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드라마 <종이학> <순수> 등에서 청순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단번에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며 리즈 시절을 보냈던 명세빈.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는데도 아기같이 말간 피부, ‘여리여리한’ 몸매, 나긋나긋한 목소리, 가식 없는 순수한 웃음까지 그대로인 채 KBS2 드라마 <다시, 첫사랑>으로 돌아왔다. 굳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간이 선물한 여유 그리고 상황에 연연하지 않는 단단함이랄까. 아련한 첫사랑의 모습으로 강인하고 당당해야만 ‘살아지는’ 현실적인 여자를 연기하는 <다시, 첫사랑> 속 ‘하진’은 여전한 듯 조금은 달라진 지금 명세빈의 모습일 테다.
오늘 촬영은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매니시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콘셉트의 의상이 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체크 프린트로 살짝 포인트를 주니 시크해 보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의상학과 출신이네요.
졸업한 게 언제 적이더라?(웃음) 의상학과 나왔다고 뭐 특별하게 입고 다니진 않아요.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주로 입고 청바지에 티셔츠 같은 편안하고 내추럴한 스타일링을 즐겨요.
2년여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어요. 청순가련한 ‘국민 첫사랑’에서 강인하고 당찬 ‘다시, 첫사랑’으로 돌아온 소감은요 ?
이 나이에 청순, 가련, 이런 말 들으면 정말 너무 부끄럽고 민망해요.(웃음) 마냥 예쁘고 착하기만 한 사랑 얘기가 아니라 상처도 주고받으며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현실적인 진짜 사람 사는 얘기여서 마음이 끌렸어요.
일일 드라마예요. 힘들진 않나요?
진짜 힘들어요.(웃음) 몇 년 전 <제왕의 딸, 수백향>이라는 일일 드라마를 해보긴 했지만 그때보다 체력도 딸리고요. 사건과 사건이 연이어 벌어져 속도감도 있고, 한층 복잡하고 깊은 감정선을 연기해야 하니 힘든 부분도 있어요. 그래도 촬영장 분위기는 너무 좋아요. 감독님도 이해심이 많으시고 동료 배우들끼리도 서로 잘 챙겨주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외모만 보면 천생 여자일 것 같아요.
여성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아서인지 다들 그렇게 보시는데 마냥 여자 같지만은 않아요. 애교가 많거나, 막 공주 같고 그렇지도 않고요.(웃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놀랄 만큼 남자 같고 털털한 편이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얼굴만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에요. 스태프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어우, 아니에요. 많이 달라졌죠.(웃음) 어릴 적에 에스테틱도 다니고 부지런히 피부 관리를 했는데, 이제 와서 빛을 좀 보는 것 같아요.(웃음) 요즘은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하고 피곤할 땐 진정 케어에 신경을 쓰죠. 운동을 좋아해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고 골프도 자주 쳐요. 드라마를 하는 동안은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어 아쉬워요.
그래도 세월의 흐름을 실감할 때가 있죠?
너무너무 많죠. 체력도 그렇지만 생각과 다른 말이 불쑥 나올 때가 있어요.(웃음) 얼마 전 야외 촬영 때 날씨가 너무 추웠는데, (김)승수 오빠가 자신의 손난로를 저에게 주는 거예요. 고마웠지만 오빠도 추울 텐데 싶어 미안한 마음에 손난로를 돌려주며 한 말이 “오빠 라디오는 오빠가 챙겨”였어요. 본의 아니게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죠.(웃음)
가수 신승훈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화려한 시절을 보냈어요. 그때가 그립나요?
그립다기보다는 아쉬움이 많아요. 데뷔하고 짧은 시간에 주인공을 꿰차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렸던 터라 아무것도 몰랐고, 너무 어렸죠. 좀 더 성숙해서 주변을 더 챙기고 배려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때에 비해 지금은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도 생겼고 연기하는 것도 너무 좋으니 만족스러워요.
연기자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나요?
없어요.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어렵지만 그만큼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게 되니 여자로서는 도움이 되는 직업이에요.(웃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재미도 있고 다양한 인생을 살아볼 수 있으니 점점 더 매력을 느껴요.
주변에 사람이 많은 편인가요?
많진 않아요. 소수 정예라고나 할까요?(웃음) 그래도 속마음까지 남김없이 얘기할 수 있고, 외로울 틈 없이 함께해주는 ‘진짜 내 사람’ 몇 명이 늘 곁에 있으니 든든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꼭 한번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요?
예쁘고 멋있고 그런 거보다 좀 편안한 역할, 옆집에 사는 철없는 언니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드라마에서 코믹한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데 ‘나한테도 이런 면이 있나’ 싶으면서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좀 망가지고 어리바리해도 정이 가는 편안한 캐릭터,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후세에 길이 남을 배우가 될 욕심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제 연기를 보고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행복해하고, 같이 안타까워하는 사람 냄새 나는 연기자면 좋겠어요, 비중 있는 역할이든 아니든 보는 사람이 진심으로 공감하는 연기자로 기억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인생일 것 같아요.
2017년 꼭 이루고 싶은 새해 소망이 있나요?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가 끝나면 꼭 여행을 가고 싶고요, 더 많은 작품과 더 좋은 연기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