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드는 창가 옆에 데이 베드를 두고 작업 중 틈틈이 휴식을 취하는 손진형 작가. 그녀의 케렌시아는 언제든 몸을 뉠 수 있는 푹신한 데이 배드다.
화가 손진형의 작업실
케렌시아 = 몸을 배려하는 일
잠깐 들르는 것만으로도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되듯 힘이 나는 공간이 있다. 화가 손진형은 자신의 작업실 한편을 에너지 충전소로 바꿨다. 평범한 외관과 달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그녀만을 위한 맞춤형 공간이 펼쳐진다. 볕 드는 창가, 푹신한 데이 베드, 길고 큰 테이블과 다양한 테이블웨어까지 그녀의 취향을 오롯이 담은 것들이다.
좋아하는 차와 테이블웨어를 갖추고 혼자만의 즐거운 티타임을 즐긴다.
"작업실은 일하는 공간이지만 바닥난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기도 해요. 조용한 시간 홀로 작업하는 걸 좋아해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이곳에 누군가를 초대하지 않아요. 언제든 눕고 자고 쉴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죠." 예술가인 그녀는 평범한 것에서 영감을 얻어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직업을 가졌기에 늘 정신적으로 깨어 있는, 날이 선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올림픽 정신을 뜻하는 '아레테'라는 말에서 예술, 아르떼라는 말이 파생됐다고 해요. 그래서 예술을 하는 사람일수록 신체를 더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자신의 신체를 표현의 도구로 사용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가 고갈되면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작업 중 틈틈이 데이 배드에 몸을 누이거나 잠을 청하며 휴식을 갖는다는 그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을수록 몸을 배려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아요. 하루 중 잠깐의 쉼표를 갖는 것만으로도 무뎌졌던 감각이 금세 되돌아오는 것을 느끼거든요."
생각을 멈출 수 없을 때면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 좋아하는 음악의 가사를 따라가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끝없던 생각의 꼬리가 어느새 끊어진다.
패션 디자이너 부성희의 스튜디오
케렌시아 = 잠시 멈춤
"제게 휴식은 생각을 쉬게 하는 것이에요. 하루 중 단 몇 분, 짬을 내 모든 생각을 멈추고 가만히 보내는 시간을 가져요."
감각적이고 유니크한 디자인, 남다른 컬러 매치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론칭 후 연일 매진 사태를 이어가는 패션 브랜드 미미씨엘의 부성희 대표. 분초 단위로 스케줄이 꽉 찬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인 바쁜 워킹맘이다. 손님, 직원, 남편, 아이 등 언제나 타인에게 둘러싸여 생활하는 그녀는 하루 단 몇 분 자신만을 위한 힐링 타임을 갖는다. 장소는 일터이자 쉼터인 미미씨엘 스튜디오 공간이다.
하루 한 시간, 자신을 위한 힐링 타임을 갖는 부성희 대표. 그녀의 케렌시아는 일터인 미미씨엘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잠깐의 쉼이다.
"손님도 직원도 모두 돌아간 늦은 오후, 매장 정리 전 잠깐 이곳에 홀로 앉아 노래를 들으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요. 그 시간만큼은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에 와 있는 듯하죠. 스피커의 볼륨을 크게 높이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내려 멍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힘들었던 순간은 눈 녹듯 사라지고 지금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내 곁에서 나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금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해요."
손님들 틈에서도 자리에 앉아 잠시 잠깐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그녀. 책 속에서 그녀는 소진된 자신을 재충전한다.
아나운서 김소영의 당인리책발전소
케렌시아 = 일상 도피
당인리책발전소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평일과 주말, 낮과 밤 할 것 없이 오픈 시간부터 사람들이 줄지어 책방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가 남편인 오상진 씨와 함께 운영하는 책방이다. 책을 좋아하는 부부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을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눠 보고 싶어 얼마 전 작은 책방을 오픈했다.
"사실은 좋아하는 책을 모아둔 아지트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 책방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와주셔서 놀랐어요." 특별한 스케줄이 없을 때면 종일 서점을 지키는 그녀는 직접 책 정리를 하고 그녀를 보러 찾아온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며 사인을 하는 등 잠시도 쉼 없이 움직인다.
책방은 그녀가 일하는 공간이자 쉼터다. 그녀에게 책은 언제든 정신의 환기를 가능케 하는 케렌시아다.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뵐 때는 몰랐는데, 하루에 수십 명의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저도 모르게 털썩 주저 않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면 따뜻하게 차 한 잔 우려내 창가에서 잠시 책을 읽어요." 본래 책을 좋아하는 그녀지만 책방을 연 뒤로 책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됐단다. "책은 시공간을 초월해 다른 세계로 데려다주는 환기의 기능이 있어요. 많은 취미 활동이 있지만 책 읽기는 언제든 책만 펴면 할 수 있잖아요. 바쁜 일정 중에도 잠시 다른 공간에 다녀올 수 있다는 것, 책 자체가 저만의 케렌시아이자 일상의 도피처인 이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