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씨는 중학교 때 아버지의 권유로 클레이 사격에 입문해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며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로 살다가 우연히 2016년 ‘제5회 K-QUEEN 콘테스트’에 참가해 K-QUEEN이 됐고, 현대자동차 카 마스터가 돼 180도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새로운 삶이 너무 즐겁다는 이상희 씨를 10월의 어느 날 만났다.
“클레이 사격 선수였어요.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운 좋게도 저한테 잘 맞았죠. 이상하게 총만 들면 집중력이 생기더라고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할 때 특히 그랬어요. 120점 만점인데 111점을 쐈죠. 접시가 그냥 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몰두하면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간다던데, 그랬었던 것 같아요. 게임이 끝나고 보니 금메달이었어요.”
당시 이상희 씨는 부산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4개월쯤 전인 6월에 50m 소총 선수였던 조장한 씨와 결혼했고 2개월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암 투병을 하던 아버지가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국가대표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당시 금메달을 딴 원동력은 아버지였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격을 시작했을 때 제가 살던 경주엔 사격장이 없어서 태릉에 가야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경주에 사격장을 만들어주셔서 편안하게 사격 연습에 집중할 수 있었죠. 꼭 좋은 성적을 거둬 아버지 영정 사진 앞에 금메달을 놓고 싶었어요.”
이후 이상희 씨는 출산을 했고 그렇게 경력이 단절됐다. 그러던 중 지인의 권유로 K-QUEEN 콘테스트에 출전했다.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저한테 K-QUEEN 콘테스트에 나가보라고 권했어요. 원서 마감 3시간 전에 사진을 고르고 서류를 제출했는데 운 좋게 예선을 통과했죠. 그때부터 정신없이 본선 대회를 준비했고요. 007 음악을 틀고 총 쏘는 포즈를 장기로 보여줬어요.(웃음)”
이상희 씨는 K-QUEEN이 되고 당당한 여성으로서 제 모습을 되찾았다. 자신을 가꾸는 K-QUEEN을 보면서 기혼 여성도 가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잡지에 나온 엄마를 보고 뿌듯해하는 딸을 보고 더 열심히 가꿨다.
“미모에 자신감이 생기니 다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집 근처에 있는 현대자동차에 전화를 걸어 점장님한테 일을 시켜달라고 했어요. 며칠 동안 계속 연락했더니 결국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채용 계획이 없었는데 저한테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예사롭지 않아 함께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상희 씨는 일을 하면서 더 활기차졌다. K-QUEEN이 되고, 직업을 얻고 자신을 대하는 자녀들의 태도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엄마를 더 자랑스러워해요. 저 역시 제 일이 있으니 행복해요. 수입이 생기니까 아이들한테도 더 당당해졌어요. 많은 여성이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하지만 늦지 않았어요. 일단 나가서 일하기 시작하면 무엇이든 돼요. 두려움도 없어지죠. 결국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문이 열리는 것 같아요. 망설이는 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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