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아내를 만나 스토킹에 버금가는 애정 공세 끝에 2011년 결혼에 골인했다. 나이 서른을 목전에 뒀던 나는 결혼하자마자 2세 갖기에 열을 올렸다. 철이 어찌나 없었던지, 계획하면 바로 아이가 생길 줄 알았다.
처음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날, 한껏 부푼 마음으로 화장실 앞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임신이 아니었다. 둘째 달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달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자 초조했다. 몸에 문제가 있나 걱정하며 병원에도 가봤다. 몰라도 참 몰랐다.
그리고 세 번째 달, 드디어 ‘두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손에 넣었다. 그때의 기쁨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 기쁨에 취해 두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의사인 장인어른께 뛰어갔다. 주변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임신이 맞나요?”라고 물었고, “맞다”는 장인어른의 말에 그 어느 때보다 기뻤다. 아들 주안이가 내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그 순간부터 아이와 함께하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누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우리를 비교하지 말자. 그저 우리 둘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최대한 아낌없이 주자. 사랑 안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로 키우자”는 것이 우리의 다짐이었다.
1 주안이의 첫 번째 생일. 2 도자기 공예 중 ‘엽사’ 촬영. 3 재롱잔치 후 해맑게 웃는 유치원생 주안. 4 아빠 품에 기댄 아기 주안.
2012년 6월, 드디어 주안이를 품에 안았고 어느덧 6살이 됐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는지 요즘 주안이를 보면 다 컸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엔 그토록 어려워하던 ‘쌀’을 완벽하게 발음했다. SBS 예능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할 당시의 일이다. 주안이와 함께 요리를 하는데, 주안이가 계속 ‘쌀’을 ‘딸’이라고 발음했다. 아내와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계속 ‘쌀’이라고 알려주며 연습을 시켰다. 주안이는 꽤 애쓰는 듯했지만 끝까지 “딸!”이라고 해 한바탕 웃었다. 그랬던 주안이가 얼마 전 드디어 “쌀!”이라고 완벽하게 발음했다. 자신도 놀랐는지 곧바로 아내에게 달려가 “엄마! 쌀! 발음해봐요. ‘딸’ 말고 ‘쌀’. 나 어렸을 때는 ‘딸’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쌀’이라고 발음을 잘해요”라고 말하곤 방으로 총총총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니 ‘딸’이라고 발음하던 작고 귀여운 아들 주안이가 한껏 성장했음이 느껴졌다. 귀여운 모습이 몹시 그리웠지만 한편으론 해준 것도 별로 없는데 씩씩하게 잘 자란 주안이가 대견했다.
앞으로 주안이가 어떤 꿈을 꾸고 무슨 결정을 할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행복하길 바란다. 아빠로서 주안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지만 예절만큼은 바른 아이로 자라길 간절히 소망한다.
주안이를 만난 순간부터 행복이 함께했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것에 감사한다. 아빠와 엄마의 뜻을 잘 따라준 주안이에게도 고맙다. 지금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주안이와 함께 성장하는 아빠가 될 것을, 주안이와 아내에게 약속한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1년 뒤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6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