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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의 생각

“납득이 안 가, 납득이”로 스타가 된 조정석은 이후 영화와 드라마, 연극, 뮤지컬을 오가며 숨 가쁘게 달렸다. 어느덧 독보적인 배우가 된 조정석의 지금 이야기.

On March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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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한파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던 어느 날 조정석을 만나러 나섰다. 으슬으슬 떨며 들어선 인터뷰 현장에선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곡명은 '작은 별'. 대한민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 익숙한 곡이었지만 연주자는 사뭇 진지했다. 틀린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쳤다. 신중함이 느껴지는 연주에 웃음이 터졌다. 웃음소리가 들리자 연주가 멈췄고, 조정석이 머쓱해하며 들어섰다.

"드라마 <투깝스> 촬영이 끝나자마자 연극 <아마데우스> 연습에 합류했어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 역을 맡았거든요. 연극 팀은 이미 연습을 시작했는데 저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늦어졌어요. 대기실에 피아노가 있어서 쉬는 시간마다 연습하고 있어요."

조정석은 이제야 MBC 드라마 <투깝스>가 종영한 게 실감난다고 덧붙였다. 극에서 정의감 넘치는 형사 '차동탁'과 사기꾼 영혼 '공수창' 역을 동시에 맡아 정신없이 달려서인지 그동안 드라마가 끝난 게 실감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지 딱 일주일 지났어요. 처음엔 자고 일어나면 촬영하러 가야 할 것 같았어요. <아마데우스> 연습을 시작하니까 '아, 끝났구나' 싶더라고요."

경쟁이 치열한 월화드라마에서 시청률 꼴찌로 시작했던 <투깝스>는 조정석의 맹활약으로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꼴찌로 시작했으니 원톱 주인공 조정석의 부담이 상당했을 터.

"마음고생은 없었어요. 잘되는 작품도 있고 생각보다 시청률이 안 나오는 작품도 있으니까요. 마음보다는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분량이 많아 3개월 동안 3~4시간씩 자면서 촬영했어요. 제가 잠을 못 자면 유독 힘들어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동안 강철 체력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드라마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졌어요."
조정석은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촬영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살뜰히 챙겼다. 아프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 촬영하는 동안 틈틈이 운동을 했고 삼계탕은 물론이고 각종 보양식도 챙겨 먹었다.

"저도 모르게 촬영 중간중간 운동을 하더라고요. 아마 살기 위해서겠죠? 홍삼도 먹고 보양식도 챙겨 먹었어요. 끼니마다 고기를 먹어 스태프들이 '또 고기?'라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래도 제가 힘들어 보이니까 스태프들이 보양식을 찾아 보여주더라고요. 체력이 약해지니 나이가 든 것이 느껴졌어요. 속상하지만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이려고 해요. 선배님들도 현장에서 뛰고 계시는데 제가 그러면 안 되죠."

'강철 체력' 조정석이 체력적 한계를 느낄 정도로 스케줄이 빠듯했던 것은 <투깝스>에서 1인 2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조정석은 정의감 넘치는 형사 차동탁과 그에게 빙의한 사기꾼 공수창 역을 동시에 소화하느라 동분서주했다. '빙의'란 소재는 그에게 낯설지 않다. 이미 지난 2015년 방영된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에서 상대역이었던 박보영이 1인 2역을 소화했기에 곁에서 지켜보며 연구할 수 있었다.

"이미 '빙의'란 소재를 경험했기 때문에 재미를 알고 있어서 도전했어요. <오나귀>에서 1인 2역을 소화한 보영이보다 연기를 잘할 자신은 없었어요. 그때 보영이가 1인 2역을 즐겁게 촬영하면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거든요."

조정석은 오히려 1인 2역이라 매력적이었다며 한 작품에서 두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루할 때쯤 다른 놀이를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한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것을 시도할 수 있어 좋았어요. 차동탁을 연기했지만 공수창에 빙의됐을 때 배우로서 희열을 느꼈어요. 상상력이 얼마나 발휘되느냐에 따라 수창이가 입체적으로 변화했거든요. 특히 동탁의 파트너였던 '조항준 형사(김민정 분)'를 살해했다고 거짓 자수한 '이두식(이재원 분)'을 설득하려고 교도소에 들어가서 빙의됐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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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혜리 그리고 거미

공수창은 배우 김선호와 함께 연기했다. 김선호는 '영혼' 공수창이 돼 조정석과 '브로맨스'를 펼쳤고 <투깝스>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투깝스>를 통해 인지도를 높였고 <2017년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과 우수연기상, 2관왕의 영예도 안았기 때문이다. 조정석은 김선호를 보고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선호가 상을 받았을 때 제가 받은 것보다 더 기뻤어요. 제가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탔을 때가 생각났죠. 당시 제가 상을 탔는데 주위에 있던 형들이 환호하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난리가 났었거든요. 선호를 보면서 형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선호가 서울예술대학교 후배예요. 그 이유만으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인품을 보고 판단하려고 했죠. 선호는 첫인상이 좋았고 인상처럼 좋은 배우였어요. 순발력과 센스가 있고 감성이 풍부했거든요. 신인 때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다 칭찬해놓고 절 닮았다니 웃긴가요?(웃음)"

조정석은 선배로서 후배에게 연기 지도를 해줄 법도 한데 김선호에게 조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본인이 하는 연기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수창이란 캐릭터를 연구할 때도 김선호를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저와 함께 공수창을 맡은 배우의 장점이 돋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연기한 공수창을 따라 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 순간 특징이 없는 역할이 될 것 같아서 배우 각자의 장점을 부각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처음엔 선호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호와 대화를 하는 시간이 줄었어요. 갈수록 저희 둘이 같은 지점을 바라보면서 수창을 분석했다고 생각해요."

조정석은 김선호 때문에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 적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영혼이라는 설정상 주변 인물들이 공수창을 보지 못해야 하는데 배우들이 김선호를 쳐다봐 NG가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 촬영에서도 수창이를 바라봐서 NG가 났어요. 제가 수창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고, 옆에서 강력반 형사인 이대연 선배랑 오의식, 이호연이 회의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우리 드라마의 마지막 촬영이었죠. 그때쯤이면 수창이를 보지 않는 설정에 적응할 만도 한데 오의식 배우가 대사를 하면서 선호를 쳐다봐서 NG가 났어요. 저희끼리 한참 웃었죠. 촬영 때마다 비슷한 일이 일어나서 선호가 나오는 장면이 있으면 촬영이 길어지겠다고 농담을 하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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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씨는 제 모든 작품의 애청자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응원하는 마음이 고마워 수상 소감 때 표현했죠.
그런데 제 의도와 상관없이 거미 씨를 언급했다는 것에 큰 관심이 쏠려 조심스러워졌어요."

또 다른 파트너도 있었다. 바로 차동탁과 사랑에 빠지는 '송지안' 역을 맡은 혜리다. 그러나 브로맨스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혜리의 역할이 줄었고 로맨스 역시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아쉽다는 시청자 의견도 상당했지만 조정석은 특별히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다.

"변상순 작가님이 내용을 브리핑해주셔서 처음부터 로맨스가 적다는 걸 알았어요. 대본 구조상 공조수사에 무게중심이 실릴 수밖에 없었어요. 악의 축이 있고 그 축을 무너뜨리기 위한 차동탁의 수사극이 드라마의 핵심이었어요. 거기에 공수창이 엮인 거죠. 선호와 제가 자주 함께 있으니까 브로맨스가 시청자 뇌리에 박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정석답게 로맨스 신에서 명장면을 남겼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공효진과 현실적인 키스 신으로 '키스의 장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조정석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키스 신으로 주목받았다. 그와 혜리의 키스 신은 수많은 '짤(짧은 동영상)'로 탄생했고, 조정석은 다시 한 번 '키스 장인'이 됐다.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잠시 쑥스러워하더니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키스 신은 각도나, 키스를 진짜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키스 신 전까지 서로 주고받은 공기가 중요해요. 배우들이 예상하지 못한 호흡을 구현할 때 보는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든요. 늘 언제나 봐온 호흡, 상황을 재연하면 발전이 없죠. 그래서 매 순간 새로운 호흡을 연출할 방법을 고민해요. 그런데 드라마는 고민할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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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도 설레는 멜로 연기를 펼친 조정석의 현실 로맨스는 어떨까? 지난 2015년부터 가수 거미와 공개 열애를 하고 있는 조정석은 올해 39살이 됐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게다가 <2017 MBC 연기대상>에서 <투깝스>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고 "응원해준 거미 씨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해 두 사람이 결혼할 시기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는 이가 많았다.

"거미 씨는 제 모든 작품의 애청자예요. 응원하는 마음이 고마워 수상 소감 때 표현했죠. 그런데 제 의도와 상관없이 거미 씨를 언급했다는 것에 큰 관심이 쏠려 조심스러워요."

공개 연인 4년 차인 조정석에게 결혼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민족 대명절인 설에 서로의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느냐고 묻자 스케줄상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마데우스> 연습에 늦게 합류해 스케줄이 빼곡해요. 2월 27일에 연극을 시작하니까 설 연휴에도 연습을 할 것 같아요. 거미 씨와 교제 기간이 길어지니 결혼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아요. 그런데 아직은 결혼 계획이 없어요. 때가 되면 할 것 같아요."

<투깝스>에 이어 <아마데우스>까지 쉴 틈 없이 달리는 조정석.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 보였다. 평범한 여자의 입장에서 도대체 데이트는 언제 하냐고 투정 섞인 질문을 건넸다.

"잠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드라마를 바쁘게 촬영해서 거미 씨를 거의 만나지 못했어요. 물론 연인이면 자주 만나서 데이트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처럼 자주 못 만나도 연애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거미 씨가 촬영장에 오지 않았냐고요? 안왔어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웃음)"

우문현답이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쌓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혼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려고 하자 조정석은 늘 연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결혼 이야기만 이슈가 된다며 아직까진 연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39살이 됐는데 40살이 되기 전에 연기적으로 변신을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 배우 이미지가 크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이미지를 깨고 싶어요. 캐릭터 변신을 할 수 있는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요. 악역도 좋겠죠? 스릴러나 애절한 로맨스도 좋아요. 히어로물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히어로물, 저랑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웃음)"

조정석의 농담을 듣고 잠시 닥터 스트레인지가 된 그를 상상했다. 유머 감각이 있는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 그에게 딱 어울린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언젠가 마주하게 될 히어로 조정석을 기다리면서. 브라보 조정석!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제공
문화창고
2018년 03월호
2018년 03월호
에디터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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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