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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 입대 전 마지막 인터뷰

평범하지 않은 외모인데, 성격은 참 평범하다. 그래서 더욱 빛난다.

On September 15, 2017


지창욱이 지난 8월 14일 강원도 철원 소재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연예인들의 군대 문제로 말 많은 요즘, 시원하게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한 것이다. 입대 전 여의도의 한 레스토랑에서 그를 만났다.

군대 얘기부터 하는 게 미안하지만, 기분이 어떤가요?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초조하기만 한 것도 아니에요. 누구나 다 가는 군대잖아요. 따지고 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예요. 오히려 후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녀오면 더 재미있는 일이 많을 테고 한결 여유로울 것 같아요. 무엇보다 1년 9개월 동안 제가 묘하게 달라져 있을 것 같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때요? 친구들은 저를 만나는 순간부터 군대 얘기를 해요. 조언이라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데, 그게 조언인지 놀리는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최근에 제 생일이었는데 "군대 가면 필요한 것도 없을 텐데, 선물 줘?"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그럼, 지샥 시계(일명 군인 시계라고 불리는 투박한 시계)?" 하면서 놀려대더군요. 촬영장의 한 스태프도 장난치면서 "군대는 시간 금방 갈 것 같지? 지옥이야"라고 하더라고요. 또 "강원도에는 사계절이 여름, 겨울, 진짜 겨울, 진짜 진짜 겨울이 있다"며….(웃음) 좋은 생각만 할래요.

올해 나이 서른하나, 늦은 입대죠? 늦은 만큼 재미있고, 건강하고, 성실하게 임해야죠. 야심 찬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군대에서 만난 친구들과 재밌게 지내고 싶어요. 그 친구들 인생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제 인생에서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돌이켜봤을 때 그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요.

입대 전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나요?
가족,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당분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부모님과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이에요.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다가 입대하고 싶어요. 예를 들자면 통장 정리를 해볼까 싶기도 하고 집도 전세라 어떻게 정리할지 결정도 해야 해요. 제가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어머니께 인수인계를 어떻게 잘해야 할지도 생각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요.

평소 통장 관리를 직접 하나요? 제가 하긴 하는데, 잘 못해요. 일을 하면 일밖에 못 하는 성격이라 이번 기회에 신경 좀 써야 할 것 같아요.

많은 여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면회 온다는 여배우도 있나요? 만나서 물어보면 다들 온다고 했는데…, 지켜보려고요.(웃음) 사실 예전엔 남자만 빼고 다 괜찮을 것 같았는데 이젠 누구라도 와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군인의 마음이 그래요.

입대의 다른 이름은 공백인데, 이 시기에 특별히 계획한 게 있나요?
개인적으로 그 부분을 많이 고민해봤어요. 영어나 중국어 공부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막상 입대하면 쉽지 않을 것 같아 일단 마음 편하게 군대에 다녀오려고 해요. 생각해보니 지난 몇 년간 쉰 적이 없더라고요. '인간 지창욱'은 많이 즐기지 못했거든요. 그런 이유로 오히려 군대 가는 게 마음 편한 부분도 있어요.

군대에서 가장 보고 싶을 것 같은 사람은 누군가요? 어머니죠. 그리고 저만 만나면 놀려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친구들이지만 군대에 있으면 은근히 보고 싶을 것 같기도 해요.


이제 작품 얘기 좀 해볼까요?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수상한 파트너>! 첫 로맨틱 코미디이자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 의미가 있죠. 기분이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해요. 사실 생애 첫 '로코물'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좋은 배우들과 제작진을 만나 작품을 무사히 마무리해 기분 좋게 입대할 수 있게 됐어요. 로맨스, 코미디 등 소소한 장면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시간이었어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범접 불가 '뇌섹' 변호사 '노지욱'(지창욱 분)과 무한 긍정 아웃사이더 변호사 '은봉희'(남지현 분)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으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심장 쫄깃한 로맨스 드라마다. 이 드라마로 지창욱은 명실상부한 '로코킹'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극 중 파트너인 남지현과의 달달한 호흡으로 화제가 됐어요. 편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나이가 많은데도 지현 씨에게 어리광을 부렸죠. 덕분에 평소에도 장난칠 수 있는 관계가 됐고, 그래서 연기할 때 편했어요. 대화도 많이 한 덕에 수위 높은 스킨십을 촬영할 때도 어색하지 않았죠.

그래서일까요? '키스 장인'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생겼어요(극 중 무음 키스 장면이 큰 화제가 됐다).
싫진 않지만 막상 들으면 어색하고 쑥스럽고 오그라들어요.(웃음) 사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상대방에게 서운해하는, 사랑하는 연인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최대한 예뻐 보여야 하고,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여자친구랑 키스를 한다 해도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민망할 텐데, 일하는 파트너와 키스를 하니 더 민망하잖아요. 하지만 프로이니까 더 나이스하게 해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상대 배우에게 철없이 장난을 치며 말이죠. 그러면서 상대 배우가 어떤 걸 싫어하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성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동시에 스태프들이 민망하지 않도록 스태프들과의 유대 관계도 신경 썼어요.

촬영하면서 설렌 적은 없나요? 순간순간 많았어요. 실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상상하면서 연기했죠.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답니다.

드라마를 하는 내내 댓글이 칭찬 일색이었는데, 그중 화제가 된 댓글이 '세포까지도 연기한다'였어요. 좋은 얘기보다는 안 좋은 얘기에 더 꽂히기 때문에 댓글을 보지 않는 편이에요. 행여 악성 댓글을 보게 되더라도 애써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죠. 세포까지도 연기한다? 부끄러운 말이죠. 감사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수상한 파트너>를 통해 지창욱은 액션에서 멜로까지 다 되는 배우가 됐어요.
연기 폭을 조금씩 더 늘려가고 싶고, 거기서 더 깊어지면 좋겠어요. 눈만 봐도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제가 살아가는 과정이 눈에 담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군 생활도 재밌게 하다 나오면 어느덧 그런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어요.

지창욱은 지난 2008년 <난 네게 반했어>로 데뷔한 이후 <웃어라 동해야>(2010), <무사 백동수>(2011), <다섯 손가락>(2012), <기황후>(2013), <힐러>(2014),〈THE K2〉(2016), <조작된 도시>(2016) 등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본인이 꼽는 '인생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가장 신이 나서 연기한 캐릭터는 <기황후>의 '타환'이었어요. 보여줄 게 많았거든요. <수상한 파트너>의 '지욱'이는 첫 로맨틱 코미디 캐릭터라 연기하면서 원 없이 재미있었고요. <힐러> '서정후'는 작가님이 대놓고 멋있으라고 쓴 캐릭터라 제가 봐도 멋있었고, 〈THE K2〉의 '김재하'는 남자다웠죠. 다 너무 소중해요.

지창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열일' 하는 외모인데, 본인의 외모가 마음에 드나요? 저를 쑥스럽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인데, 제 눈엔 그다지….(웃음) 사실 외모로 먼저 이미지가 규정되는 것이 아쉬워요. 고수 선배님을 예로 들면, 깊이 있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데 외모가 훌륭해서 상대적으로 그의 연기력이 가려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예쁘장한 배우'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만의 철저한 기준을 세웠어요. 촬영 현장에서 휴대폰과 게임 같은 불필요한 일은 최대한 자제하고 대본에만 집중하죠. 데뷔 초부터 해온 습관이라 실제로 현장에서 거의 휴대폰을 안 봐요.

지창욱은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았다. 그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정신없이 보냈고, 서툴렀던 사춘기 같은 시절"이었다. 질풍노도 같았던 시기에 무서운 것 모르고 '연기판'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그립고 또 반성한다는 그다. 1년 9개월 뒤 지창욱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하지영
2017년 09월호
2017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하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