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펀치>에서 김래원의 후배 검사 ‘최연진’으로 나왔던 서지혜를 눈여겨본 기자는 <질투의 화신> 속 ‘홍혜원’이 낯설지 않다. 뚝심 있는 의리녀 ‘최연진’에게 시크한 매력을 더하면 비로소 ‘홍혜원’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출연 분량은 적지만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조정석과 공효진, 고경표의 삼각관계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다. 특히 “삐~~~”로 표현되는 욕설이 섞인 화려한 대사는 그야말로 걸 크러시 캐릭터다.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선배 아나운서에게 “나랑 술 한잔하자”라고 직구를 날리는 모습, 술김에 고백하는 남자에게 “너 내가 누군지는 아니?”라고 되묻는 모습이 통쾌했다. 외모와 스펙은 화려하지만 늘 여주인공에게 막판 역전극을 당하던 통속적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상반되는 캐릭터를 입은 서지혜가 누구보다 반갑다.
실제로 만나본 서지혜는 예뻤다. 화려한 듯 수수한 외모도 예쁘지만 무엇보다도 친절한 성품이 그녀를 더욱 빛나게 했다. 잠이 부족해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밝게 웃어 보이는 프로페셔널한 서지혜에게 빠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피곤해 보여요.
드라마 촬영과 각종 화보 촬영, 예능 프로그램까지 연달아 하다 보니 잠이 부족해요. 그래도 피곤한 티를 안 내려고 하는데 티 나나요? 피곤해 보이면 사람들이 불편해할 텐데….
화보 촬영 후 <런닝맨> 촬영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김준현 씨와 샤이니 민호 씨, 양세찬 씨 등과 촬영을 했어요.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신없었지만 재미있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 경험이 거의 없어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함께한 분들이 워낙 베테랑인 데다 잘 챙겨주셔서 기분 좋게 마칠 수 있었어요. 방송에서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네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완전히 저를 놓고 촬영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연기와는 또 다른 분야잖아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두려움이 있었어요. 즐기면서 할 수 없을 것 같아 피했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 같아요. <런닝맨>을 계기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질투의 화신> 속 캐릭터가 걸 크러시라 좋아요.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때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아요. 시청률도 좋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아 신나게 촬영하고 있어요.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저는 촬영 분량이 적어 편하게 찍고 있죠. 미안할 정도로요.
어떤 매력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온 캐릭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좋았어요. 캐스팅 후 작가님과 회의를 하는데 털털하고 시크한 제 본래 성격을 반영해주신다고 하셨죠. 제가 새침데기처럼 생겼어도 실제 성격은 남자같거든요.(웃음)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재미있었고, 독특한 느낌의 대본도 좋았어요.
실제 서지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나요?
그렇다고 제가 막 욕을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물론 가끔 하긴 하지만.(웃음) 전체적인 분위기는 많이 비슷해요. 드라마 속 캐릭터니까 좀 더 극대화됐을 뿐이죠.
어떻게 극대화됐나요?
‘홍혜원’은 남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여자예요.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고, 해야만 하는 일은 직진하고 보는 스타일이죠. 그런 점을 부각시키려고 했어요.
털털한 여성 캐릭터에 더 끌리나 봐요.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해 그동안 정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왔어요. 이제는 몸을 좀 쓰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기도 해요. 털털한, 상남자스러운. 액션도 좋고요.
털털하면서도 싫은 소리는 잘 못 하는 성격일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는 싫은 소리를 너무 해서 문제예요.(웃음) 제가 생각할 때 아니다 싶은 건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죠. 그런 점도 제가 맡은 캐릭터와 비슷하네요.
이번 작품이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뭔가요?
여행 가고 싶어요. 방송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계획을 짜고 있을 정도로 여행 갈증이 심하죠. 날씨가 쌀쌀해지니까 따뜻한 나라로 떠날 거예요. 국내 여행도 계획 중이고요.
국내에도 좋은 여행지가 많죠.
맞아요. 오히려 해외보다 더 좋은 곳도 많아요. 특히 제주도를 좋아해요. 일 년에 한 번씩은 제주도 여행을 가는 것 같아요.
여행광이었군요.
머리가 복잡할 때, 쉬고 싶을 때, 훌쩍 떠나는 여행을 좋아해요. 직업 특성상 스케줄이 있을 땐 여행을 엄두도 못 내기 때문에 틈만 나면 떠나죠. 주변에 결혼한 친구가 많아 더 쉽지 않아요. 짬이 생기면 제가 주도해 스케줄 맞는 친구들을 소집해서 떠나요.
많이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라 살이 찌지 않나 봐요.
사실 엄청 노력하는 편이에요. 운동을 조금만 쉬어도 살이 금방 찌는 스타일이거든요. 쉴 때는 하루 종일 운동할 정도죠. 예전에는 복싱이나 웨이트트레이닝 등 다양한 운동을 했는데 가장 잘 맞는 운동은 필라테스예요. 잔근육을 만들어주는 운동이라 좋아요. 식단 관리는 필수예요. 어떤 때는 두부만 먹기도 하고 샐러드만 먹을 때도 있죠.
홈케어를 꼼꼼히 하는 편이에요. 물을 많이 마시고 깨끗하게 씻죠.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웃음) 때론 피부과에서 관리를 받기도 해요. 아무래도 보여주는 직업이다 보니까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죠.
늘 관리하고, 긴장해야 하는 직업이라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니까 불편한 점이 있죠. 여배우니까 이미지도 관리해야 할 것 같고, 술도 편히 못 마실 것 같고, 사생활이 오픈되면 안 될 것 같고….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언제부턴가 부담감을 내려놓으면서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어떤 부담감이었죠?
20대 때 데뷔해 쉬지 않고 일했어요.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미친 듯 달려왔죠. 그게 스스로를 더 가두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몰랐어요.
지금은 많이 내려놓았나요?
그때에 비하면 나이도 들었고, ‘뭐 어때? 내 삶인데!’라고 생각하니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사라졌죠. 내가 재미있어 시작한 일이니까, 성공을 위해 달려가기보다는 즐기면서 해보자 하는 마인드로 바뀌었어요.
그렇게 변화하게 된 시기가 언제쯤인가요?
20대 중·후반에 2년 정도 쉬었어요. 다시 일을 하려는데 저와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이 저만큼 멀리 가 있더라고요. 그때 마음을 다잡았죠. ‘다시 시작해보자. 즐기면서 해보자’라고요.
그런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뭘까요?
저 자신이죠. 결국 모든 게 저로 인해 일어나고, 저로 인해 마무리되더라고요. 내가 부족해서, 내가 열심히 안 해서,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다 보니까 변한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어요?
어떻게 보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진짜 저의 모습을 연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주변에 사람이 많은 편이에요?
저는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기보단 몇몇 사람을 깊게 만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 친구들을 아직도 만나고, 스타일리스트도 10년 넘게 같이 해온 언니예요. 한 번 맺은 인연은 오래 지속하려고 하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기대는 없나요?
기대도 없지만 두려움도 없어요. 예전에는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렇게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했는데, 지금은 ‘내가 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내가 진실로 대하면 상대방도 진실해지는 것 같아요.
연애할 때도 주는 편인가요?
그런 편이에요. 애교가 많지 않아 보통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친구의 모습은 아니죠.(웃음) 근데 온 마음 다해서 사랑해요. 다 퍼주는 스타일이랄까. 받았을 때보다 줄 때의 기쁨이 더 큰 것 같아요. 아, 모르겠어요. 연애가 제일 어려워요.(웃음)
꿈꾸는 가정의 모습이 있나요?
솔직히 없어요.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하고 싶겠지만 아직 그런 사람을 못 만나선지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묵묵히, 열심히 하는 배우요. 사람들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제가 가야 할 길을 걸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말을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평가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서지혜 씨를 보게 될까요?
<질투의 화신>이 끝나면 당분간은 쉴 계획이에요. 내년 여름쯤에 다시 돌아올게요. 영화 욕심도 있는데 인연이 닿지 않네요. 다음 작품은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