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문화 콘텐츠 기획이라는 일이 사실 생소한데요. 어떤 일이고,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다양한 문화 콘텐츠 영역 중에서 저는 백화점에 소속되어 고객들에게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기획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기획은 각 시즌 이벤트와 인문학 강좌, 전시, 공연 등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 기획과 센터 운영을 통해 많은 고객이 백화점에 방문하여 양질의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마케팅 영역이기도 합니다. 저의 첫 직업은 라디오 작가였어요. 함께 일했던 담당 CP분이 기획 쪽에 소질 있다며 PD 업무를 권했던 걸 계기로 열정을 갖고 영국에서 미디어로 유명한 런던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유럽 각지를 다니며 몸소 체험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근간으로 국내의 많은 대중과 직접 호흡하며 그들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귀국 후 문화센터 본사에 입사했고, 전 직장 상사이자 롤모델인 백성혜 대표님을 만나면서 저만의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대중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게 즐거웠던 제게 딱 맞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Q 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먼저 제가 듣고 싶은 강좌인지 생각해보고 콘텐츠의 영향을 받는 대중의 입장에서 아이템을 찾습니다. 아무리 유행하는 콘텐츠라 하더라도 기획자가 관심 없는 분야면 열의를 가지고 기획한 강좌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분기별 기획 방향을 잡고 어떠한 문화 콘텐츠로 많은 대중을 집객할 것인가 고민합니다.
문화 콘텐츠 자체는 다양하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표현하고 마케팅적인 요소를 연결시키는 것이 유통업체 문화센터에서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평소 틈날 때마다 강사와 회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콘텐츠를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모든 것은 담당자의 끊임없는 관심과 현장과 원활한 소통이 어우러져야 기획에 잘 반영될 수 있기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Q 기획한 콘텐츠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콘텐츠는 어떤 건가요?
2014년도에 ‘아빠 어디가’라는 캠핑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기 1년 전, 업계 최초로 캠핑 체험 강좌를 시도했는데 소위 말해 대박이 났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월 1회 강좌가 공개되기 무섭게 연이은 마감으로 월 4회로 계획보다 총 4배 가까이 증설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었으니까요. 더불어 프렌디라는 친구 같은 아빠 콘셉트로, 유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던 남성 고객을 자연스럽게 문화센터에 많이 유입할 수 있어 전년 대비 58%의 증가율을 보여 매출 증대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Q 좋은 콘텐츠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집에서 가까운 문화센터에서 제공하는 브로셔를 보면 기획자들이 가장 공들여 구성하는 기획 페이지가 앞쪽에 몰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구성상 여러 페이지에 포진되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분기별 주요 강좌들은 다 10P 이내에 있어요. 이 프로그램들은 회원들의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참가비는 저렴하지만, 평소 만나기 힘든 높은 수준의 강사진과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기에 시간이 되신다면 꼭 참석하길 추천해 드립니다.
Q 문화 콘텐츠 기획자로서 보람도 있고 힘든 일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보람되고 힘든가요?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강의 경험은 전무하지만 역량을 충분히 갖춘 각 분야 전문가를 강사로 발굴하여 왕성한 활동 모습을 지켜볼 때입니다. 더불어 꼭 만나 뵙고 싶었던 명사들의 명강의를 직접 듣고 대화를 나눌 때뿐만 아니라, 협업 관계에 있는 기관 담당자들이 저를 통해서만 이쪽 분야의 업무를 진행하겠다고 하는 분이 늘수록 ‘노력은 헛되지 않다’라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제는 어떠한 아이템을 던져줘도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자신 있지만, 이 일은 10년, 20년 이상의 연차가 쌓여도 같은 프로세스가 존재하기에 업무량이 줄지 않아 늘 피곤함을 달고 살아야 하는 점이 고되게 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궁금합니다.
문화 콘텐츠 기획자는 늘 일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야 합니다. 삶 자체가 즐거운 문화예술의 소재 거리로 보인다면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일상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더불어 즐겁게 살아가는 일, 그게 바로 문화 콘텐츠 기획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문화를 통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가치관까지 바뀔 만큼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문화생활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 지역에 자리 잡고 마흔이 되기 전에 작은 문화예술 공간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어느 공간이든 악기 하나 혹은 연필 하나만 가지고도 무대 공연장과 예술 공간이 되듯, 사실 문화생활은 거창한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그런 경험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삶을 좀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데 미력하게나마 일조하기 위해 5년 안에 꼭 저의 꿈을 발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