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의 웃돈을 척척 얹어주는 빌딩 거래에 거리낌이 없는 강남 부자들. 이들은 대부분 ‘나도 몇 년 후면 똑같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니 원주인에게 거액의 차익을 남겨줬다는 생각 같은 건 할 겨를도 없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몇 년 전의 시세는 없다. 거래 당시의 시세에 비춰 거래 금액 자체가 적정한 수준인지만 파악하면 그만이다.
가격 상승률과 상승 폭에서 강남 빌딩을 따라올 부동산 자산은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으로 비유하자면 삼성전자를 떠올리면 쉽다. 10~20년 전 삼성전자 주식을 산 투자자가 지금까지 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상상만 해도 아찔한 투자 수익률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강남 빌딩도 그렇다. 오르는 물건에 막차란 없다.
엄청난 가격 상승률과 수익률 외에 강남 빌딩의 또 다른 특징은 실제 사용 목적으로 매입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빌딩 한 채를 사서 2개 층 정도를 주인이 쓰고 나머지는 월세를 받아 대출 이자를 내는 식이다. 임대로 들어와 있던 이가 해당 건물을 직접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새로 빌딩을 산 사람 입장에선 임대료를 내고 쓰다가 공짜로 쓰니 매달 들어가던 돈을 버리지 않아 좋고, 건물의 가치가 올라가 자산 가치도 높아지니 일석이조다. 내가 주인인 건물이니 회사 이름을 빌딩 이름과 같이 쓰면 ‘사옥’이 마련되는 셈이다. 바이어에게 건넨 명함에 사옥의 주소가, 그것도 강남 한복판의 주소가 찍혀 있다고 생각해보자. 회사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기업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법원 경매에 강남 빌딩이 자주 나오지 않는 데도 다 이유가 있다. 비싸도 팔린다는 게 강남 빌딩이다. 월세가 많이 나오지 않는 강남 빌딩도 매물로 나오기가 무섭게 팔린다. 이유는 가격 상승 폭에 있다. 즉 시세가 오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뜻이다.
강남 빌딩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건물을 매입하려는 목적 자체가 다른 지역과 다르기 때문이다. 강남을 제외한 타 지역의 경우 빌딩을 사는 사람들의 90%가 임대수익을 거두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강남은 다르다. 상당수가 직접 사업체를 운영할 목적으로 건물을 사들인다. 강남에서 사업을 하는 이들의 월평균 임대료는 4,000만원 수준이다. 4,000만원이면 은행에서 무려 130억원을 대출했을 때 물어야 하는 이자 수준이다.
사업가 입장에서 60억원짜리 빌딩을 내 돈 10억원에 50억원을 대출 받아 매입했다고 가정해보자. 내 돈 10억원에는 기존 전세 보증금 5억원 정도가 포함돼 있으니, 실제 순수 투자금은 5억원에 불과하다. 50억원 대출이면 매달 이자가 1,200만원 정도다. 매월 4,000만원 내던 임대료를 1,200만원으로 줄이면서도 건물은 내 건물이 된 것이다. 만기가 끝나면 억울하게 날려야 했던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 사무실 이전 시 추가로 들었던 원상복구 비용 같은 건 이제 남의 일이다. 더욱이 건물 외벽에 설치한 기업 홍보용 간판만 보면 그야말로 ‘사옥’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밤잠을 설칠 정도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필자에게 상담을 의뢰했던 한 고객의 사례가 떠오른다. 15년 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땅을 사 건물을 지은 고객이다. 직업이 의사인 이 고객은 당시 평당 1,800만원에 땅을 매입했다. 현재 시세는 얼마일까? 평당 2,000만원이다. 15년 동안 불과 200만원밖에 오르지 않은 것을 경험하고는, 건물은 강남에 있는 빌딩을 사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찾아온 경우였다. 10년 전인 2005년, 강남 테헤란로의 땅값은 평당 1억~1억 2,000만 원 수준이었다. 지금은 2억 5,000만~3억원 사이다. 이 고객이 15년 전에 강남 빌딩을 샀다면 지금 얼마가 됐을까? 15년이나 지난 후에야 강남 빌딩의 가치를 알았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글쓴이 박종복
20년 경력의 미소부동산연구센터 원장으로 업계에서 ‘빌딩 박사’로 손꼽힌다. 가수 이승철, 농구선수 서장훈을 비롯한 스타들의 빌딩 매매를 담당했으며 최근 부동산 투자 노하우를 담은 책 <빌딩 박사 박종복의 나도 강남 빌딩 주인 될 수 있다>를 출간, 부동산 컨설팅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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