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남동을 걸었다
‘핫한 동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한아름 기대를 안고 갔지만, 실제로 흡족했던 경우는 손에 꼽기 때문이다. 어렵게 찾아낸 좋은 장소도 이내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번잡해지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던가.
만나는 사람마다 ‘원남동, 원남동’ 하길래 짬을 내 찾아가봤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카페 중 하나라는 곳을 가장 먼저 찾았다. 과연 트렌디하고 예쁜 장소였지만, 이런 카페는 신사동 가로수길에도, 삼청동에도, 이태원에도, 성수동에도 있다.
‘헛걸음쳤나?’라고 생각한 순간 기대하지 않은 곳에 숨어 있던 원남동의 매력을 발견했다. 파란 하늘 아래 창경궁 돌담길을 따라 쭉 걷다 보니 골목이 나왔다. 좁은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예상치 못한 풍경을 연속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작은 술집에 그려진 비틀스 그림, 해장국에 들어갈 채소를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의 정겨운 뒷모습, 가을볕 쐬라고 내놓은 듯한 작은 화분 같은 것들이 빚어내는 독특한 정서가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니, 닫혀 있던 작은 공방이 문을 열었다. 무작정 들어가니 주인이 반갑게 맞아줬다. 늘 사람들 속에 섞여 일하다가 고요한 공간에서 나무를 만지니 행복하다고 했다. 기자와 동행한 포토그래퍼는 공방의 목공 수업이 진행되는 날짜를 수첩에 적었다.
공방을 나와 걷다 보니 배가 고파 아무 분식집에 들어갔다. 라면 하나를 시켰을 뿐인데 주인아주머니가 새로 담근 김치를 세 종류나 내놓으셨다. 시키지도 않은 쌀밥까지 퍼주셨다.
후식으로 팥빵 하나 먹으러 빵집에 들어갔더니 아르바이트생이 맛이나 보라며 더 비싼 카스텔라를 쟁반 위에 얹어주었다. 원남동은 ‘핫하다’는 말보다는 ‘푸근하다’는 말이 더 맞다. 그래서 더 좋았다.
간혹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힘든 순간이 닥치면 다시 찾아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