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수록 기분 좋은 집
고층 아파트에 사는 기쁨은 도심에서도 시원하게 뻥 뚫린 시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결혼 23년 차 주부이자 영어 학원 원장인 김영주 씨가 얼마 전 이사한 인천 청라아파트도 주상복합 구조의 고층 아파트로, 커다란 창호에서 햇빛이 내리쬐는 웅장한 펜트하우스를 연상케 한다.
“3년 정도 독일에서 살다가 7년 전에 한국으로 왔어요. 독일에 살면서 ‘프렌치 스타일’을 많이 접했는데, 프렌치 스타일은 유럽 특유의 고급스러운 안락한 감성과 머물수록 기분 좋은 느낌이 있어요. 한국에 돌아와 독일에서 느낀 감성의 프렌치 앤티크 가구를 많이 사서 모았는데, 바로 전에 살던 집은 심플한 모던 스타일이라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이번에 이사하면서 프렌치 모던 인테리어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이사를 결심하고 김영주 씨는 프렌치 스타일로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찾는 일이 일순위였다. 자신의 로망이자 꿈인 프렌치 인테리어를 실현해줄 디자이너의 도움이 절실했던 그녀. “TV와 잡지를 보다가 디자인폴 박미진 실장을 알게 됐어요. 기존 인테리어 포트폴리오가 다 제가 찾던 프렌치 스타일이더라고요. 그길로 바로 미팅을 잡고 구체적인 인테리어 플랜을 짰어요.”
그렇게 김영주 씨의 집 인테리어 시공을 맡은 디자인폴 박미진 실장은 채광을 살리는 따뜻함을 모티브로 내추럴하면서 편안한 프렌치 모던 인테리어를 콘셉트로 잡았다. “목재를 소재로 한 가구와 마감재, 리넨 소재 패브릭, 파스텔 핑크와 그레이 등 자연에서 발견한 컬러에 집중했어요. 로맨틱한 웨인스코팅 몰딩과 중후한 앤티크 가구로 힘 있는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주방 중간에 식탁을 향한 아일랜드 조리대를 배치해 열린 구조를 만들었다. 은은한 블루 그레이 컬러와 블랙&화이트 마블 패턴 타일 바닥은 모던하면서 로맨틱한 프렌치 모던 스타일을 완성했다.
안락함을 담은 프렌치 모던 스타일
들어오자마자 긴 복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5개의 방과 복도 끝에 주방과 거실이 있는 구조로 비교적 공간 구성이 세분화돼 있어 구조를 변경할 필요가 없었다. 주방과 거실의 경계선이 없어 중간에 유리 철제 중문을 단 것이 전부였다.
“모던하면서 로맨틱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프렌치 모던 스타일의 정점을 찍은 게 주방이에요. 원래는 일자형 싱크대만 있었는데 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식탁을 향해 아일랜드 조리대를 배치해 열린 구조를 완성했고, 아일랜드 조리대와 싱크대를 블루 그레이 계열로 바꿨어요. 바닥에 마블 패턴의 타일을 블랙&화이트 컬러로 조합하니 세련되면서 고급스러운 주방이 완성됐죠.”
박미진 실장은 김영주 씨의 그릇 컬렉팅 취미를 고려해 주방 한쪽 벽면에 원목 선반을 달아 식기 세팅을 하도록 배려했다. 김영주 씨의 그릇 ‘애정’이 어느 정도냐면 “독일에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플리마켓에서 그릇이나 소품을 사 모은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케밥이나 샌드위치로 한 끼를 때우더라도 그릇이나 소품은 제대로 차려야 마음이 놓였단다. 그렇게 하나둘 모은 소품은 주방과 거실 곳곳에 인테리어 오브제로 빛을 발하고 있다.
부부의 침실은 또 다른 반전의 공간이다. 19세기 프랑스 집에 온 것처럼 클래식하면서 앤티크한 감성으로 꽉 채워졌다. 침실의 중심을 잡는 플라워 패브릭 헤드의 앤티크 침대는 중후하면서 클래식한 매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파우더 룸에는 앤티크한 플라워 패턴이 프린트된 포인트 벽지를 더해 색다른 무드를 연출했다.
취향을 반영해 정성껏 꾸미다
“통로처럼 이어지는 복도는 원래 대리석으로 돼 있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지 않고 차가워 보여 다 뜯어내고 웨인스코팅으로 연출했어요. 화이트 컬러 벽으로 이어져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통로를 밝고 심플하게 연출하죠.” 박미진 실장은 웨인스코팅 벽에 앤티크 벽등을 달아 김영주 씨의 마음을 취향 저격했다. 덕분에 유럽의 한 호텔 복도를 걷는 듯한 이색적인 기분도 느끼게 한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아들 방은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곳으로 정했다. 아이 방은 김영주 씨가 좋아하는 프렌치 앤티크 스타일보다는 심플하고 차분한 원목 가구로 채웠다. 바닥에는 헤링본 패턴 마감재를 시공했는데, 창가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살을 반사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그 자체로 따뜻하다. 전체적으로 내추럴한 원목 느낌으로 통일하되 옷이나 소품, 취미 용품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한쪽에는 화이트 붙박이장을 시공했다. 아들 방 바로 맞은편에 있는 코너 공간은 소파를 하나 두어 미니 가족실로 꾸몄다. 코너에 있어 햇살이 들어오지 않지만 안락하고 아들의 아지트 공간으로도 이용된다.
김영주 씨의 취향을 오롯이 반영한 집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만큼 정성이 깃든 집인 만큼 가족 모두가 머무는 시간을 좀 더 오붓하게 만들었다. 따뜻한 온기와 취향이 느껴지는 프렌치 스타일의 집, 앞으로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채워나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