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것을 좋아하던 나는 교토 생활 2년 만에 최고의 물건은 새것이 아니라 ‘주인에 따라 성숙하고 새롭게 변하는 스토리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오래되어도 가치가 있는 것, 시간이 지나도 그 시대에 맞게 되살아나는 매력을 지닌 것, 유행을 넘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빈티지의 매력에 빠진 셈이다. 세월의 때를 입어 더욱 매력적인 천년 고도 교토의 빈티지 숍을 찾아 나섰다. 골목 골목 곳곳에 감춰진 가게를 찾아다니다 보면 구제품을 파는 숍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빈티지 숍은 편의점을 찾아 들어간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갤러리(Gallerie)’ 교토점이다. 빈티지 제품과 신상품이 섞여 있는 곳인데, 어쩐지 새 상품보다 구제 상품에 눈과 손이 먼저 간다. 손길이 닿을수록 고급스러워져 세월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는다는 빈티지의 장점이 묻어나는 곳이며 같은 디자인의 제품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독특한 물건이 많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개성을 닮은 빈티지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갤러리 뒤편으로 가면 ‘스리스타(Three Star)’ 라는 중고 의류 가게가 나온다. ‘구제’가 ‘쓰던 것’이라는 이미지가 확 바뀌는 곳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는 상품과 공간을 파는 곳이다. 그러니까 ‘옛것’을 ‘좋은 시대’에 만나 ‘시간 여행’을 한다는 3가지 의미를 담은 재미있는 공간이다.
조금 더 위쪽으로 가면 ‘리유즈 숍(Reuse Shop)’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옷장을 옮겨놓은 듯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재사용’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고 ‘재활용’을 통해 자신다운 모습으로 능숙하게 사는 라이프스타일을 시도해볼 것!
구제품을 파는 빈티지 숍만 있는 건 아니다. 유니크한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 ‘돌체(Dolce)’를 소개한다. 다코야쿠시 거리 모퉁이에 있는 눈에 띄게 화사한 곳이다. 세련된 여주인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교토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오래된 신기한 물건이 즐비하다. 이것저것 골라주며 “예쁘다(きれい)” “귀엽다(かわいい)”를 남발(?)하는 여주인의 상술에 넘어가게 되는 마법 같은 곳이기도 하다.
온라인으로도 구매 가능한 ‘메종 드 피아노(maison de PIANO)’도 있다. 자신만의 빈티지 스타일을 원한다면 맞춤 상담까지 가능한 곳이다. 대담한 디자인에 미세하고 정교하게 만든 이곳의 빈티지 아이템은 구경하며 걸치는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이곳에는 특히 시대별로 다양한 앤티크 시계들이 있다. 정교하고도 아름다우며 구매 후 A/S가 확실해 믿음이 간다. 앤티크한 옷도 이곳의 자랑이다. 내가 구매한 턱시도가 프린트된 티셔츠는 TPO에 최적화된 아이템으로, 아들의 노래 발표회 때 히트한 아이템이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교토의 빈티지 숍들 덕분에 나는 이제 새것보다 ‘새로운 것’이 더 좋다. 소유욕 때문에 의미 없이 산 것들은 결국 짐이 된다. 추억과 스토리가 있는 나만의 것을 사고 싶다면 교토의 색과 멋이 묻어나는 빈티지 숍을 탐방해보자. 비싼 다이아몬드보다 값진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쓴이 김보민
2014년 일본 교토 상가 FC로 이적한 남편 김남일 선수를 따라 일본으로 간 KBS 아나운서. 2016년 선수 생활을 마감한 후 지도자로 변신,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 코치로 발탁된 남편을 한국으로 보내고 아들과 함께 교토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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