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8월 2일 서울과 과천시, 세종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은 세제, 금융, 청약,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총망라돼, 전문가들은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대책을 발표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을 거주 공간이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부동산 투기꾼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의 규제를 강화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또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권 전매가 5년간 제한되고, 집값의 40%까지만 대출(LTV)을 받을 수 있으며, 연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DTI)도 40% 이내로 제한된다.
재건축조합원의 지위도 양도할 수 없게 된다. 또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 자금 조달과 입주 계획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재개발 입주권을 관리처분인가 후부터 소유권 이전등기(입주) 때까지 팔지 못하게 된다.
두 번째,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높여주기 위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 차익 과세를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을 강화했다.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 차익에 최대 20%포인트 이상 세율이 더 붙는다. 소위 '갭 투자'를 막기 위해 양도소득세 비과세 거주 요건도 6년 만에 부활됐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고 양도가액이 9억원 이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1주택자라도 서울 전역이나 경기도, 부산, 세종시의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팔 때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연소득 6천만원 이하 가구에 대한 LTV·DTI 제한은 완화하는 등 실수요자를 유리하게 했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을 점수로 환산해 이를 기준으로 분양하는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이 늘어난다. 전용 85㎡ 이하 주택의 청약가점제 비율이 투기과열지구에선 75%에서 100%로, 조정대상지역에선 40%에서 75%로 높아진다. 동시에 청약 1순위 자격도 강화됐다. 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청약통장을 12개월, 그 외 지역은 6개월간만 보유하면 1순위 자격을 얻었는데, 앞으로는 이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다.
세 번째, 전·월세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다양한 임대주택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재개발 및 재건축 단지의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다.
집값 잡는 효과 있을까?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 시장뿐 아니라 재건축을 앞둔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실제로 양도세가 대폭 강화되면서 거래 시장은 위축됐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이상 부동산 투자의 흐름을 막기 어려워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규제에 포함돼 있지 않은 분당·일산·평촌 등 서울 인근 수도권 신도시로 유동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책 발표 이후 이 지역에 매수 문의가 늘어났다고 한다.
보유세 인상 등 다주택 보유자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규제가 빠져 추가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면서도 "만약 부동산 가격이 또다시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유세에 대해서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반기 달라지는 금융 정책
소액 면세·목록 통관 한도 150달러로 상향
해외 직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액 면세 한도를 물품 가격 기준 150달러로 올린다. 그동안은 물품 가격과 운송료, 보험료를 합쳐 15만원 이하에 소액 면세를 적용했다. 실제 물품 가격 기준으로는 120달러 정도. 실제 물품 가격 기준으로 30달러 정도 더 면세가 이뤄지는 셈이다. 목록 통관 대상 물품 가격도 현재 100달러에서 150달러로 올린다.
금융상품 비교 공시 확대
하반기 중에 저축은행과 카드·할부 금융사의 중도상환 수수료 부과 체계를 각 금융업권 홈페이지에서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실손의료보험 자기 부담금 확대
실손의료보험에서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자기 부담금이 9월부터 10%에서 20%로 오른다. 급여 의료비는 10%, 비급여 의료비는 20%를 보험 가입자가 부담하게 된다.
귀농인 초기 정착금 받기 쉬워진다
7월부터 농촌이나 어촌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귀농·귀어업인들은 10억원 한도에서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초기 정착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근로자가 원천징수 비율 선택
근로자가 직접 원천징수 비율을 고를 수 있는 '맞춤형 원천징수제도'가 시행된다. 근로자는 간이세액표에 근거해 매달 임시로 미리 내는 세금을 기존 방식대로 100% 낼지, 80% 또는 120%로 낼지 선택할 수 있다.
사망자 재산 원스톱 확인
하반기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자녀 등 상속인이 전국 동사무소에서 사망자의 금융 거래·체납 정보, 국민연금 가입 여부, 부동산 보유 현황 등을 원스톱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계좌이동제 시행
금융결제원의 출금이체정보 종합관리서비스(페이인포, www.payinfo.or.kr)에서 각종 공과금, 통신료, 보험료 등 출금이체 계좌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원하는 사람은 출금이체 내역을 페이인포에서 바로 해지할 수도 있다. 10월부터는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등록된 모든 자동이체가 자동으로 새 계좌로 옮겨지는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성실 상환자 긴급 생계자금 대출
햇살론·새희망홀씨· 미소금융 같은 서민 정책 금융상품 이용자 중 1년 이상 성실하게 갚은 사람을 대상으로 기존 대출상품 금리로 500만원 범위에서 대출해준다. 거치기간은 최대 1년이며 4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이다.
교육비 저리대출제도 시행
미소금융재단이 자녀가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7등급 이하, 차상위계층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상환 능력 심사를 거쳐 자녀 방과 후 학교 및 고교 수업료 등 교육비를 가구당 최대 500만원까지 4.5% 금리로 대출한다. 대출은 최대 1년 거치, 5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이다.
징검다리 전세대출 보증상품 대상 확대
주택금융공사가 제2금융권 고금리 전세대출(7〜8%대)을 은행권 저금리 대출(3〜4%대)로 전환해주는 '징검다리 전세보증' 상품의 수혜 대상을 '2012년 11월 말 이전에 실행된 대출'에서 '2015년 5월 말 이전에 실행된 대출'로 확대한다.
채무조정 성실 상환자에 소액신용카드 발급
국민행복기금과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을 해 24개월 이상 성실하게 상환 중인 사람 등을 대상으로 소액신용카드를 발급한다. 1인당 월 50만원 한도이며 일반 물품 구매 목적에 한정한다.
내 집 마련 쉬워지나?
부동산 분야 팟캐스트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는 '월전쉽'.
이 프로그램의 인기 출연자인 황금배짱, 신음여사, 제갈량이 8.2 부동산 대책 중 주택 매매를 앞두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 콕콕 짚었다. 긴급 전문가 대담.
8.2 부동산 대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황금배짱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세제, 금융, 재건축 등에 걸쳐 규제를 풀다 보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역대 정권들의 부동산 정책 핑퐁 게임 룰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 전 지역에서 거래가 끊이지 않았던 데 비해, 이번 8.2 부동산 대책은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거래 절벽이 오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역대 정권의 부동산 대책 중 가장 강력했던 노무현 정권 때의 규제 내용이 거의 다 포함돼 있는 만큼, 반 시장적인 규제로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지는 않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봐야 한다.
그래서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신음여사 8.2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가격의 수직 상승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책 발표 후에도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위기가 기회'라 생각해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금배짱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더라도 전세금을 10% 이상씩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이 큰 숙제일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 이후 다주택 보유자들의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매물이 다소 나올 수밖에 없어, 실수요자들은 좋은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1세대 1주택에 한해서는 대출 규제도 없으니, 언젠가는 마련해야 할 내 집 마련의 적기라 할 수 있다. 투자자들도 당분간은 이런 시장에선 쉬어 가는 타이밍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혹시 급매물 나온 것 있어요?"라고 문의하는 분들 역시 다주택 보유자들이다.
8.2 부동산 대책, 누구에게 호재인가?
황금배짱 내년 4월 1일까지 다주택자들의 매도 시한 뒤에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면 주택임대 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의무임대기간(4년) 내에 매도하지 않는다면, 서울 시내 그 어디에서도 공급하기 힘든 물량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다주택자들에게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실수요자들도 고민은 된다. 주택 구입 시 고려하는 점 중 하나가, '내 집 가격이 얼마나 오를까?'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런데 이렇게 살얼음판 같은 시장에서 감히 누가 내 집 마련에 핑크빛 꿈을 꾸겠는가?
신음여사 8·2 부동산 대책 후 급매물이 간혹 나오고는 있지만, 대출 규제로 인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현금 보유력이 좋은 50~60대는 오히려 8.2 대책의 여파로 급매물이 나올 경우, 우량 부동산을 싸게 매입할 수 있다. 따라서 8.2 대책은 서민을 위한 대책이라기보다는, 대출과 관련 없는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대책이라고 본다.
8.2 부동산 대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제갈량 다주택 보유자라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부동산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임대주택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를 피해 갈 수 있다. 신축 주택을 분양 받는다면 취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으며, 재산세도 40㎡ 이하는 면제되고 60㎡ 이하는 50% 감면, 85㎡ 이하는 25%를 감면 받을 수 있다.
황금배짱 매도자 중 다주택 보유자들은 내년 4월 1일까지 매도하지 않을 경우 양도세·가산세율이 10~20% 늘어나고, 장기 보유 특별 공제를 받지 못하며, 분양권 전매도 기한에 따른 차등세율이 아닌, 전 기간 50%로 과세가 된다는 점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신음여사 다주택 보유자가 매매 타이밍을 놓친다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양도세 유예 기간에 나올 급매물을 눈여겨봐야 하며, 대출 규제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한도 문제는 신용대출이나 사업자대출로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높이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오피스텔, 상가 투자 등 수익형 부동산의 전망은?
황금배짱 유동자금의 흐름은 어디론가는 흘러가게 돼 있다. 이럴수록 더욱더 신중하고 냉정하게 시장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오피스텔인 줄 알고 분양 받았는데 건축물 용도가 도심형 생활주택이라면, 오히려 주택 수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월세를 받기 위해 상가를 매입할 때도 문제는 있다. 실질적으로 높은 시세로 분양받기 쉬우니 임대수익률이 턱없이 낮을 수 있고, 공실로 인한 리스크 역시 오롯이 임대인의 차지가 될 수 있다. 또 수익률이 맞지 않는 상가는 팔기도 쉽지 않다.
신음여사 투자 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이나 오피스텔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 대책을 피해 간 지역들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섣부른 투자가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대책을 피해 비우량 지역으로 이동할 게 아니라 우량 지역의 근생 건물 이나 오피스텔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보며, 투기 지역에서도 근생(근린 생활) 건물 투자 시 부동산임대사업자 등록 후 사업자 대출을 받을 때는 대출 규제에서 좀 더 여유로울 수 있다. 꼼꼼하게 분석해 틈새로 접근하면 위기를 기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갈량 오피스텔과 상가는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어 풍선 효과를 볼 여력이 있는 종목이다. 그러나 오피스텔의 경우 수익률은 좋지만 가격이 상승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노후에 일정한 수입을 원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권장하지는 않는다.
눈여겨봐야 하는 지역은?
황금배짱 서울 시내 전역에서 재건축 이주 예정만 10만 가구가 된다는 것은, 전세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대책에서 너무도 보기 편하게 서울 시내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었고, 그 안에서 더 핫한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묶었다. 바로 이러한 지역들이 매매 수요층도 두텁지만, 임대 시장의 수요층 또한 엄청나게 두텁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상황에서 2주택을 욕심낸다면 더욱더 지역 선별에 신중해야 하고, 공급량 과중으로 인한 위험은 배제해야 한다.
신음여사 양도세 유예 기한 내에 팔고자 하는 매물이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부동산 소유주들의 매물은 오히려 시장의 블루오션이라 볼 수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끝도 없이 수직 상승해 매수를 포기했던 대기 실수요자 등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제갈량 당연히 급매 물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급매 물건은 엄밀히 말해 집을 파는 사람에게만 급매이지 진정한 급매는 아니다. 그렇다면 급매를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재건축, 재개발로 이주가 임박한 지역으로서 이주 수요로 인해 전세가가 상승할 이유가 충분해서 그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돌 수 있는 금액인 것이 진정으로 급매이고, 언제 팔아도 쉽게 팔리면서 수익도 볼 수 있는 것이 확실한 급매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