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는 의자와 조명은 윤지영 씨가 애정하는 오브제. 햇빛이 잘 드는 거실에 놓인 가구들이 각각의 개성을 뽐내며 아늑함을 전한다. 암체어 세덱, 스툴 무인양품, 레드 체어 찰스임스 by 비트라, 벽 조명 플로스 by 에이후스, 천장 조명 잉고마우러, 티 테이블 &벤치 직접 제작.
@sb.2010
자유자재로 놓인 체어와 정성이 깃든 정갈한 가구가 무심하게 놓인 듯한 거실 사진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흔히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TV와 소파가 놓인 정형화된 거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천천히 들여다보니 '새롭다'는 단어만이 이 집을 설명할 수 있을 듯했다.
건축 디자인 회사 '수퍼 파이 디자인 스튜디오'의 박재우 소장과 공간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윤지영 씨,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성빈이가 살고 있는 이 집은 지난해 봄, 세 가족이 공들여 완성한 '로빈 하우스'(로빈은 아들 성빈이의 영어 이름)다. 공들였다고 표현한 건 박재우 소장이 공간에 어울림을 위해 테이블, 체어, 침대 등의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거니와 스타일리스트인 윤지영 씨가 가족의 다양한 취미 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하게 고려해 스타일링한 덕에 감각적인 면과 편의적인 면의 조화가 완벽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만을 위한 집 짓기를 꿈꿨지만 마음에 드는 땅을 찾기도 어려웠고 초등학생인 아이를 위해 아직은 생활의 편의성이 큰 아파트를 포기할 수 없더라고요. 방 개수가 최대한 많이 나올 수 있는 아파트를 찾았죠. 가족마다 각자 취미도 다양하고 건축 디자인을 하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오피스 공간도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부부는 무엇보다 반듯한 아파트 구조보다는 '미로 찾기'를 하는 것처럼 궁금증을 유발하는 공간을 계획했다. 내력벽이 거의 없는 덕에 아들 성빈이의 레고방과 교구방 사이에 벽체를 없애고 유리문을 세워 서재를 만들고 주방 벽을 사다리꼴 모양 벽체로 시공하는 등 벽 자체를 없애고 새로 세우는 식으로 새로운 구조로 해석했다. 유니크한 구조 속에 놓인 가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프리츠한센, 아르텍 등 1950년대 미드센트리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 가구들과 직접 제작한 가구, 오래전 구입해 리폼한 의자, 어머니가 물려주신 나전칠기 장 등 시공을 초월하는 다양한 가구가 이질감 없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히스토리가 있는 제품을 좋아해요. 집 곳곳에 직접 리폼하고 제작한 가구들도 있고요. 미니멀한 새하얀 공간에 따뜻한 이야기를 더할 수 있는 요소니까요." 이 모든 디테일을 더했지만 공간 전체에 은은한 여백이 느껴지는 로빈 하우스. 이곳에 채워질 가족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