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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못 말리는 토르 사랑

6살 인생에서 주안이가 가장 오랫동안 사랑한 캐릭터는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천둥 번개의 신’ 토르다. 뽀로로부터 로보카폴리까지 수많은 캐릭터를 제치고 토르가 주안이의 마음을 차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On January 24, 2018

 

아빠 품에 안겨 '꺄르륵' 웃는 주안이.

 

주안이의 첫 장난감은 모빌이었다. 천장에 달아놓는 단순한 장난감이지만 누워 있는 주안이를 심심하지 않게 해줄 첫 장난감인지라 아내와 함께 어떤 것을 살지 한참 고민했다. 종류가 많지만 또 어떻게 보면 비슷한 모빌 사이에서 이것저것 들었다 놓았다 하며 어떤 것을 우리 아이가 좋아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어렵게 고른 모빌을 천장에 달았을 때 주안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한 듯 바라봤고 손을 뻗쳐 모빌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 아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다 사주고 싶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다 하게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그러나 주안이가 자라면서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아이의 인성을 위해, 혹은 우리 부부의 주머니 사정 때문에 어떤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고민하고 우선순위를 판단해 주안이에게 장난감을 주었다. 이렇게 우리 부부 나름대로 고민하며 6년 동안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다 보니 주안이에게도 장난감의 역사가 생겼다. 아이가 정말 좋아해서 그 장난감을 갖고 싶었는지, 아니면 습관처럼 장난감을 사줬는지가 장난감의 수명을 결정했다. 그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 보니 장난감을 구매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그동안 많은 장난감 캐릭터가 스쳐 지나갔다. 뽀로로, 로보카폴리, 로봇트레인, 또봇, 카봇, 미니 카, 디즈니 카…. 주안이는 정말 기억도 못 할 만큼 수많은 캐릭터를 사랑했고 또 잊어갔다. ​


 

 

비눗방울을 불며 즐거워하는 주안이. 2 주안이가 그린 '천둥 번개의 신' 토르. 3 주안이가 조립한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
4 부산에서 열린 '마블익스피리언스'를 관람했을 때.

 

요즘엔 그 어느 때보다 한 캐릭터를 오랫동안 사랑하고 있다. 아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는 '천둥 번개의 신' 토르다. 2017년 초 내가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입었던 옷이 주안이의 마음에 들어선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동안 주안이는 TV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캐릭터에 푹 빠져 있던 터라 영화 속 캐릭터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면가왕> 출연 당시 의상 캐릭터가 '토르'로 정해지고 옷을 입어보았을 때 의상이 몸에 잘 맞는 느낌이 아니어서 아쉽고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주안이의 토르 사랑이 시작 되었다니 얼떨떨했다. 한편으론 망토를 두르고 망치를 들고 나와 번개를 치게 만드는 모습 때문에 토르를 좋아하나 싶어 귀엽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안이가 아빠가 토르인 것을 알고 토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토르를 향한 사랑이 아빠를 향한 관심이고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뜨거워졌고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주안이는 '마블 영화' 캐릭터를 하나씩 정복해가는 중이다. 하지만 늘 새로운 캐릭터에 관심을 보이던 아이가 6살 인생 중 가장 오랫동안 토르에게 애정을 쏟고 있다. 부모로서 보람차기도 하지만 어린 아들의 넓은 마음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또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늘 섬세하게 대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솔직히 요즘 주안이는 토르보다 캡틴 아메리카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늘 아빠에게 캡틴 아메리카를 소개하며 귓속말로 "캡틴 아메리카도 조금 멋지기는 한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토르야"라고 말해주는 아들이 하염없이 귀엽다. 언젠가는 주안이의 토르 사랑이 끝나겠지만 아빠에게 보여준 사랑을 평생 기억하고 간직할 생각이다. 더불어 아빠도 늘 더 큰 사랑을 아들에게 주겠다고 다짐해본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1년 뒤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6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객원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하지영, 김소현 인스타그램(@sofiakim1112)
2018년 01월호
2018년 01월호
객원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하지영, 김소현 인스타그램(@sofiakim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