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대체 무슨 관계예요?
홍석천 애증의 관계죠.(웃음)
왁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완전히 다른 성향인 데도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요. 저는 약간 남성스러운 스타일이고, 오빠는 섬세하고 여성스럽거든요. 10년 전 지인의 소개로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 오빠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없었어요. ‘날라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강했죠. 그렇게 서너 번을 더 만났더니 제가 아는 홍석천이 아닌 거예요.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대화 코드가 잘 맞아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지루하지 않았죠.
홍석천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발라드 여가수는 까탈스럽다거나 비밀스러울 것 같다는 편견을 단번에 깨준 여자가 왁스였죠. 화려한 연예인이 아니라 수수하고 솔직한 ‘여자 사람’이에요. 왁스를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어요. 왁스가 급하게 해외 공연을 가면서 제게 돈을 빌린 적이 있거든요. 일주일 후에 갚겠다고 했는데, 정말 정확히 일주일 뒤 갚더라고요. 그때까지 돈 관계에서 약속을 지킨 연예인이 없던 터라 왁스의 그런 행동은 감동 그 이상이었어요. ‘얘는 믿어도 되는 애구나’ 싶었죠. 또 얼마나 웃긴데요. 왁스만의 개그 코드가 있어요. 몇 시간이고 배꼽 잡고 웃을 수 있죠. 왁스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래서 힐링이 돼요.
왁스 한번은 오빠가 예능에 출연해보라는 거예요. 단박에 거절했죠.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아세요? 미쳤대요.(웃음) 이렇게 웃긴 애가 예능을 안 하면 안 된다나 뭐라나. 오빠를 웃기는 유일한 사람이 저래요.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예요?
홍석천 왁스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 게 저예요. 예능도 그렇고, 클럽도 저 때문에 처음 갔죠. 처음에는 “클럽을 어떻게 가요!”라며 질색하더니 이제는 누구보다 클럽을 즐기는 클러버가 됐어요.(웃음)
왁스 가수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오빠를 만나면서 낯가림이 없어졌어요.
10년 동안 알고 지낸 왁스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홍석천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어요. 예의 바르고 겸손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착해요.
왁스 오빠는 사람을 좋아해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따뜻하고 착한 마음이 기본이 돼야 하거든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는 저와는 다르게 오빠는 하기 싫은 것도 꾸역꾸역 다 해요. 주변 사람 챙기느라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는 오빠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면서 존경스러워요.
홍석천 왁스가 늘 “그거까진 안 해도 돼” “그 사람까지 안 돌봐도 돼”라고 조언하죠. 어떨 땐 엄마같아요. 오죽하면 왁스 친구들이 ‘홍혜리’로 이름을 바꾸라고 하겠어요. 제 성에다가 본인 이름을 합쳐서요.(웃음)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걸 방증하는 거죠.
왁스 신기한 건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트러블이 없었다는 거예요. 사업도 다른 사람이랑은 같이 하면서 저랑은 안 한대요. “나도 사업하고 싶어”라고 하면 “안 돼!” 하는 정도?
홍석천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안 하려고 하는 거죠. 같이 사업하다 보면 괜한 언쟁이 오갈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왁스야, 사업하고 싶어?(웃음)
왁스 예전에 함께 사주를 보러 갔었는데, 그때 그 도사님께서 제가 오빠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주라고 했어요.(웃음)
홍석천 우리는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수다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하루 종일 말한 적도 있어요.
서로의 연애사도 공유하나요? 홍석천 씨의 연애 스타일은 어때요?
왁스 오빠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완전히 달라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완전히 나쁜 남자가 되죠. 외로워하는 오빠의 애인을 제가 달래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예요.(웃음) 한번은 여행을 같이 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싸우는 오빠네 커플을 뜯어 말리고, 양쪽을 설득하느라 힘들었어요.
홍석천 간혹 저만 행복한 것 같아 미안할 때가 있어요. 왁스도 연애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말이죠. 사실 왁스를 누구에게 소개해주기가 참 아까워요. 이렇게 착하고 예쁜 동생을 뺏기는 기분이랄까.
왁스 외로워요. 외롭습니다. 요즘 부쩍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오빠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요!
홍석천 제가 생각하는 왁스의 짝은 일단 키가 크고 멋진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다섯 살 정도 연하면 더 좋을 것 같고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도 심성 착하고 왁스를 사랑해주는 남자여야 해요.
왁스 저는 좋아하는 남자의 기준이 없어요. 지금까지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이 공통점이 없거든요. 어느 순간 그 남자에게 마음을 뺏기는데, 그 포인트가 뭔지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그냥 묘한 분위기? 독특한 코드에 반하나 봐요.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일하는데 신경 쓰이게 하지 않는 남자! 뭐를 하지 않아도 계속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남자는 힘들어요.
홍석천 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 어디가 제일 좋아요?
왁스 솔직히 다 맛있어요. 예전에는 1호점인 마이타이를 자주 갔었고, 최근에는 마이스윗을 자주 가죠. 최근에 오픈한 마이373도 몇 번 가봤는데 맛도 분위기도 최고예요.
홍석천 저는 왁스의 노래 중에 ‘부탁해요’가 가장 좋아요. 예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술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데 갑자기 ‘부탁해요’ 노래가 마음에 확 와 닿는 거예요. 제가 왁스의 연애사를 다 알잖아요. 그 노래 속 주인공인 왁스의 전 남자친구와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완벽히 감정이입이 됐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또 최근에 발표한 노래 ‘너를 너를 너를’도 좋아요. 음악 방송이나 예능 활동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는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왁스 사실 음악 방송을 하기가 조금 민망해요. 나이 어린 아이돌 후배들 앞에서 노래한다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런 걸 깨준 것도 오빠예요. <뮤직뱅크>에 출연하던 날 대기실에 와서 아이돌 후배들에게 먼저 인사하면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줬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먼저 다가가는 게 오빠의 인맥 관리 노하우이기도 하고요.
홍석천 인맥 관리라기보다는 습관이 된 거예요. 커밍아웃 후 3년 동안 방송 활동을 쉰 적이 있어요. 곁에 있던 사람들이 떠났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누군가와 함께 연락하고 만날 수 있는 건 복이구나’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죠. 그 시기에 누가 옆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래서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이런 저를 왁스는 짠하게 생각하죠.
왁스 짠하긴 뭐가 짠해.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일도 있고, 돈도 많은데 뭐가 짠해?(웃음)
홍석천 이렇다니까요. 우리 관계가 티격태격, 묘해요.(웃음)
왁스 제 친구들이 오빠와 저의 관계를 되게 부러워해요. 친구들이 남편 자랑, 남자친구 자랑할 때 저는 “나도 오빠 있어! 석천 오빠가 얼마 전에 방콕 데려가줬어!”라고 자랑하죠. 그러면 친구들은 너무 부러워해요.(웃음)
함께 여행도 자주 다니나 봐요.
왁스 신기한 게 오빠랑 여행 코드도 잘 맞는다는 거예요. 오빠는 어딜 가도 맛있는 식당, 좋은 곳엘 데려가주거든요. “여기 대박이지 않니?” “이 음식은 이렇게 먹어야 맛있는 거야.” “이 접시 좀 봐, 너무 예쁘지 않니?” 이런 추임새가 음식을 더 맛있게 하죠.(웃음) 데이트 중에 이런 말을 해주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어요. 보통 남자들은 맛집 검색 같은 것도 잘 안 하잖아요.
홍석천 왁스가 무심한 성격이에요. 제가 옆에서 말해줘야 그때야 ‘아, 그렇구나’ 한다니까요.
왁스 올겨울에도 함께 방콕 여행을 갈 계획이에요. 우리는 주로 방콕으로 여행을 자주 가는데, 호텔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는 것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요. 무엇보다 오빠랑 함께하니까 더 좋죠.
홍석천 지난번 방콕 여행에서 왁스가 비키니를 입었는데, 몸매가 장난이 아니에요. 평소에 운동을 엄청 하거든요. SNS에 몸매 자랑을 할 법도 한데 안 한다니까요. 혼자 보기 아까운데 말이죠.
너무 친해 말하지 못했던,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홍석천 저는 왁스가 돈을 정~말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줄어들거든요. 말은 안 해도 왁스도 그런 점을 느낄 거예요. 저는 몇 번의 위기를 지나오면서 방송이 아닌 다른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잖아요. 왁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왁스 요즘들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오빠는 이런 제 마음도 꿰고 있네요.(웃음) 사실 그동안 제가 경제관념이 없었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스타일도 아니었어요. 요즘 들어 ‘너무 늦었나’ 싶어요. 10년 전쯤 돈을 의식했다면 어땠을까 싶죠. 저와는 반대로 오빠는 조금씩 쉬어 가도 될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달려왔기 때문에 누리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면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제는 스스로 건강도 챙겼으면 하고요.
홍석천 왁스를 보면서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이 생겼어요. 운동해야죠. 할 거예요.(웃음) 왁스처럼 저더러 좀 쉬라고 하는 지인들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달리는 이유는 하나예요. 몸이 아파서, 혹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날 수도 있잖아요. 그때 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열심히 살았노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를 아끼면서 열정을 쏟아내지 못하는 삶은 싫을 거 같아 오늘도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