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FUTURISM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와 섹시한 여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번쩍이는 메탈 소재로 무장한 스페이스 룩이 또 한 번 런웨이를 점령했다. 연말 파티 룩으로 각광받으며 F/W 시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소재지만, 올 시즌에는 포멀한 드레스뿐 아니라 재킷, 코트, 스커트, 팬츠부터 액세서리까지 메탈릭 패브릭으로 선보이며 반사판 효과를 제대로 경험해볼 기회를 제공 중이다. 스팽글 드레스에 캐주얼한 후드 집업을 걸친 파코 라반, 화이트 블라우스에 플라워 프린트 메탈릭 원피스를 매치한 마르퀴스 알메이다처럼 데일리 룩과 글리터링 아이템의 매치에서 시작해 발망처럼 올 실버 룩에 도전해볼 것.
NEON SIGN
네온 컬러가 바캉스 시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아찔하게 눈부신 광채로 잠잠한 계절을 밝히는 네온 컬러가 새 시즌 패션계를 접수했으니까. 프라다, 마르니, 모스키노 등은 눈이 시린 컬러를 믹스매치해 네온사인이 필요 없을 만큼 현란한 네온 룩으로 시선을 강탈하며 유행을 예고했다. 찔끔찔끔 포인트 컬러로 활용하는 대신 과감하게 옷 전체를 네온 컬러로 선택해 제대로 눈에 띄는 것이 이번 시즌식 트렌드를 즐기는 방법. 겐조, 쿠시니 에 옥스, 발망 등이 선보인 차분한 디자인에 과감한 컬러를 더해 우아한 멋을 곁들인 반전 매력의 네온 룩이라면 한결 만만하게 시도해볼 만하다.
WILD WORLD
얼룩말은 널따란 초원 위를 가로지르고, 호랑이와 표범이 거칠게 포효하는 정글의 세계가 런웨이 위에 펼쳐졌다. 톰포드, 돌체앤가바나, 빅토리아 베컴, 막스 마라, 로베르토 카발리 등 수많은 디자이너는 다채로운 애니멀 패턴을 활용한 룩을 앞세워 야생의 매력에 함께 빠져볼 것을 종용했다. 각기 다른 컬러와 패턴을 믹스매치해 야생미를 온전히 드러내는 글램 룩이 이번 시즌 트렌드를 즐기는 방식! 애니멀 패턴 특유의 '쎈 언니'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면, 볼캡으로 스트리트 무드를 가미한 시모네타 라비짜, 컬러풀한 지브러 패턴의 오버올로 힘을 뺀 애슐리 윌리엄스처럼 캐주얼한 터치를 더하면 쿨하고 시크한 애티튜드가 곁들여진다.
A FOLK SONG
할머니의 애장품인 빈티지 스카프를 이어 만든 듯한 화려한 패턴이 런웨이에 대거 등장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마린 세르, 구찌, 토가, 리처드 퀸 등 수많은 디자이너의 손끝을 거친 레트로 무드의 패턴이 자유분방함과 고전적 낭만이 버무려진 묘한 분위기의 뉴룩으로 재해석돼 올 시즌 트렌드를 견인한 것. 재킷이나 드레스 등 한 가지 아이템만으로도 에스닉한 매력을 발산하지만 베르사체, 구찌 등의 쇼처럼 레터링 티셔츠와 볼륨이 풍성한 여성스러운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에스닉한 드레스에 투박한 스니커즈를 신는 식의 새로운 조합은 동시대적 보헤미안 룩을 연출하는 스타일링 '치트키'다.
BIGGER & BIGGER
경쟁하듯 겹겹이 껴입는 대담한 레이어드, 과시하듯 어깨를 부풀린 파워 숄더, 땅에 닿을 듯 압도적인 길이! 과장된 실루엣으로 몸집을 한껏 부풀린 맥시멀리즘이 올 시즌 트렌드에 이름을 올렸다. 아빠 옷처럼 큼직한 아우터 하나는 기본 중의 기본, 아우터 2~3개로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있는 힘껏' 켜켜이 껴입고 몸집을 거대하게 부풀려 다다익선의 미덕을 실현한 것. 거기에 컬러와 패턴의 구성까지 치밀히 계산해 멋을 더했으니, 멋 부리다 얼어 죽을 염려 없는 완벽한 겨울 트렌드다. 적어도 올겨울만큼은 부해 보여도 괜찮다. 레이어드로 부풀린 몸집이 패피의 상징이 될 테니까.
CLEAN LEATHER
올 시즌 디자이너들은 소재의 한계에 도전하라는 특명이라도 받은 듯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환골탈태한 다채로운 가죽의 향연을 선보였다. 바이커 재킷으로 대표되던 가죽의 투박한 이미지를 훌훌 날려버릴 얌전하고 차분해진 레더 아이템으로 런웨이를 빼곡하게 채워낸 것. 날렵한 디자인의 코트부터 우아한 실루엣의 드레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며 멋을 더하는 케이프 등 다양한 아이템에 블랙, 브라운, 캐멀부터 그린, 블루, 핑크까지 매력적인 컬러를 차례로 소환하니 당장 뺏어 입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다. 이제 보디라인을 타고 흐르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뉴 레더 룩의 완벽 소화를 위해 슬림한 몸매 만들기에 집중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