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자’형 주택의 중심에 위치한 중정. 볕 좋은 날에는 가족끼리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바비큐 파티를 연다. 중정 한편에는 흙과 식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텃밭도 있다.
구석구석 햇빛이 닿는 집
스튜디오 셉템버 문병경 대표의 집은 따뜻하다. 실내는 온통 화이트 컬러로 가득하지만 보통의 아파트 인테리어와 달리 차가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과 가까운 공간을 찾아 옮기고 싶었어요. 마당에 흙도 있고, 나무도 있고, 빨래도 널 수 있는 그런 집이오.” 어릴 적 소박한 시골 동네에서 자란 그녀는 자신이 느꼈던 감성과 추억을 아이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어 편리한 아파트 생활을 버리고 주택살이를 결심했다. “도심에서 벗어난 이상 테라스나 마당이 있었으면 했어요. 겨울에도 춥지 않을 만큼 볕도 잘 들고, 내부 공간도 너무 크지 않았으면 했죠.”
오랜 시간 집을 찾다 마음속에 그리던 집을 발견했다는 그녀. 이 집은 ‘ㅁ자’ 구조로 1층에는 데크가 깔린 중정, 2층에는 서재에서 연결된 널찍한 테라스가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다. 게다가 창이 모두 중정을 향해 나 있어 어느 공간에 머물러도 볕이 잘 들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프라이빗한 가족 공간을 꼭 갖고 싶었어요. 이 집의 중심인 중정이 바로 그곳이죠.” 중정을 중심으로 집 안 곳곳이 문과 창문으로 연결돼 있어 시선과 동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뿐 아니라 외부와는 철저히 분리된 공간이라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이맘때부터는 근처에 사는 지인들을 불러 함께 바비큐 파티를 열거나 아이들과 함께 볕을 쬐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병경 대표 가족만의 행복한 공간이다.
‘따로 또 함께’가 가능한 집
문병경 대표 부부가 주택살이를 결심한 건 순전히 아이들 때문이었다. 도심에서만 자라온 찬휘와 아휘의 비염과 아토피가 심해진 데다 일 년에 반은 해외 출장 중인 아빠와, 포토그래퍼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바쁜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던 부부는 마당, 테라스와 같은 야외 공간뿐 아니라 함께 모여 공부하고 취미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족 공유의 공간을 집 안 곳곳에 배치했다.
“아이들을 위해 고민했던 공간은 서재와 중정이었어요. 컴퓨터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아빠, 늘 사진 작업 중인 엄마와 함께 아이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2층의 가장 넓은 공간에 가족 모두의 책상을 모아 남편과 제가 일과 작업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질문을 받을 수 있는 서재를 만들었어요.” 집의 중심인 중정에는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의자를 놓고 작은 텃밭을 만들어 책도 읽고, 낮잠도 잘 수 있는 휴식 및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공간에 따라 삶이 변한다고들 하잖아요. 아파트에서 살 때는 거실에서 숙제하고, 책도 읽고, 간식도 먹던 아이들이 이제는 밥을 먹기 위해서는 1층 다이닝 공간에 가고, 숙제는 2층 서재에서 하고, 취미 활동과 잠잘 때는 각자의 방으로 가는 등 공간을 기능적으로 분류해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공동생활과 사생활을 구분하게 된 것 같아요.”
주택에 살기 시작한 뒤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풍경이 다양해졌다는 문병경 대표. 누구나 꿈꾸는 아이들과의 ‘따로 또 함께’, 행복한 공존이 가능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