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훈훈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정우성, 이정재, 하정우 그리고 배성우가 함께 불토를 보냈다. 이 ‘불토’ 회동이 의미 있는 건, 이미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세 명의 배우와 영입 ‘대상’인 배성우가 소속사 계약 공식 발표에 앞서 가진 회사 간판들의 회식 자리였기 때문이다. 함께 의기투합한 자리인 만큼 술자리는 화기애애했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 4명이 한솥밥을 먹는 것도, 자연스러운 그들의 모습을 한 앵글에 담는 것도, 이래저래 훈훈한 현장이었다.
그들이 만난 곳은 서울 청담동의 한 일식집. TV 맛집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소개될 만큼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는 곳이다. 탄탄한 명성을 쌓아온 배재훈 셰프가 메인 셰프로 있으며, 최근 강남에 불고 있는 ‘갓포’ 열풍의 자타 공인 시발점이다. 이곳은 이미 3호점까지 냈을 만큼 미식가들의 아지트다. ‘갓포’는 칼과 불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조리사를 의미한다. 갓포 전문 요리사가 만든 고급 요리를 ‘갓포 요리’라고 하는 것. 한마디로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고급 요리인 셈. 대부분의 안주도 칼로리가 높은 것보다는 저열량이 많다. 자기 관리가 필수인 톱스타에게는 제격인 안주인 셈.
이들은 4시간가량 술자리를 가졌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주변을 의식해 룸이 있는 우아한 술집이나 집에서 동료 연예인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는 여자 연예인들과는 또 다른 모습. 덕분에 주변 사람들 역시 그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안구가 정화되는 훈훈한(?) 토요일을 보냈다.
정우성과 이정재는 알려진 바와 같이 1973년생 동갑내기. 배성우는 한 살 많은 1972년생이다. 하정우는 1978년생으로 네 사람 중 막내뻘이다. 모두 70년대에 태어난 것 외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이들의 회동은 자정쯤 마무리됐다. 자리를 정리한 그들은 5분가량 술집 앞에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호탕한 이정재의 웃음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정우성과 배성우는 과묵한 편이었고, 하정우는 형들을 살뜰히 챙기는 ‘막내다운’ 모습. 이후 이들은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 2대로 이동했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인지라 매니저와 차도 공유하는 사이가 된 것.
훈훈하고도 의미 있는 회동
앞서 말했듯 이들의 회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배성우가 세 명의 톱 배우와 한솥밥을 먹게 된 것. 정우성과 이정재, 하정우는 모두 아티스트컴퍼니 소속 배우이고, 배성우는 회동 후 보름 뒤인 지난 4월 4일 아티스트컴퍼니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티스트컴퍼니는 정우성과 이정재가 차린 소속사로, 두 사람이 공동대표로 있다. ‘충무로 다작 배우’로 유명한 배성우는 최근 정우성과 함께 영화 <더 킹>에 출연하면서 친분을 쌓아 아티스트컴퍼니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작 배우에서 대세 배우로 거듭난 배성우는 지난 1월 개봉한 <더 킹>에서는 검사 ‘양동철’을 맡아 정우성, 조인성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최종 관객 수 5백31만 명을 동원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당시 아티스트컴퍼니 측은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오랜 시간 동안 차곡차곡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온 뚝심 있는 배성우와 함께하게 돼 매우 든든하고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그를 형용하는 수식어가 아직 무한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진가가 더욱 빛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으로 서포트하겠다. 앞으로 아티스트컴퍼니와 함께할 배성우 배우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한 배성우는 대학로 무대에서 활동하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집으로 가는 길> <뷰티 인사이드> <베테랑> <내부자들> <사랑하기 때문에> <오피스> <더 폰> <더 킹> 등 다양한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충무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아티스트컴퍼니에는 정우성, 이정재, 배성우, 하정우를 비롯해 염정아, 이솜, 김의성, 고아라 등이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