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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김희애 스타일리스트가 알려주는 김희애의 스타일 공식

너무 완벽한 여자한테는 질투도 안 나는 법이다.

On September 21, 2016

김희애가 돌아왔다. SBS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서 그녀는 46살의 유능한 드라마국 PD를 맡아 연기한다. 배우 못지않게 아름답고 유능하며 인간적인 매력까지 갖춘 캐릭터다. 그런 완벽한 여자가 어디 있느냐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희애야말로 모든 걸 갖춘 원조 엄친딸 아니던가.

심지어 이 드라마에서 김희애는 옷도 잘 입는다. 인터넷 검색창에 ‘김희애’라고 치기만 해도 ‘김희애 드라마 패션’이라고 검색어가 자동 완성될 정도다. 그녀가 입은 레트로 룩의 원피스부터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블라우스, 하다못해 청소할 때 입었던 캐주얼 룩까지 모든 옷의 브랜드와 가격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김희애의 패션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출연한 모든 작품에서 그녀는 늘 패셔너블했고 연기는 완벽했다. 기자는 지금도 2003년에 방영된 KBS2 드라마 <아내>에서 김희애가 보여준 연기와 의상을 기억한다.

행방불명된 남편을 7년째 오매불망 기다리는 아내. 장남인 남편을 대신해 시댁의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세상에 다시없을 며느리. 자신의 사업에 성공해 의류업체 이사라는 직함을 가진 유능한 여성.

예쁜 딸(문근영 분)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멋진 엄마, 심지어 그녀를 짝사랑하는 ‘남자사람친구(정보석 분)’를 곁에 두고 있는 ‘사기 캐릭터’. 김희애가 아니었다면 그 캐릭터는 현실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빨간색 코트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세팅한 머리를 정갈하게 늘어뜨린 김희애의 모습을 보고 당시 많은 럭셔리 브랜드는 30대 여성의 원숙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롤 모델을 발견했다.

남자들의 이상형을 연기하던 김희애가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SBS <내 남자의 여자>는 또 어땠나. 친구(배종옥 분)의 남편(김상중 분)을 빼앗는 매력적인 악녀로 변신한 김희애는 드라마 방영 내내 화려한 명품 브랜드의 의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루이비통의 프린트 드레스, 토즈 토트백, 끌로에 카디건, 입생로랑의 빨간 원피스까지, 전례없이 많은 해외 명품 브랜드가 기꺼이 김희애에게 협찬 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그리고 김희애의 필모그래피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 JTBC <밀회>에서 그녀는 한 번 더 만개한다. 상류사회에 입성하고자 하는 욕심, 수모를 견디며 거짓 인생을 살아야 하는 자신에 대한 자조, 인생 처음으로 만난 진짜 사랑에 흔들리는 여심까지.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이 역할을 그녀는 우아하고도 손쉽게 해냈다. 김희애는 <밀회>에서 단정한 펜슬 스커트를 입었고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20살이나 어린 유아인과 함께 서로를 응시할 때, 우리는 그 모습에서 성적 긴장감을 느꼈다. ‘저런 여자라면 엄마뻘이라도 사랑할 수 있고 말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보적으로 아름답고 유능한 배우가 되기까지, 김희애에게 공백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른 살에 한 남자의 아내가 된 그녀는 한동안 아내이자 엄마로만 살았다. 그럼에도 운동을 쉰 적은 없었다고 한다. 20년간 꾸준히 집에서 사이클을 타며 운동하고 생수병을 활용해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한 결과, 30년간 49kg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자기 관리를 잘하고 아름다우며,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는 많다. 하지만 김희애가 특별한 것은 그녀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아해 보이는 그녀가 “화를 내지 않고 사내 녀석 둘을 키우기란 정말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므로.

김수현 작가의 말처럼 ‘차돌에 참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매끈하고 완벽했던 김희애의 의외로 허술한 모습을 발견할 때, 우리는 김희애에게 더욱 빠져든다. “20~30대 때는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연기했다. 40대가 되니 너무 좋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80대까지 연기하고 싶다”며 웃는 김희애를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근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을 보면서 한 번 더 김희애에게 빠진 장면이 있다. 집에 돌아온 그녀가 검정색 슬립을 입고 거울을 보며 “나,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장면이다. 혹시 그때 김희애의 몸을 자세히 보았는지? 군살 하나 없는데 볼륨까지 갖춘 그녀의 몸은 웬만한 20대 여배우를 능가하는 섹시함이 흘러넘쳤다. 배우, 아내,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는 틈틈이 실천하는 생활형 운동의 결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언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진짜 끝내줘요”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50대가 되고 60대가 돼도 김희애는 ‘끝내줄 것’ 같다.
 

최아름 실장 (인트렌드)

김희애 스타일리스트에게 물었다

드라마 속 김희애의 패션이 조명 받고 있다. 스타일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골드미스’인 여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목표다. 나이가 들면 패션에 제약이 있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조금씩 비껴가는 스타일링을 하려고 한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여자가 스타일링도 센스 있게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특별한 아이템은?
초반에는 도시적인 오피스 룩을 보여줬다. 펜슬 스커트, 몸에 붙는 미니스커트부터 시작해 PD가 현장에서 입을 법한 실용적이지만 멋스러운 점퍼 등을 매치했다. 극 중 김희애가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전원으로 이사를 간 후로는 의상이 좀 더 캐주얼해졌다. 티셔츠를 레이어링한다거나 핫팬츠를 입는 등 자유분방한 느낌을 강조했다.

배우와도 스타일링에 대해 의논하는지?

김희애 씨는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옷이 불편하면 감정이 살지 않고 장면의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배우의 피드백을 귀담아 듣는다.

극 중 김희애처럼 스타일링하는 팁이 있다면?
가장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은 상의는 루스하게, 하의는 몸에 붙게 코디하는 것이다.
그 반대로 상의가 타이트하면 하의를 풍성하게 입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밸런스를 맞춰 코디하면 우아해 보인다. 특별히 많이 활용하는 브랜드는 없다. 고가의 의상부터 스파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앞으로는 어떤 룩을 선보일 예정인지?
김희애 씨는 앞으로 두 남자(지진희, 곽시양) 사이에서 사랑의 줄타기를 할 예정이다. 애정 씬에서는 연하남 곽시양 씨와 함께할 때는 자유분방하면서도 고혹적인 골드미스 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시에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한 프로의 패션을 보여줄 것이다. 뻔한 오피스 룩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다. 

CREDIT INFO
취재
정지혜 기자
사진
SBS 제공
2016년 09월호
2016년 09월호
취재
정지혜 기자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