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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과 한강 치맥

드라마 <THE K2> 방송일에 지창욱과 한강에서 만났다.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치맥과 함께한 세 시간의 데이트.

On November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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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은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난 네게 반했어>(2008)를 시작으로 <솔약국집 아들들>(2009)을 거쳐 가뿐하게 <웃어라 동해야>(2010)의 타이틀 롤을 거머쥐었다. 신인에겐 무거울 수 있는 주인공 타이틀의 부담감을 보란 듯이 벗어냈고, 이후 <무사 백동수>(2011)와 <다섯 손가락>(2012) <기황후>(2014) <힐러>(2015) 그리고 오늘의 <THE K2>까지, 지난 8년 동안 안방극장을 웃기고 울리면서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2013년 뮤지컬 <그날들>을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오르고 있는 지창욱. 차곡차곡 건강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똑똑한 이 남자를 한강에서 만났다.

팬들을 위한 자리였다. tvN <THE K2> 촬영 중 바쁜 스케줄을 쪼개고 쪼개 얻은 황금 같은 시간을 모조리 팬들을 위해 투자했다. 한강 둔치에 자리를 마련했고, 치킨을 튀겼고, 맥주를 날랐다. 인형 탈을 뒤집어쓴 채 한강 변을 활보하며 몰래 팬들과 만나기도 했다. 엉뚱하고, 귀엽고, 착한 ‘지창욱스러운’ 발상이었다.

“언제고 한번은 팬들과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특별한 팬미팅을 기획하던 중 한강에서 치맥과 함께 드라마를 보면 어떨까 싶었죠. 기쁘고, 맛있고,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내고자 기획했습니다. 조금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해보고 싶었어요. 시원한 가을날, 시원한 맥주와 함께 드라마를 보니까 흥분되네요.”

이날 한강에는 일본, 중국, 태국 등 각국에서 온 해외 팬과 제주도, 거제도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한국 팬이 모였다. 나이도, 국적도, 성별도 다양한 팬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어찌 감동적이지 않을 수 있으랴. 지창욱은 팬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눈을 맞췄고, 악수했고, 포옹했다. ‘프라이드치킨이 좋은지, 양념 치킨이 좋은지’를 묻는 다소 엉뚱한 팬의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오늘 저는 프라이드치킨을 튀겼지만, 사실은 양념 치킨을 더 좋아합니다.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짬뽕이죠.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지금 이 순간 먹어야 한다면 프라이드치킨과 짬뽕이에요.(웃음)”

지창욱의 팬 사랑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홀어머니 밑에서 힘겹게 자란 어린 시절, 데뷔 후 주목받지 못했던 신인 시절이 그를 품이 넓은 배우로 만들었을 게다. 팬들의 소중함을 아는 남자, 인기의 노예가 되지 않고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배우, 그게 바로 지창욱이다.

“사실 예전에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늘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어요.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등 온갖 걱정을 다 했죠. 그러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을 믿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이든 혼자 이끌어가는 건 불가능해요. 조화와 팀워크가 중요하죠.”

<THE K2>에서 지창욱은 전쟁 용병 출신의 JSS 특수경호원 ‘김제하’ 역을 맡았다. 특수 경호원이라는 설정에 맞게 강렬한 액션을 소화하는 것은 물론 깊은 감정 연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연기까지 소화해내고 있다. ‘고안나’(윤아 분)에게는 한없이 다정다감한 이 남자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힐러>에서 액션 연기를 했기 때문에 액션의 고충을 잘 알아요. 다시는 액션을 안 하려고 했는데 또 하고 있네요.(웃음) 제 인생 마지막 액션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웃음) 이번 작품은 인물 간의 갈등이 재미있는 드라마라서 액션물로 보지 않으려고 해요. 몸은 힘들지만 매회 지날수록 편해지겠지 생각하며 임하고 있어요.”

회를 거듭할수록 강도 높은 액션신이 그려지고 있다. 그에 따른 시청자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전작 <힐러>에서보다 더 강력해진 액션 연기가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셈.
“<힐러>와 비슷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작품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걱정을 놓았죠. 오히려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남자다운 모습, 감정적으로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윤아와의 케미도 화제다. 인공호흡 신은 방송 직후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 씩씩한 지창욱과 밝은 에너지의 윤아가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안방극장 너머까지 전해지고 있다.

“호흡이 좋아요. ‘투윤아’로 불리는 송윤아 선배님과도 케미가 장난 아닙니다.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해요. 그래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윤아 씨는 되게 밝은 사람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에게 에너지를 주는 배우죠.

이 작품을 하면서 윤아 씨가 연기에 욕심이 많은 배우라는 걸 알게 됐어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THE K2>는 일본에 판권이 판매되며 한류 스타 지창욱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그는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연기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매 순간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꿈속에서도 고민한다고 했다.
“<웃어라 동해야>를 할 때였어요. 제 연기에 대해 좌절하게 됐죠. 나는 안 되나 보다, 나는 재능이 없나 보다….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때 김유석 형님이 제게 해준 얘기가 큰 힘이 됐죠. ‘재능 있는 배우는 없다. 노력하면 다 된다’라고요. 맞아요. 재능은 제가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창욱은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게 성장한 듯 보인다. 작품마다 흥행했고, 덕분에 그는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가 된 그는 최근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여유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애기가 이렇게 컸구나 싶어요. 함께 연기했던 수많은 선배를 지켜보고 경험하면서 ‘진실되게 연기하자’는 연기 철학도 생겼어요. 다만 유연하게 변하고 싶을 뿐이에요.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고요.”

지창욱은 인기 아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삶을 즐기는 배우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너머 일본, 중국을 호령하는 한류 스타가 된 지금도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고 노력을 당연시한다. 팬들이 보내는 관심의 소중함을 충분히 아는 배우 지창욱. 그와의 한강 데이트는 이렇게 끝났다.

“삶에는 계기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모난 돌멩이가 오랜 세월 동안 강물에 휩쓸리면서 둥그렇게 바뀌듯 저도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변화하는 점들이 이어져 지금의 제가 만들어진 것이고요. 어떤 계기나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아 바뀐 건 없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을 거예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창욱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제공
글로리어스엔터테인먼트
2016년 11월호
2016년 11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제공
글로리어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