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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SEXY COOL 김기수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 건강한 에너지로 스튜디오를 채운 김기수와의 ‘사는 이야기’.

On February 19, 2018



김기수는 과거 남성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아 대법원 문턱을 넘어야 했다. 개그맨으로 데뷔해 '댄서킴'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후 무대에서 내려와 분첩을 들었다. 화려한 조명과 수많은 카메라를 뒤로한 채 작은 카메라 한 대 앞에 앉았다. 그는 젠더리스 메이크업과 재치 있는 언변으로 1억명이 넘는 유튜브 시청자를 사로 잡았고, 현재 뷰티 크리에이터로 승승장구 중이다. 두꺼운 화장 뒤에 감춰진 김기수는 어떤 사람일까?


오늘 화보 어땠나요?
신선했어요. 보통 화보 촬영을 하면 "아이라인을 더 그려달라. 검정색 립스틱은 없느냐"라며 더 센 걸 주문하시죠. 당연히 포즈도 과장될 수밖에 없고요. 이번에는 더 내려놓으라고 하셔서 촬영하면서 '아 좋다!' 나를 보여주는 게 콘셉트구나'라고 깨닫고 내려놓고 촬영하다 보니 '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기수는 어떤 사람인가요?
집착하는 사람이죠. 일이나 연애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그게 건강한 스트레스가 되고 에너지로 작용하죠. 그래서 좀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껴요. 집에 가면 새벽 4~5시에 잠을 청하기도 하고 쫓기는 꿈을 꾸기도 하죠. 연예인이 되고 나서 불면증도 생겼어요.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인지 들려줄 수 있나요?
매주 영상을 한 편씩 올리는데 그게 부담돼서 고민이에요. '오늘은 어떤 메이크업을 선보일까? 어떤 꿀팁을 전수할까?' 하는 고민을 매일 하죠. 영상 조회 수가 잘 나오지 않으면 시무룩해져요. '내가 뭘 잘못했지?' 하며 반성하게 돼요. 지난 영상을 다시 보며 공부도 하고 있어요.


김기수는 SNS 채널 등을 통해 메이크업하는 영상을 직접 제작해 일주일에 한 편씩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특히 그가 출연하는 인터넷 뷰티 프로그램 <예살그살>은 우수 SBS 모바일 콘텐츠로 시상식에서 공을 인정받기도 했다.


메이크업을 저보다 더 잘하시네요.
자신감을 찾기 위해 화장을 해요. 예뻐 보여야 떡 하나 더 주죠.(웃음) 농담이고요. 누군가한테 예뻐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지 말고 나를 위해 화장하세요. 이기적인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남자들한테 "오빠 어떤 메이크업 좋아해?"라고 묻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메이크업을 마음껏 즐기세요.


젠더리스 메이크업(남녀의 경계를 허문 화장법)이 국내에 확실히 자리 잡았어요.
시대가 변했죠. 우리도 바뀌어야죠.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 요즘 세상에 그런 건 없는 듯해요.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스트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잖아요. 고정관념이 깨지고요.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화장을 떠올렸죠. 화장은 여자의 전유물이 맞지만 기술이니까요. 다만 화장하는 남자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아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성 역할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야 하지 않을까요?


쉬는 날에는 뭐 하세요?
쉴 수가 없어요. 아니 쉬면 안 돼요! 나만의 시간에는 메이크업을 공부하거나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요. 요즘 화장품 시세는 어떤지 찾아보고 화장 트렌드를 배우기도 하고요. 어떻게 해야 예쁘게 발색되는지, "잇츠~ 쳐발쳐발~" 해야 우리 꼬요(꼬마 요정, 김기수가 팬들을 부르는 애칭)님들께 알려드리죠. 최근에는 제 이름을 내건 화장품 브랜드의 론칭을 준비하고 있어요.


"쳐발쳐발" "잇츠~" 이런 말투가 재밌어요. 개그맨의 끼는 감출 수 없군요?
화장은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진지하고 심각하게 화장을 할 수도 있지만 저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이웃집 사람끼리 모여 파자마 파티를 할 때 "어머, 얘 너한테는 이게 어울리겠다" "이 색도 어울린다" "그건 아니다. 빨리 지워" 하면서 격 없이 어울리며 나누는 대화처럼 개그와 버라이어티를 접목하자 생각했고 그게 주효했죠. 개그맨으로 활동할 때보다 오히려 유행어가 더 많이 생겼어요. 으하하하.


만약 개그계에서 러브콜이 온다면?

글쎄요. 선배는 후배를 위해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고, 후배는 선배의 기대에 부응해야죠. 선배가 열어준 길을 후배가 닫아선 안 되겠죠. '댄서킴'을 할 때는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했고, 영화계로 빠졌고, 그 후에 버라이어티로 영역에 도전했죠. 그렇게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는 직업이랄까요?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자신을 채찍질하다 보면 지치기도 할 텐데, 힘들 때는 없나요?
저도 어떻게 보면 남자라서 힘든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여행은 몸이 피곤해서 싫어요. 하하하. 도전과 모험을 원래 즐기는 편이에요. 영역을 넓혀가는 희열이 있고 재능을 보여주는 일은 언제나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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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의 꿈이 궁금해요.
예쁜 사람이 되는 거! 외모만큼 마음이요. 마음이 건강하고 예뻐야 외모도 예뻐지는 것 같아요. 제가 방송을 하며 '악플러'들 한테 그랬어요. "얘들아, 마음이 예뻐야 해!" 생전에 고 김자옥 누나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왜 예쁜 줄 아니? 나는 평생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소리 안 하고 살아.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해. 예쁜 마음을 가지고 살면 얼굴에 그게 다 표가 난다!" 그 말이 맞아요.


악성 댓글 때문에 속앓이 많이 하셨죠?
아휴. 세상이 각박해서 그렇죠. 악플러들 이해해요. 안쓰럽잖아요. 다 사회에 지쳐서 그래요. 누구한테 기대지도, 하소연하지도 못하고… 불쌍해요. 그 사람이 불쌍한 게 아니라 환경이 불쌍한 거죠. "왜 그러니? 이 부장이 괴롭혔어? 누가 못 살게 굴어? 그래, 형한테 풀어." 이렇게 말하며 보듬어주고 싶어요.


화나지 않나요? 악플러를 고소하는 연예인도 있잖아요.
고소할 생각은 없어요. 고소해서 누군지 밝혀지면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게 뻔하잖아요. 정신적인 에너지를 그들에게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사람은 원래 착하게 태어난 존재라는 '성선설'을 믿어요. 사람 본연의 착한 마음은 어디 안 가요. 악성 댓글을 달다가 팬으로 돌아선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도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관종'이라는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관종'은 나쁜 말이 아니잖아요. 저도 예쁜 관종인걸요. 사람은 누구나 관심을 받고 싶지 않나요? 관심을 주지 않으면 토라져요. 그래서 짝사랑이라도 하게 돼요. 아하하하.


짝사랑 말고 연애는 안 하나요?
이 몸매에, 이 얼굴에 안 하겠어요? 아하하하. 상대방이 다칠까 봐 이야기를 안 하는 거지. 팬들한테도 이렇게 말하면 시원하다는 반응이에요. 그런 걸 왜 감춰요. 제가 무슨 20대 아이돌 가수도 아니고. 연애를 해야 밸런스가 맞아요. 짝사랑도 좋은 거예요. 사랑은 좋은 거고 사랑이 쌓이면 예뻐져요.


이런 질문은 조심스럽지만, 성 정체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남의 아랫도리를 왜 궁금해해요! 아하하하.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세상에서 열심히 사는 트랜스젠더들을 배려해 언급하지 않을 뿐이에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답을 명쾌하게 말하는 건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만 떳떳하고 나만 아니면 되는 거잖아요. 저는 독신주의자예요. 어디에서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는데 처음 말씀드리네요. 이 말이 더 오해를 부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데 왜 독신주의자가 됐나요?
사귀면서 많이 데었고 상처도 받았어요. 동성 추행 혐의로 대법원에 갔을 때 사귀던 여자친구가 "오빠는 내가 사귀어주는 거 감사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그런 여자친구가 한 명이 아니었어요. 그 후로 똑같은 말을 두 번이나 더 들어야 했죠. 제가 복이 없는지 연타로 세 명한테 당했어요. 예전에는 독신주의자가 아니었는데 그 이후로 그렇게 됐어요. 누군가 제게 그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기수야. 넌 사람들한테 외쳐! '내 정체성은 니들이 만들었다! 니들이 원하는 대로 독신으로 살 거다!'라고."


색안경을 벗고 보면 트랜스젠더들이 건강한 문화를 즐기는 모습이 멋지더군요.

분명한 것은 그들은 자기가 찾고 싶은 걸 찾은, 인생에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시대가 바뀌고 있어요. 제가 거기에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죠. 우리나라에 그루밍 시장이 굉장히 넓은데 "나 화장하는 남자야"라는 이야기를 못 하고 있지 않나요? 그래도 조금씩 세상은 변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남자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실시간 TV 방송을 하면 남자 팬들이 정말 많이 들어와요. "형 덕분에 로드숍에 처음 갔어요" "형이 가르쳐주신 메이크업을 하고 면접에 붙었어요" 등의 후기를 들려줘요. 제 동생 같아서 좋고 저절로 힘이 나요.


지난 연말에 SBS <연예대상>에서 '모바일 아이콘상'을 수상하신 거 축하드려요. 동료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송은이 누나, 강수지 누나하고 오랜만에 만났어요. 시상식에 10년 넘게 못 갔는데 유재석 형, 신동엽 형, 하하, (이)광수, 모두 어제 본 동료처럼 따뜻하게 반겨줬어요. (유)재석이 형은 "기수야, 이제 된다!" 그렇게 말해주셨어요. 떨리면서도 감사했어요. 오랜만에 가는 거라 어디에 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따뜻하게 반겨주시니 '내 자리가 여기였구나, 다른 일을 안 해서 다행이다'라고 느꼈어요.


최근 tvN 예능 <시간을 달리는 남자>에서 정형돈 씨와 9년 만에 재회했다고 들었어요.

감회가 새로웠어요. KBS <개그콘서트>에서 한솥밥 먹던 (정)형돈이와 9년 만에 처음 얼굴을 본 날이었거든요. 형돈이가 절 보자마자 "기수 형~" 하고 부르는데, 그 목소리가 가슴을 딱, 치면서 뭉클했죠. 형돈이가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저는 형돈이한테 밥 한 번 못 사줬는데 좀 더 잘해줄 걸 하고 생각했죠. 한 시간 반 정도 바닥에 주저앉아 이야기를 나눴어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아티스트로서 부담은 없나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제가 아티스트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화장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은 걸로 만족해요. 또 제 메이크업을 보며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감을 찾는다면 더 좋겠죠. 저와 함께 예뻐져요!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는 저와 안 어울려요. 우리 모두 예뻐지는 과정에 제가 있을 뿐이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된다면 좋겠어요.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객원 에디터
이이슬
사진
하지영
스타일리스트
전금실
의상협찬
턱시도 자켓 모베터쉬크, 화이트 셔츠 질바이질스튜어트, 팬츠 돌체앤가바나, 슈즈 소다, 체크 자켓 모베터쉬크, 블랙 티셔츠 돌체앤가바나
2018년 02월호
2018년 02월호
에디터
하은정
객원 에디터
이이슬
사진
하지영
스타일리스트
전금실
의상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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