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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서로, 소설 <피프티 피플>
연남동 골목에 위치한 책방서로는 한국 소설 중심의 동네 서점이다. 소설가 정용준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속 “소설이 세계를 바꿀 수 없겠지만 사람은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로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주기적으로 독서 모임도 열리는 책방서로에서는 <피프티 피플>(정세랑, 창비)을 이 가을을 풍요롭게 하는 도서로 꼽았다.
“수도권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연결된 50여 명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정세랑 작가 특유의 따스함으로 주인공들의 손을 맞잡아주고, 지금의 아픔이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루시드폴의 ‘아직, 있다’와 어울리는 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길 바랍니다.” -
고요서사, 산문집 <슬픈 인간>
남산 아래 언덕길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해방촌의 오래된 벽돌집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서점이다. 소설·시·에세이, 이른바 문학 중심의 서점을 지향하는 이곳에서 가을의 고요한 세계를 위해 추천하는 책은 <슬픈 인간>(나쓰메 소세키 외 13명, 봄날의책)이다.
“가을은 ‘산문’을 읽기 좋은 계절이에요.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식어갈 때쯤 눈으로 읽고 마음을 채우기 좋은 장르가 산문이죠. 한여름에 밀도 높은 소설을 실컷 읽었다면 더욱 그럴 거예요. <슬픈 인간>에는 문학을 전공한 번역가가 일본 도서관을 뒤져 찾아낸 보석 같은 글이 빼곡해요.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등 유명 일본 작가들의 짧은 산문이 들어 있죠. 유명 작가뿐 아니라 하야시 후미코, 가타야마 히로코 등 알려지지 않은 여성 작가들의 글 또한 매력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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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바이북, 자기계발서 <굿 라이프>
일명 ‘책맥(책과 맥주)’의 원조로 통하는 북바이북은 광화문에 터를 잡았다. 광화문점이 더 특별한 이유는 KEB하나은행과 의기투합해 동네 서점과 동네 은행이 결합한 서점을 탄생시켰다는 것.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 서점에서 추천한 도서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를 종합해 펴낸 <굿 라이프>(최인철, 21세기북스)다.
“행복에 관한 책은 아주 많습니다. 그만큼 행복해지고 싶으면서도 어떻게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여전히 헤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죠. 저자는 행복한 삶이란 가슴에 관심 있는 것 하나쯤을 담고 사는 삶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막상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관심을 갖고 있는 게 맞는지 고민하면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 많은 시간을 놓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거창한 행복보다는 조금은 힘을 뺀 행복을 찾는 것은 어떨까요? 행복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을 찾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
온다빌레, 산문집 <소란>
이탈리아어로 파도를 뜻하는 ‘온다(Onda)’와 ‘가능한’이란 뜻의 ‘-abile’을 합성한 이름의 온다빌레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곳이다. 한 공간에서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읽고 느낄 수 있는, 마음에 파도가 치게 만드는 그런 곳이다. 따로, 또 같이 물결치고 일렁이길 바라며 온다빌레가 추천한 도서는 시인 박연준의 첫 산문집 <소란>(박연준, 북노마드)이다.
“바다에 서 있으면 파도가 밀려올 것을 알면서도 두근거리죠. 파도는 그런 존재입니다. <소란>은 파도 같은 책입니다. 설렘 없는 일상이 따분할 때, 나를 마주하고 싶을 때, 소란스러운 내면을 쓸어내리고 싶을 때 읽기 좋죠. 파도가 일으키는 소란이 나를 내일로 이끌어주듯이, 이 책이 독자를 두근거리게 만들 거예요.”
어쩌다책방, 소설 <비수기의 전문가들>
날로 오르는 임대료를 피하려고 모인 이들의 복합 상점 ‘어쩌다가게’에 있는 어쩌다책방은 매달 이달의 작가를 선정한다. 이달의 작가가 서평과 함께 10권의 책을 추천하는데 작가가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 인기가 좋으며, 이달의 작가가 추천한 도서가 매달 베스트셀러가 되곤 한다고. 이 서점에서는 8월의 작가 김한민이 내놓은 <비수기의 전문가들>(김한민, 워크룸)을 가을의 도서로 추천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면 넘쳐나는 사람들로 성수기를 맞았던 관광지에 점차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비수기를 맞이합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요? 김한민 작가는 대다수가 지지하는 사람, 생각, 물건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고, 말이 없는 것들에 귀를 기울입니다. 인생의 성수기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분들에게 권합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유가 아닌,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이유를 지켜보며 숨 고르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성수기는 다시 돌아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