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국제영화제로 더 잘 알려진 베를리날레가 2월 9일 개막한다. 올해로 67회를 맞았다. 거리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와 포스터, 그리고 인포데스크로 모여드는 관객들의 행렬에서 벌써부터 그 흥분 어린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이 기간에 베를린 중심지에 있는 포츠다머 플라츠 거리는 영화제를 즐기러 온 전 세계의 영화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기간에 이 동네에서 버거를 먹다 보면 맞은편에 봉준호 감독이 앉아 있고, 신호등 앞에 서 있으면 옆에 박찬욱 감독이 서 있더라”는 식의 우스갯소리도 떠돈다.
그만큼 국내외를 막론한 유명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독일 수도인 베를린의 한 지역을 장악하고 영화를 즐기며 열광하는 큰 축제가 펼쳐진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독일인들인 만큼, 티켓을 구하려는 경쟁 또한 치열하다. 부산 국제영화제를 방불케 하는 줄 서기는 각오해야 한다. 올해 베를리날레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미아 스펜글러의 <BACK FOR GOOD(2016)>을 필두로, 아메리카 대륙과 전 유럽, 아시아를 초월하는 다양한 나라의 흥미로운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어 필자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한국 영화 소식도 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도 경쟁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작은 대니 보일의 <트레인스포팅>, 토마스 아슬란의 <브라이트 나이츠>로,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대감독들의 작품이라 한국인 관객으로서도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베를리날레의 가장 큰 티켓 부스는 포츠다머 플라츠에 위치한 아카덴 백화점 로비에 있다. 물론 인터넷이나 상영작 극장에서도 티켓 구입은 가능하지만, 특별히 이곳에서는 베를리날레에 관련된 상품도 구매할 수 있다. 67회 베를리날레의 이름이 프린트된 에코 백과 티셔츠뿐 아니라 영화제 포스터도 구매가 가능하니 영화 팬이라면 들러보길 권한다. 이곳 주변에 영화제의 상영관이 밀집해 있고 레드 카펫 무대도 펼쳐지니, 영화제 동선은 매우 단순한 편이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가 카펫을 밟는 날이면 그들을 만나러 온 팬들의 물결로 가득 차기도 한다.
영화를 보다가 배가 출출하다면 유명 맥주 바인 ‘모메제넥(Mommeseneck-Haus der 100 Biere)’과 ‘가스트하우스 알트 바이예른(Gasthaus Alt Bayern)’을 들러보길. 또 파스타 체인점인 ‘바피아노’나 아카덴 몰 지하 1층에 있는 립스테이크 전문점은 월요일이면 립스테이크를 무한 제공하는 맛집이다. 포츠다머 플라츠뿐 아니라 미테(도시 중심부) 지구에도 프리미어 상영관이 있다. 이곳은 관광 지구로도 유명한데, 영화를 보고 나와 주변을 산책하며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베를린 앙상블 건물 근처 맥주 거리에 들러보는 루트도 좋겠다.
베를리날레에서는 본 영화제의 경쟁작 외에도 실험적인 영화들을 상영하는데, 영화의 신경향성과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영화들이므로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이번에는 영화 <엘르>의 감독이자 이번 베를리날레의 디렉터를 맡은 폴 베호벤의 안목에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신예 감독들의 쇼트 필름으로 구성된 제너레이션 섹션을 만나는 순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베를리날레의 오프닝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포트다머 플라츠의 분위기는 잔뜩 고조되는 중이다. 최근 크리스마스 마켓 테러 등으로 어수선한 베를린의 분위기 속에서 볼거리와 이슈 거리가 넘치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리날레는 분명 하나의 축복이자 흥겨운 축제가 될 것이다.
글쓴이 최미미 씨는…
광고 회사의 기획 작가로 일하다 문득 평론가의 길을 걷고 싶어 모든 것을 접고 지난해부터 베를린에서 유학 중이다. 취미는 베를린의 갤러리 탐방과 흥미로운 상점들을 발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