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학부 교수, 자신의 이름 걸고 지은 ‘최초의’ 집
한적한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고벽돌로 쌓아 만든 집. 뒤에서 보면 벽돌로만 쌓은 벽에 창문이 하나도 없고 지붕도 없어 마치 ‘고성(古城)’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집은 경일대학교 디자인학부 김대성(47세) 교수가 아내인 디자인 컴퍼니 ‘세컨드 아미(SECOND AMIE)’의 이경숙(34세) 대표와 아들 우인(9세)이를 위해 2년 전 지은 집이다.
대지 면적 165.29㎡(50평), 건축 면적 94.8㎡(28평)의 3층 구조로 1층은 김대성 교수와 이경숙 대표의 작업실, 2층은 거실과 주방이 있는 가족의 공용 공간, 3층은 침실과 테라스 정원이 있는 공간이다.
“결혼 후 줄곧 아파트에 살면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따로 운영하고 있었어요. 집과 사무실을 합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아이가 남자아이라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정원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아파트에 살 때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좀 받았어요. 생활은 편했지만 삶의 양식이 틀에 갇힌 것 같아 ‘닭장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누누이 생각했어요.”
김대성 교수는 프랑스 유학 생활 중에 건축 회사에 다녔고 한국에 돌아와 계원예대에서 ‘전시 디자인’이라는 과목을 강의하면서 건축 분야에 경험을 쌓은 만큼 ‘집짓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가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한 곳은 경기도 광명시 밤일마을. 주변에 산도 있고 교통도 편리해 조건이 딱 마음에 들었다.
“주변 환경은 좋았는데 문제는 규제가 너무 많았어요. 외부 마감재를 세 가지 이상의 소재로 완성해야 하고 박공지붕 형태로 지어야 하며, 지붕의 이상적인 각도까지 정해져 있더라고요.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광명시청에 가서 많이 싸웠어요. 여러 차례 다니면서 시간이 너무 지체되다 보니 담판을 내야겠더라고요.
결국 ‘내 직업이 대학에서 디자인 강의를 하는 사람이니 무조건 책임을 지겠다’고 큰소리를 쳤죠. 다행히 얘기가 잘 돼서 제가 꿈꾸던 집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웃음)”
중국 옛 성터의 벽돌로 외벽부터 지붕까지 조적해 만든 것이 A4 하우스의 특색이며 여러 건축가와 건축사무소에서 이 집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벽하고 지붕이 쭉 이어지는 형태다 보니 비나 눈이 오면 벽을 타고 흘러내리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지붕 끝에 벽돌이 1cm 정도 나와 있고 방수 처리도 해서 그런 일은 전혀 생기지 않죠. 벽돌을 그대로 조적해 만든 지붕은 남쪽에 태양광 시스템을 매립했어요. 시공 전문가들도 안 해본 작업이라 여러 번 실패를 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김 교수의 열정과 진심으로 한국 최초의 지붕 없는 집이 완성되었다.
디자인의 디테일
‘생활하는 사람에 따라 변화하는 집’. 김대성 교수가 원했던 A4 하우스의 콘셉트다. “A4 용지처럼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되 생활하는 사람의 동선과 편리성에 맞춘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어요. 먼저, 2층 주방은 스튜디오 느낌으로 공간을 넓게 사용하되 중앙에 큰 아일랜드 조리대를 두었어요.가족과 대면하는 디자인이자 아일랜드 조리대 상판에 칼 수납함이나 쓰레기통,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을 매입해 편리한 동선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주방 브랜드의 쇼룸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이 주방은 김대성 교수가 2005년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키친전>의 일부를 그대로 가져온 모습이다. 작은 디자인 하나가 삶을 더 편리하고 즐겁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3층 부부의 침실은 침대 하나로 꽉 채워지는 공간이지만 층고를 높게 하고 박공지붕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덕분에 공간감이 살았다.
“침대 옆쪽에 작은 방이 하나 더 있어요.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드레스 룸이 나오는데 평소에 문을 닫아두면 그냥 벽 같아요. 집 곳곳에 걸린 조명도 모두 제가 만든 작품을 그대로 달았어요. 집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 집을 짓기 시작할 때 골조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요소를 디테일하게 구상했어요. 그 덕에 생활하기 편한 심플한 집이 완성된 것 같아요.”
최대한 디자인을 배제해 생활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변화하는 A4 하우스는 김대성·이경숙 부부가 꿈꿔온 집을 완벽하게 실현한 결과물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삶의 공간
“대지가 도심에 있어 잔디가 있는 너른 정원이라든지 큰 통창을 낼 수 없었어요. 정원을 내지 않는 대신 3층에 데크를 깔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야외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죠. 캠핑이나 가든파티를 하기에도 좋아요.”
집을 짓고 나서 손님 초대가 잦아졌다는 김대성·이경숙 부부. 사람 붐비는 야외 장소가 아닌 프라이빗하게 확보된 공간에서 자유로운 테라스 라이프를 즐기면서 삶이 더욱 즐거워졌다. 더구나 3층 주거 공간과 테라스 바닥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어 옥상의 낭만도 덤으로 얻었다. “특히 겨울에 더욱 옥상의 매력을 느껴요.
아파트에서 살 때는 우인이와 놀이터에 눈사람을 만들어놓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부수고 갔어요. 몇 시간도 못 갔죠. 여기에선 눈사람이 오래 한자리를 지키잖아요. 우인이가 눈사람 춥겠다고 목도리도 해주고 안경도 씌워주고 그래요.(웃음)”
김대성·이경숙 부부가 디자이너다 보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디자인 분야에 일찍 눈을 뜬 편이다.
“일상에서 ‘디자인’이나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아이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요. 지금 여름방학 기간이라 캐나다에 사시는 할아버지·할머니 댁에 갔는데 거기서도 아이디어를 내더라고요.
아이스바 모양 수납함은 모양도 귀엽지만 손잡이도 있고 움푹 파인 부분에 자잘한 문구류를 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죠. 9월에 열리는 파리 메종&오브제에 저희 부부가 참여하는데 그때 우인이의 아이스바 모양 수납함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1층 작업실에는 김 교수의 아버지이자 도예가인 김정홍 선생이 물려준 가마와 물레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 작품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가마와 물레를 이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작업실 한쪽 벽면에는 집의 콘셉트이기도 한 A4 용지에 초침만 달아 그저 블랙 테이프로 툭툭 붙였는데 인테리어 오브제로 손색없다.
무엇 하나 허투루 꾸민 건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하게 치장하지 않아 더욱 멋스러운 A4 하우스. 집 안 곳곳에 스며든 디자인 감성과 모티브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해 매일 주중 아침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SBS 간판 정보 방송 <좋은아침>의 목요일 섹션 프로그램. 2015년 1월, 시즌 1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아침 9시 10분에 방영된다. ‘하.우.스’는 ‘하나뿐인 우리 집 스토리’의 줄임말로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도심 속 자투리땅을 찾는 노하우부터 노후한 집을 개조하는 방법, 집짓기, 최신 인테리어 스타일 등 요즘 주거 트렌드와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