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뒤로 레드 컬러가 포인트가 되는 액자를 걸어 생기를 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채워지는 집
오랜만에 재밌는 집과 마주했다. 한 브랜드의 가구로 세트처럼 채운 집도 아니고, 획일적으로 꾸미지 않아 방마다 느껴지는 공기도 다르다. 방송국 엔지니어로 일하는 결혼 5년 차 이현희 씨는 지난 4월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루면서 그간 묵혀둔, 아니 시간을 지내며 더욱 깊게 숙성된 자신만의 감각으로 집을 알차게 꾸몄다.
“아이 가구를 제외하고는 다 이전에 사용하던 거예요. 저는 세월을 머금은 손때 묻은 것에 애착을 느끼거든요. 집 안 곳곳에 놓인 작은 병 하나까지도 예전에 여행 다니면서 모아둔 것들이죠.”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그녀지만 그렇다고 집 안 곳곳 어디에도 창고처럼 짐이 쌓여 있지는 않다. 삶의 동선에 맞게 있을 것만 딱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랄까?
“이현희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 콘셉트가 확고했어요. 그녀가 추구하는 차분하면서 빈티지한 취향을 효과적으로 공간에 녹여내려고 바닥재부터 타일, 중문, 가벽 등 세심한 부분까지 같이 상의하면서 진행했죠. 현장 상황에 맞는 구조 변경부터 생활적인 면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소재와 디테일 등을 조율했어요.” 마르멜로 이경희 실장은 감각이 좋은 집주인과 만나면 서로 합이 잘 맞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현희 씨의 집도 바로 그 케이스. 답답해 보이는 현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두툼한 가벽을 헐고 대신 ‘ㄷ자’형 주방 구조로 공간을 확보하는 등 큰 그림은 이경희 실장이 그리고, 바닥재나 문 컬러, 타일 가벽 위를 원목 나무로 마무리하는 등의 세심한 디테일은 이현희 씨가 더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덕분에 디자이너도, 집주인도 만족스러운 공간이 완성됐다.
하나뿐인 나만의 취향으로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마주하는 주방 겸 다이닝 룸은 우드와 화이트 컬러를 매치해 한층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연출한다. ‘ㄷ자’형 싱크대 앞으로 낮은 가벽을 세우고 화이트 타일과 딥한 티크 컬러 원목으로 마무리한 디자인 덕분에 아파트가 아닌 주택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사실 타일 가벽 위에 원목으로 마무리한 것은 전문가로서 추천하지 않는 편이에요. 물을 많이 사용하는 주방에 원목 소재를 더하면 수축이나 변형의 위험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현희 씨가 그간 꿈꿔온 디자인이라며 간절한 마음을 보이더라고요. 실현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제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어요. 페인트를 직접 조색해 바르고 친환경 도료로 코팅해 가벽을 완성했죠.” 이경희 실장은 집주인의 감각적인 고집 덕분에 주택 못지않은 디테일로 마감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사하면서 집 전체를 다 신경 썼지만 특히 아이 방 꾸미기에 힘을 많이 쏟았어요. 네 살배기 딸 지안이의 첫 번째 방이기도 하니까요. 노란색, 하늘색 등 은은한 파스텔컬러로 아이의 감성을 채워주고 싶었죠.” 이현희 씨는 아이 방 꾸미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부부 침실은 침대 하나에 그림과 포스터만으로 마침표를 찍었건만 아이 방은 수납장을 넣고, 침대를 두고, 펜던트 조명까지 다 걸어놔도 미완성이란다.
이렇듯 집주인의 확고한 취향과 감각적인 고집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완성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에 대한 애정과 추억도 깊어져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선물해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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