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도 난임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어떤 경우를 난임이라고 판단하는지요?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했을 때 보통 1년 안에 90% 이상은 아이가 생깁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난임이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상담과 난임 검사를 권합니다. 35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결혼 후 1년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더 일찍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난임의 원인은 어떤 것들인가요?
배란이 잘 안 되는 배란 장애와 양쪽 난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소 안에 난포가 있고 난포 안에 난자가 들어있는데 난포가 자라서 터지면 배란이 되는 겁니다. 배란이 되어야 임신 준비가 가능하죠. 생리가 규칙적이라는 말은 배란이 규칙적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배란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인데 이것은 난포는 많지만 배란이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배란이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니 생리주기도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임신을 시도할 수 있는 횟수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죠.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생활습관의 교정이 필요합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인슐린 저항성이나 고안드로겐혈증같은 내분비이상과 비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무리한 운동이 아닌 적당한 유산소 운동과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를 줄이고 채소 섭취를 권합니다.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이 2-3킬로그램만 줄어들어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배란유도를 위해 복용하는 약에 대한 반응성도 좋아집니다.
평소의 생활습관이 난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요?
여성에게 흡연은 정말 좋지 않은데 난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난소 기능이 빨리 떨어지는 것은 물론 폐경도 빨리 올 수 있고, 난자의 상태에도 좋지 않습니다. 임신을 했을 때 합병증도 늘어납니다. 음주도 되도록 안하는 것이 좋은데 술을 먹으면 기름지고 자극적인 안주를 섭취하게 되고 영양불균형을 초래합니다. 게다가 여성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이미 자신의 난자 수가 결정됩니다. 태어나면서 그걸 점점 소실하게 되는 것이죠. 난소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노화 과정이기 때문에 회복이 안됩니다. 물론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등의 노력여하에 따라 난소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습니다.
최근에 진료한 난임 부부 중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30대 후반 부부였는데 다행히 여성 쪽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남편에게 난임 검사를 권했습니다. 그런데 자연 임신을 시도하겠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임신이 되지 않아 남편의 정액 검사를 했는데 무정자증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행히 고환에서 채취한 정자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해서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난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최근에는 남성들도 난임 검사를 많이 받고는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부부가 함께 난임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이 늦어지는 여성들 중에는 나중에 임신이 어려울까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혼 여성도 난임 검사가 가능한가요?
난소기능을 예측할 수 있는 AMH검사는 간단한 피검사로 가능합니다. 여성의 현재 나이에 맞게 난소 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검사입니다. 제가 진료했던 환자 중 26살 미혼 여성인데 출혈이 있어 병원에 방문한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를 했더니 난소기능이 거의 폐경 수준이었습니다. 조기에 발견한 덕분에 난소를 모아 보관할 수 있었죠.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생리불순이 있거나 생리통이 심한 경우, 난소 쪽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면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미혼여성들도 산부인과 검진을 꺼리지 말고 검사하기를 권합니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들에 비해 난소기능이 심하게 저하되어 있는 분들이라면 난자를 냉동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임력 보존도 가능합니다.
가임력 보존이라면 자신의 난자를 냉동했다가 사용하는 것인가요?
여성에게 있어 가임력 보존이란 난자, 수정란, 배아나 난소조직을 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항암치료를 받거나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난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치료를 받기 전 가임력 보존을 위해 난자를 냉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도 그런 사례가 있는데 백혈병이었던 여성이 항암치료를 받기 전 본인의 난자를 냉동해두었다가 항암치료가 끝나 완치 판정을 받은 후 결혼해서 임신에 성공한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여성의 가임력은 25세 정도가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이 늦어지다보니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나의 난자가 건강할 때 보존해놓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많은 연구와 기술의 발달로 난자를 손상시키지 않고 냉동하는 기술과 안정적인 시술방법은 어느 정도 확보가 된 상황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임상유전학 인증의 자격을 획득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임상유전학 인증의는 어떤 역할을 합니까?
유전적 이상을 가진 부부들에게 임신 전에 유전상담을 해주고,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통해 아이에게 유전 질환이 되물림되지 않도록 하거나, 세포의 일부를 떼서 배아의 염색체 수가 이상이 없는지 다시 한번 스크리닝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강한 아이를 임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유전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은 아이에게 유전질환을 물려줄까봐 걱정되어 임신은 물론 결혼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임상유전학 관련 연구를 통해 건강한 아이를 안전하게 임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난임을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불임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난임이라는 말 그대로 엄마와 아빠가 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안하시기를 바랍니다. 35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서둘러 난임 검사를 하고,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아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개인에게 맞는 임신방법을 시도해보기를 권합니다. 임신에 가장 좋은 것은 기본에 충실한 생활습관입니다. 꾸준한 운동과 음식물 골고루 섭취하기, 금주와 금연, 스트레스를 줄이고 햇빛을 많이 쬐는 등 평소의 건강 관리가 중요합니다. 또 주변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한 발짝 물러나서 모르는 척 해주는 것이 난임 부부의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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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는
1984년 개설 이후 민간 병원 최초 시험관 아기 탄생, 국내 최초 정자직접주입술(ICSI) 성공, 세계 최초 미성숙 난자의 체외 수정을 통한 아기 출산, 유리화 냉동난자 아기 출산 등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이미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계적 최고 수준의 첨단연구시설 및 50여명의 박사급 전문 의료진들이 난임과 생식학, 유전학 등에 관한 활발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난임 치료에 대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난임의 윤리성을 지키며, 생식의학에 대한 최첨단 연구를 통해 21세기 생식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