰>(2017), tvN 예능 <윤식당2>에 이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낸 그에게 ‘대세’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당연지사. <김비서>가 종영한 뒤 만난 박서준은 수줍게 웃었지만 ‘대세’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듯했다.

“끝까지 사고 없이 촬영을 마쳐 기분이 좋아요. <그녀는 예뻤다> 연출부와 함께 작업했는데 이미 친분이 있던 분들이니까 농담도 주고받으며 즐겁게 촬영했죠.”

<김비서>는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이영준을 9년 동안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 김미소가 퇴사를 선언하면서 시작되는 로맨스. 원작인 동명의 웹툰과 웹소설의 인기가 워낙 높았던지라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했을 때 원작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 이 때문에 배우들이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데, 박서준은 오히려 원작을 보고 호감을 가졌다.

“사실 처음부터 원작이 있다는 걸 알진 못했어요. 출연 제의가 왔을 때 회사에서 원작이 있다고 하길래 봤는데 재미있었고 캐릭터에 끌렸어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설정의 캐릭터를 언제 또 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구미를 자극했죠. 이 캐릭터를 내가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궁금증 때문에 시작했어요. 박서준이 해석한 영준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박서준은 웹툰을 보며 캐릭터의 분위기와 의상을 그렸고, 소설로 캐릭터의 감정을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더 커졌단다.

“<청년경찰>을 함께 한 김주환 감독의 차기작인 영화 <사자> 촬영이 곧 시작돼요. 솔직히 말하면 촬영을 기다리는 동안 몸이 근질근질하더군요. 그 기간에 할 수 있는 작품을 찾던 중에 <김비서>를 만났어요. 당시 대본도 미흡했고 편성도 안 됐었는데 단순히 캐릭터에 끌렸어요. 기회가 되면 이 역할을 맡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에 편성이 됐고 감독님이 결정됐어요. 첫 회가 방송되기 3주 전부터 촬영을 시작했으니까, 사실 대본을 분석할 시간은 부족했어요. 캐릭터 때문에 선택했지만 어쨌든 ‘로코’라는 장르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어요. 장면 하나하나에서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후반부에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잘 마무리한 것 같아요.”

박서준은 제작발표회 당시 원작과 싱크로율에 대한 걱정을 내비친 바 있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있었다며 얼굴만 봤을 땐 부족할 수 있지만 자신의 연기를 지켜봐달라고 이야기했던 것.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도전이었어요. 그런데 어차피 현실에서 그림체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으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캐릭터가 갖고 있는 관계,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있었죠. 그 감정을 잘 살리면 무리한 설정의 캐릭터라도 설득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도 얼굴이 같지 않으니 최대한 접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은 원작의 느낌을 고수하려고 했죠. 날씨가 더워지면 후회할 것을 알았지만 웹툰에서처럼 스리피스 슈트를 고수했어요. 완벽하게 세팅한 모습이 이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라고 여겨서 몸에 딱 맞게 제작해 입었어요. 마치 갑옷을 입고 전투 신을 촬영하는 것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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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자존감이 낮아요

박서준은 이영준 역할을 소화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것. 아직까지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박서준은 수줍지만 명확하게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지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결과물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하고, 최소한의 아쉬움만 남기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자신을 비관적이고 냉정하게 보려고 했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자존감이 낮았어요. 그런데 스스로를 사랑하는 영준이를 연기하면서 그동안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를 아끼고 칭찬하는 것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자신에게 관대해지자고 마음먹었죠. 물론 아직도 칭찬을 들으면 어색해요. 잘한 게 없는데 좋게 봐주시는 것 같거든요.”

아직까지도 아쉬운 점이 마음에 걸린단다. 자존감이 높아졌지만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이 있고, 드라마에서 어린 시절 유괴를 당해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지닌 이영준처럼 박서준 역시 콤플렉스가 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이 많아요. 예를 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장면을 촬영할 때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현장에 있으면 그분들이 저를 지켜보는 시선이 온몸으로 느껴져 감정이 잡히지 않아요. 그럴 땐 스태프들이 자리를 피해주곤 하는데, 차차 고쳐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라도 집중해야 하는데 내공이 부족한 거죠. 트라우마는 없지만 콤플렉스는 많아요. 일단 데뷔 전엔 외모가 콤플렉스였어요. 외모 지적을 많이 받아 배우란 꿈에 대해 고민했거든요. 물론 과거에 제 외모를 지적한 분들 중에 지금은 좋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또 말투도 콤플렉스였어요. 지금보다 어눌했고 아이 같은 말투라 남자답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콤플렉스를 만들어주신 분들도 감사해요. 콤플렉스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 이젠 좋은 평가를 들을 때도 있거든요. 앞으로도 부족한 점은 최대한 빠르게 보완하고 싶어요.”

이런 모습이 박서준을 지금 위치에 다다르게 했을까? 박서준은 드라마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의 배우 인생 자체가 청춘물과 비슷하달까. KBS2 <드림하이2>(2012)를 시작으로 MBC <금 나와라 뚝딱!>(2013), SBS <따뜻한 말 한마디>(2013), tvN <마녀의 연애>(2014), MBC <킬미힐미> <그녀는 예뻤다>, KBS2 <화랑>(2016), <쌈, 마이웨이>까지 드라마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박서준은 자신만만하게 자랑할 수 있는 자신의 장점으로 ‘끈기’를 꼽았다.

“저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졌어요. 할 때까지 해보는 책임감이 있어요. 100%까지는 아니어도 98%까지 가보자고 생각하죠. 그런 태도가 지금의 절 만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누군가를 평가할 때 결과, 지표가 기준이 되잖아요. 그런데 사실 제가 시청률이 잘 나온 적은 없거든요. 이번에도 tvN 내에선 평가가 좋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최고 시청률엔 못 미쳤어요. 최고 시청률이라면 20%는 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웃음) 하지만 주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으려고요. 평가를 고려했다면 시청률이 반등하기 좋은 사건 중심의 작품을 선택했겠죠. 사건보다는 캐릭터의 감정선이 중요한 <김비서>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박서준은 인터뷰 중간중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틀 안에 자신을 가두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며 활동하겠다는 것.

“데뷔 초에 ‘좌우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무엇이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어요. 그 마음에 변함은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좌우명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전 좌우명이 없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어떤 말을 하면 제가 말 안에 갇히는 것 같더군요. 예를 들어 ‘나는 정직한 사람이어야 해’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부터 행동에 제약이 걸리는 거죠. 그래서 범법 행위가 아니라면 기준을 정해서 그 안에 저를 가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좌우명은 짓지 않으려고요. 요즘엔 어떤 작품을 어떻게 해 나갈까가 관심거리예요. 데뷔하기 전에 친한 형들에게 데뷔 후 무엇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울지 고민될 거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지금이 그 순간 같아요. 어떤 작품을 선택해 어떻게 연기해 나가느냐가 고민이에요. 작품을 하다 보면 또 다른 관심사가 생기고, 인생에 변화도 생기지 않을까요? 그 변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려고요.”
 

박서준이 사랑하는 법

5.8%의 시청률로 첫 방송을 시작한 <김비서>는 8.6%(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주연 배우인 박서준, 박민영의 인기도 높아졌고 이는 두 사람의 열애설로 이어졌다. 첫 방송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서준과 박민영이 열애 중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해 드라마 종영 이튿날 기사화됐다. 박서준은 이를 두고 ‘로코’라는 장르의 특성상 당연한 수순이라고 이야기했다.

“<김비서>는 영준이와 미소의 감정선이 중요했어요. 두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둘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죠. 두 캐릭터에게 9년이란 시간이 쌓이는 동안 어떤 사건이 있었을지, 또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 어떻게 신뢰가 쌓였고 관계가 형성됐을지 염두에 두고 연기했죠. 자연스레 민영 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요. 다른 작품을 할 때처럼 똑같이 노력했지만 이 작품에서 유독 그렇게 보였다면 아마 캐릭터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요?”

박서준과 박민영은 보도 직후 “친한 동료 사이”라고 열애설을 일축했지만 온라인상에선 두 사람이 열애 중임을 뒷받침(?)한다는 증거들이 제시됐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곳을 여행했다든가 같은 패션 아이템을 착용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심지어 박서준이 연예인 야구팀에서 착용하는 유니폼의 등 번호인 34가 박민영의 생일인 3월 4일을 뜻한다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저도 그 증거(?)들을 봤어요. 굉장히 짜깁기를 많이 했더군요. 여행을 같이 갔다든가 아이템이 겹친다고 하는데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에요. 제 출입국 날짜를 보여드려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죠. 비슷한 아이템을 착용하는 건 당시 유행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누구나 겹칠 수 있고요. 그렇게 치면 전 저스틴 비버와도 연애를 하는 게 아닐까요? 유니폼 등 번호의 경우, 제가 봐도 그렇게 보일 만하더군요. 처음 등 번호를 선택하려고 했을 때 27번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미 누군가의 번호라고 하기에 다음 번호인 28번을 골랐죠. 이후 고척 돔 자선 경기 전에 유니폼을 바꾼다기에 등 번호를 34번으로 바꿨어요. 당시 좋아하던 뉴욕 메츠 소속의 야구 선수 노아 신더가드의 등 번호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해명을 해도 이미 열애 중이라고 믿고 싶은 분들은 제 이야기를 핑계라고 느끼실 거예요. 성격상 구차하고 구질구질하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많은 분이 궁금해하니 해명했습니다.”

박서준은 이후 사랑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장점이 뭘까 고민하고 예쁘다는 생각도 했으니 호감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고, 사람 일은 모르기 때문에 길게 봐야 하는 것 같다며 열애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화제를 불러오자 그는 재차 열애 가능성에 대해 열어둔 것이지 특정 인물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상대방이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열애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는 것.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쳤지만 박서준은 언젠가 사랑을 할 것이라며 대화가 잘 통하는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이야기했다.

“과거엔 외모를 많이 고려했던 것 같아요.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지만 대화가 잘 통하는 분이 좋아요.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 끌려요. 코드가 잘 맞아야 하고요. 진부하지만 그런 분이 좋더군요. 주변에서 제일 만나기 어려운 스타일이라고 하던데,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이상형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죠? 저도 영준이처럼 순애보적인 사랑을 꿈꿔요. 아직 어리긴 하지만, 또 많이 어린 나이도 아니라서 신중하려고요.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하려고 해요.”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의 애티튜드에서 당당함이 묻어났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이번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언젠가 그가 그릴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알려지면 불편할 것 같아 공개 연애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는 박서준의 연애가 기다려진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제공
어썸이엔티
2018년 09월호
2018년 09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제공
어썸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