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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리스 디자인, 찰스 앤 레이 임스

20세기 디자인을 대표하는 인물을 얘기할 때 찰스 앤 레이 임스 부부는 단연 선두에 있을 것이다. 그들이 1940년대에 디자인한 가구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On July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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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부부다.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레이 임스(Ray Eames) 부부 역시 그렇게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임스 룩(Eames Look)’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디자인 역사의 중요한 존재가 됐다. 1912년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난 레이 임스는 무용을 공부하다 그만두고 유명 디자인학교인 크랜브룩 아카데미(Cranbrook Academy)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07년 역시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찰스 임스도 그녀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며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찰스가 건축의 대가인 에로 사리넨(Ero Saarinen)과 함께 설계공모전을 준비할 때 레이가 그들을 보조한 것을 계기로 둘은 함께 일하게 된다. 건축을 전공한 찰스와 회화를 전공한 레이는 그만큼 다른 감성과 능력을 갖고 있었고, 서로가 일과 가정에서 완벽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량생산된 아름다운 의자들

결혼과 동시에 그들만의 연구소를 오픈한 임스 부부는 합판,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등을 소재로 한 의자 디자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45년 첫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는데 바로 ‘DCW(Dining Chair Wood)’와 ‘LCW(Lounge Chair Wood)’였다(이들이 만든 의자 이름은 대체로 줄임말이 많은데, 사용 공간과 소재를 합쳐 만든 것이다). 이 의자들은 나무 합판을 기계로 눌러 만드는 성형 합판 기술로 제작했는데, 당시에는 모두 놀랄 만큼 무척 획기적인 기술과 디자인이었다.

인체를 가장 편안하게 감싸주는 유기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는 이 의자들은 1999년 <타임> 매거진에서 ‘세기의 의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대량생산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였다. 임스 부부 역시 이를 토대로 1950년에 신소재인 강화 유리섬유를 사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의자들을 만들었다. 그들의 디자인은 세계적인 가구 회사인 허먼 밀러(Herman Miller)를 만나며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됐고, 그렇게 생산된 의자가 DAR(Dining Armchair Rod), RAR(Rocking Armchair Rod), DKR(Dining Bikini Rod) 등이다. 이 의자들은 가볍고 튼튼하며 가죽이나 나무 소재 의자보다 가격도 저렴해 가정은 물론 학교, 공항, 오피스 등 공공시설로도 빠르게 보급됐다. 이 중 DKR은 성형 와이어를 연결해 만든 의자로 의자의 다리 모양이 에펠탑과 비슷하다고 해서 ‘에펠(Eiffel) 체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제품은 지금도 허먼 밀러와 비트라(Vitra)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임스 부부가 1951년에 디자인한 의자, ‘DKR’. 바닥과 등받이가 일체형이다.

임스 부부가 1951년에 디자인한 의자, ‘DKR’. 바닥과 등받이가 일체형이다.

임스 부부가 1951년에 디자인한 의자, ‘DKR’. 바닥과 등받이가 일체형이다.

 에펠탑을 닮은 다리로 유명한 의자, ‘DAR’, 다양한 컬러의 흔들의자 ‘RAR’.

에펠탑을 닮은 다리로 유명한 의자, ‘DAR’, 다양한 컬러의 흔들의자 ‘RAR’.

에펠탑을 닮은 다리로 유명한 의자, ‘DAR’, 다양한 컬러의 흔들의자 ‘RAR’.

예술과 실용을 모두 만족시키다

임스 부부가 만든 제품을 보면 “디테일이 디자인을 만든다(The Details are not the details. They make the design)”라는 그들의 말이 떠오른다. 실용적인 가구와 예술적인 가구의 구분이 뚜렷했던 시기에 그들은 디테일이 살아 있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구로 그 경계를 허물었다. 그들이 당시에 선택한 컬러 또한 지금 봐도 충분히 과감하고 매력적이다. 1948년에 제작된 ‘라 셰즈(La-Chaise)’는 프랑스계 미국 조각가인 개스통 라셰즈(Gaston Lachaise)의 조각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우아한 곡선이 살아 있는 플라스틱 의자다. 임스 부부의 다른 의자들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고 제작 과정도 쉽지 않았던 이 제품은 단순한 의자가 아니라 예술품에 가깝게 느껴진다. 찰스 임스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1956년에 만든 ‘임스 라운지 체어 앤 오토만(Eames Lounge Chair and Ottoman)’은 플라이우드와 가죽으로 만들어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다. 이 의자는 찰스 임스의 친구이자 영화감독인 빌리 와일더를 위해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작품이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광고에 이 의자에 앉은 장면이 등장해 ‘대통령 의자’로도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임스 부부에게 손자가 생기자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도 했는데 그중 ‘코끼리 의자’라고 부르는 ‘엘리펀트(Elephant) 체어’는 1940년대 중반에 합판을 구부려 만든 것으로 당시에는 생소했던 합판이 가구 제작에 널리 사용될 수 있는 소재임을 증명했던 작품이다. 굵은 철사 프레임에 9가지 색상의 14개 나무 볼이 달린 형태의 옷걸이, ‘행 잇 올(Hang-It-All)’도 그들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임스 부부가 손자들을 위해 만든 컬러풀한 옷걸이, ‘행 잇 올’.

임스 부부가 손자들을 위해 만든 컬러풀한 옷걸이, ‘행 잇 올’.

임스 부부가 손자들을 위해 만든 컬러풀한 옷걸이, ‘행 잇 올’.

아이들을 위한 코끼리 모양의 일체형 의자, ‘엘리펀트’.

아이들을 위한 코끼리 모양의 일체형 의자, ‘엘리펀트’.

아이들을 위한 코끼리 모양의 일체형 의자, ‘엘리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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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스 부부가 직접 디자인한 그들의 집,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No.8’의 외부.

임스 부부가 직접 디자인한 그들의 집,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No.8’의 외부.

 

아름다운 임스 하우스

직선을 강조하고 색감이 살아 있는 임스 하우스의 내부.

직선을 강조하고 색감이 살아 있는 임스 하우스의 내부.

직선을 강조하고 색감이 살아 있는 임스 하우스의 내부.

생활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일과 가구 제작에 투자했던 임스 부부에게 집은 작업실이자, 스튜디오이자, 휴식처였다. 그들은 1949년 미국 잡지 <아트 앤 아키텍처(Arts and Architecture)>의 편집장 존 엔텐자가 기획한 주택 사례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설계하는 공사에 참여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Case Study House) #8’다.

당시 주택들은 벽돌이나 목재, 시멘트를 재료로 한 집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집은 철과 유리를 주재료로 한 것부터 남달랐다. 철과 유리는 미국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여서 시공비가 저렴했고, 수직·수평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시공 과정도 간단했던 그들의 집은 설계부터 완공까지 잡지에 특집으로 소개돼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예술적인 모더니즘이 살아 있는 이 집에는 레이 임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거주했으며, 현재도 그들이 살았던 그대로 보존돼 임스 마니아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

1978년 8월 21일 찰스 임스가 세상을 떠난 후 우연하게도 10년 뒤 같은 날인 1988년 8월 21일에 레이 임스가 눈을 감았다. <워싱턴 포스트>가 당시 “이들 덕분에 지난 20세기의 앉는 방법이 바뀌었다”고 보도한 것처럼 임스 부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물론, 그다음 세대의 삶과 일상까지 기분 좋게 바꿔놓을 것이다.

CREDIT INFO
정윤주
사진제공
루밍(02-599-0803), 비트라(02-545-0036), 에이치픽스(02-3461-0172), 에이후스(02-3785-0860), 이노메싸(02-3463-7710), 짐블랑(070-8842-0835), 찰스 앤 레이 임스 공식 홈페이지(www.eamesoffice.com)
2018년 07월호
2018년 07월호
정윤주
사진제공
루밍(02-599-0803), 비트라(02-545-0036), 에이치픽스(02-3461-0172), 에이후스(02-3785-0860), 이노메싸(02-3463-7710), 짐블랑(070-8842-0835), 찰스 앤 레이 임스 공식 홈페이지(www.eamesoffi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