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들은 결혼을 기점으로 인생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곤 한다. 결혼 후 '워킹 우먼'에서 '육아맘'이 돼 경력이 단절되고 다시 워킹 우먼이 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조영림·유지애 씨는 새로운 직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Q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유지애 어릴 때부터 사진을 좋아해 사진을 전공하고, 결혼 전까지 포토그래퍼로 일했어요. 3년 전에 결혼하면서 1년 이상 공백 기간이 생겼죠. 일을 하다가 안 하니까 무기력해지고 불안한 마음이 들어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래서 구직 활동을 하던 중에 내 사진을 판매할 수 있는 '픽스타(PIXTA)'라는 플랫폼을 알게 됐고, 지난해 4월부터 픽스타의 스톡사진 작가(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영림 결혼 26년 차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2000년에 성당 신부님에게 사진을 처음 배우고 취미로 사진을 찍었어요. 2012년 큰아들이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면서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저도 사진학과 편입을 목표로 입시 준비를 했어요. 면접 자리에서 사진학과 교수님이 제 포트폴리오를 보시고 "그냥 사회에서 만납시다"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40대 중반이었으니 나이가 많아서 그랬겠죠.(웃음) 이후 '픽스타'를 알게 돼 일을 시작했어요. 모르는 건 차근차근 배우면서 보람을 느꼈죠.
Q 다시 직업을 가지니 어떤 점이 좋은가요?
조영림 결혼 전 2년 동안 교사로 일하고 20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아이들을 키우는 기간도 즐겁게 지냈어요. 그런데 포토그래퍼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니 나를 찾는 곳이 있다는 게 참 좋아요. 또 사진은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작업이라 더욱 즐겁죠. 친구들 중에는 아이를 다 키우고 허무해서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제 능력을 인정받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입도 생겨 정말 좋아요. 취미로만 찍던 사진이 픽스타를 통해 대형 마트 광고에도 사용되고, 지난달에는 제가 번 돈으로 남편까지 온 가족이 유럽 여행을 다녀왔어요.
유지애 계속 포토그래퍼로 일했지만, 스톡사진은 새로운 분야라 더 설레고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정물이나 풍경 사진을 주로 찍었는데 스톡사진 일을 하면서 인물 촬영을 주로 해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꽤 좋았어요. 현장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항상 즐겁죠. 다양한 주제로 여러 분야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또 평생 직업으로 할 수 있어서 더 좋아요.
Q 스톡사진 작가는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부들에게 매력적인 일인 거 같아요.
조영림 맞아요. 픽스타 크리에이터로 등록되면 집안일과 병행하면서 자유롭게 사진 촬영을 하고, 사진을 업로드하면 세계 전역에 사진을 팔 수 있어요. 재능과 열정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거죠. 특히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재취업이 어렵잖아요. 그런 여성에게 좋은 대안인 것 같아요. 17년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찍은 수많은 사진이 그냥 사장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내 사진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진이라는 게 정말 뿌듯해요. 앞으로는 작품 사진 활동도 하고 싶어요.
유지애 결혼하고 1년 정도 쉬면서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구직 활동을 할 때, 주부다 보니 제한이 많았어요. 소방 공무원인 남편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고려해야 했고, 출퇴근 거리 등 많은 것이 걸림돌이었죠. 스톡 사진 작가는 스스로 일을 계획하고 시간을 조절해 할 수 있어요. 시간 활용이 자유로워 현재 중학교에서 아이들 사진 수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두 가지 다 저에게는 소중한 일이죠.
Q 사진을 좋아하는 주부들, 혹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주부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요?
유지애 부지런히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어필하면 길은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크리에이터를 위한 교육도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어 사진에 관심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분야예요. 여성들도 열정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으면 좋겠어요.
조영림 저는 전업주부일 때 홈페이지도 만들고 교육 사이트 등에 글과 사진을 올려 주부들과 소통하면서 살았어요.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그걸 즐기며 열심히 했죠.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기회가 생겨요. 많은 전업주부들이 저처럼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