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제가 한국에서는 활동하지 않는다고 알고 계세요. 작품은 아니지만 꾸준히 예능 프로그램이나 화보 촬영을 하면서 활동을 했어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많은 분들에게 노력에 따라 인생이 발전하고 밝아질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13년 연예계 생활. 클라라는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았다. 레깅스 시구 패션으로 별안간 스타가 되더니 예능 프로그램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허언증’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어 전 소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와 계약 분쟁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이룬 것을 모두 잃었다. 이후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클라라를 ‘구라라’로, 소속사 회장에게 선정적인 사진을 보낸 연예인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대중의 반응을 들은 클라라의 큼지막한 눈에 금세 눈물이 맺히더니 곧 사라졌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그 이미지를 기억하시나 봐요. 이제는 조금 잊으신 줄 알았는데…. 이 인터뷰 후에 토크형 예능 <비디오스타>를 녹화할 예정인데, 과거 이야기를 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아직도 ‘허언증’과 ‘소속사 논쟁’을 기억하고 계시면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클라라는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야기에 대해 덤덤하게 생각을 밝혔다.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몇 번이고 당시 상황을 되돌려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클라라가 ‘구라라’로 불리는게 가장 속상해요. ‘치맥’에 대한 얘기가 화근이 됐죠. 운동을 혹독하게 할 때라 식단을 철저하게 관리했거든요. 당시엔 양념이 들어가거나 튀긴 음식을 일절 안 먹었어요. 그래서 ‘치맥’도 안 먹었죠. ‘원래는 먹지만’이라는 조건을 안 붙인 게 실수였어요. 강렬한 이야기를 모아 편집하는 예능의 특성을 잘 몰랐던 거죠.”
클라라는 변명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특별히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약간의 하소연도 변명처럼 보일까봐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단다. 가능한 한 지난 일은 지나간 채로 두려고 애쓰다 보니 ‘구라라’라는 이미지가 점점 더 강해졌다.
“하소연도 하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그리고 혼자 말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 이런 질문이 오면 어떻게 답해야 될지 같은 거요. 입을 닫고 있으면 저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여전히 있어요. 그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그 방법으로 선택한 게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드라마를 통해 비춰지는 모습이 아닌 ,진짜 클라라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현재 JTBC2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말괄량이 길들이기2>에 출연 중이다. 한국에 친구가 없는 클라라에게 ‘여사친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인연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클라라는 일련의 사건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다.
“제가 여러 일을 겪다 보니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제가 마음을 열어야 상대방이 제게 다가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실 방어하며 사람을 만나는 편이거든요. 나는 진심으로 대하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으면 상처를 받게 되잖아요. 제가 많이 그랬어요. 그런 제게 마음의 여유를 준 프로그램이에요.”
클라라가 자신을 방어하게 된 이유 중에는 전 소속사와의 분쟁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4년 클라라는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이규태 회장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껴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이 회장과 나눈 문자가 공개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에게 각종 화보를 휴대폰 메시지로 전달해 의견을 물은 것이 문제였다.
“겪고 싶지 않은 일을 겪었어요. 제 힘으로 막을 수 없었어요. 말도 안 되게 내 인생이 한순간에 나쁜 방향으로 굴러떨어졌어요. 스스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사건이 일단락된 후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깨달았다.
“제가 스스로를 연예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아요. 연예인은 그냥 제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사원이나 은행원, 치과의사, 변호사 같은 거요. 연예인이라 조심해야 된다는 걸 몰랐죠. 전 그냥 사람들이 잘해주면 고맙다고 생각하고 일만 열심히 했어요. 그걸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연예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생각하며 조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녀는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다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다.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이에요. 다가올 일을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모든 걸 다 잃어봤잖아요. 그때 좌절하고 멈췄으면 그대로 끝이었을 거예요. 잘못한 걸 바탕으로 깨닫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더 노력하게 됐어요. 인생의 교훈을 얻어서 성장했죠. 계속 우울한 채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33세, 클라라가 사랑할 때
지금 클라라는 보통의 33살 여자들처럼 결혼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결혼을 언제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장!”이라고 말했다.
“라이트 나우(Right Now)! 저도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효리·이상순 선배님이 서로 존중하며 사는 모습이 부러워요. 또 추자현 선배님을 사랑해주시는 우효광 씨의 모습도 부럽고요. 제가 꿈꾸는 결혼은 서로 노력하고, 노력하는 걸 서로 알아주는 부부예요. 부부가 오랜 세월을 함께하려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계속 노력해야 하죠. 하지만 ‘밀당’은 싫어요. 한없이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싶어요.”
그러나 여전히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사람을 믿는 게 어렵고, 한 사람과 탄탄한 관계를 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는 오래 보고 겪어야 믿음이 생기고 호감이 가요. 첫눈에 반하고 호감이 생겨 연애하는 게 어려운 스타일이죠. 저를 진실로 대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제가 소속사 분쟁 때 회장님과 나눈 문자메시지가 전국적으로 공개된 후 문자메시지를 조심하게 됐다는 거예요. 문자메시지가 오면 단답형으로 답문을 보내요. 그럼 상대는 ‘얘가 나한테 관심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연락을 끊어요. 저도 알콩달콩 대화하고 싶은데 그런 걸 못 하게 됐어요. 오랫동안 믿음을 줘야 애정 표현을 하는데 그만큼 기다려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거죠.”
더구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연예인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연예인 친구도 거의 없단다. 함께 일했던 이들과 친분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자주 만나지 못한다. 여러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연예인 중에 친한 분은 거의 없어요. 예전에 ‘조아’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만난 재범이랑 친해요. 밖에서 만나는 사이는 아니고 안부를 묻는 정도예요. 왜냐면 제가 술을 잘 안 마셔요. 과일 소주나 맥주, 와인, 사케를 살짝 마시는 정도거든요. 자리가 끝나고 집에 어떻게 갈지도 걱정돼요. 데려다주는 사람이 없으면 불안해서 만남을 미루게 돼요. 그러다 보니 연락이 뜸해졌어요. 주변에선 저한테 인생을 못 즐긴다고 하죠.”
클라라는 ‘일’과 관련되지 않은 취미가 있느냐는 물음에 한참을 고민했다. 일이 곧 여가 생활이었다. 그래서인지 즉석에서 보여준 스케줄 표도 숨도 쉴 틈 없이 타이트했다. 인터뷰 현장에 동행한 소속사 관계자 역시 말을 보탰다. 한 달 스케줄을 보내면 그 스케줄 사이에 각종 일정을 끼워 넣는다고. 특히 자기와 관련된 일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서 모든 것을 함께 의논해 정하다 보니 쉴 새 없이 미팅이 이어지기도 한단다. 그 외엔 피부과에 가거나 운동을 하러 간다.
“제가 뒤처지는 걸 못 참아요. 저보다 멋진 사람을 보고 자극받고 배우는 걸 좋아해요. 최근엔 영화 <군함도>에서 이정현 선배님을 보고 자극받았어요. 어떻게 연기를 그렇게 잘하시죠? 소름 돋았어요. 다시금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죠. 몸매도 마찬가지예요. 인스타그램에서 몸매 좋은 분들을 많이 보죠. 빅토리아시크릿 모델들을 검색해 운동법을 보고 식단도 봐요. 저는 자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어요.”
클라라는 아직도 꿈이 많다.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역할도 다양하다. 앞으론 그동안 보여줬던 센 이미지와 상반되는 역할을 맡고 싶단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처럼 발랄하면서 허당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배역을 맡아 자신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저를 만난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생각한 이미지와 다르다’는 말이에요. 제가 보기와 달리 털털하고 수더분하거든요. 그런 매력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일’이 아니면 하는 것이 없다는 그녀는 일이 곧 여가 생활이라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다음 만남까지 일과 관련 없는 취미를 만들어 오기로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기자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떤 게 있지? 잘 모르겠네”라고 고민하는 그녀의 천진난만함이 신선하다. 클라라 씨, 꼭 약속 지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