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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빈&양세형, 친해지는 중입니다.

두 남자는 “우리 친해요”라는 말 대신 “맞춰가는 중” 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의 라디오가 더 궁금해졌다.

On July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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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빈과 양세형이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 <투맨쇼>를 진행한다고 들었을 때 의외의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남자 개그맨이지만, 둘의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윤형빈은 진중하고 양세형은 재기발랄하다. 화보 촬영장에서도 스타일의 차이는 확연했다. 100m 전방에서부터 “안녕하세요”를 연발하며 들어온 윤형빈은 “제가 어제 점을 뺐는데 사진 작업하실 때 번거로우셔서 어쩌죠?”라며 첫 인사를 건넨 후 기자가 요구하는 모든 포즈를 정성껏 수행했다. 반면 양세형은 조용히 쓰윽 들어와 메이크업을 받은 뒤 포토그래퍼의 설명을 듣고 하고 싶은 대로 노는데 결과물이 제법 신통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형빈 형이랑은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얼굴 알고 인사하는 정도? 같이 하던 코미디 코너도 반응이 썩 좋지 않아 금방 접은 적이 있고요.(웃음) 그런데 막상 호흡을 맞춰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워낙 생각 없이 방방 뛰는데 그걸 형빈 형이 잘 잡아주거든요.” (양세형)

“세형이와 함께 라디오를 진행하게 됐다고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스타일이 다르니 오히려 괜찮겠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서로 호흡을 잘 맞춰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세형이는 최전방 공격수고 저는 미드필더형 수비수거든요. 세형이는 훌륭한 스트라이커처럼 대박 멘트를 빵빵 터뜨리는 스타일이고 저는 마치 골을 배분하는 미드필더처럼 상황을 잘 정리하고요.(윤형빈)

두 남자 모두 라디오의 메인 DJ는 처음이다. 첫 녹음하던 날의 설렘과 긴장을 두 사람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말도 마세요. 엄청 긴장해서 작가분들이 컴퓨터 모니터에 멘트 띄워주시는 것만 뚫어지게 쳐다보았죠. 실수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노래 들어야 하는데 ‘광고 들으시죠’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청취자분들이 실수하면 하는 대로 재밌게, 귀엽게 봐주시는 거예요.” (윤형빈)

“첫 방송을 하는데 손에 땀이 어찌나 나던지요. 긴장하면 저도 모르게 목을 무리하게 써서 말하는 스타일이라 첫 방송 후 이틀 동안 목이 완전히 쉬어 있었어요. 원래 발음이 유창한 편은 아니라서 발음 실수도 많이 했고요. 떠드는 건 잘하는데 정리가 안 돼 멘트 치다가 결국 내용이 뒤죽박죽 섞이며 산으로 간 적도 여러 번이죠. 가장 큰 실수는 시간을 놓쳐 광고를 못 읽은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얼마 전에는 신청곡이 나오는 사이 형빈 형이 화장실에 갔는데 제시간에 안 돌아와서 저 혼자 진행했어요. 청취자와 함께 형빈 형이 언제쯤 돌아올 것인지 대화하면서 말이죠.” (양세형)
 

녹음 부스 안에서 두 남자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친해지는 중이다. 술자리 한번 가지면서 친해지는 건 어떠냐고 물으니 양세형이 고개를 젓는다.
“말도 마세요. 안 그래도 형을 비롯한 라디오 팀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술자리를 제가 추진했어요. 근데 약속했던 날에 비가 오는 거예요. 아시죠? 비가 내리면 술맛이 더 좋은 거. ‘내가 날을 제대로 잡았구나’ 하며 흐뭇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형빈 형을 비롯해 다른 작가들한테서 연락이 오는 거예요. 비 오니까 다른 날 마시자면서요. 다들 술을 안 마시니까 빗소리 들으며 한잔하는 묘미를 모르는 거죠!” (양세형)

“세형이에게 그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술을 잘 마시지 않아 잘 몰랐네요. 회식 날 비가 와서 아쉽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지요. 얼른 날을 다시 잡아야겠어요. 그날은 비가 오든 안 오든 꼭 추진하는 걸로!” (윤형빈)

이렇듯 다른 두 남자가 만들어내는 라디오는 어떨까? 청취자의 반응은 제법 좋다. 안 어울릴 줄 알았던 두 남자의 호흡이 제법 잘 맞는다며 칭찬 일색이다. 종종 실수할 때마다 “괜찮아, 그래도 재미있으니까”라고 격려하는 나이 지긋한 팬들도 있다고.
“제 생각에 <투맨쇼>의 가장 큰 차별점은 ‘막 하는 것’에서 나오는 재미인 것 같아요. 라디오 프로그램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거나,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농담 따먹기’거든요.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툭 던지는 애드리브에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투맨쇼>만의 장점이라 생각해요.” (윤형빈)

“맞아요. 마치 고등학교 점심시간에 방송반 애들이 방송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형이나 저나 어렵고 유식한 말을 잘 못해요. 재미있게 놀다 너무 시끄러워지면 그냥 청취자분들에게 죄송하다고 해요. 그러면 청취자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이젠 청취자분들이 가족 같다니까요.” (양세형)

독특한 매력을 지닌 두 DJ만큼이나 <투맨쇼>의 청취자들도 “범상치 않은 분이 많다”라고 두 남자는 입을 모은다.
“저희 코너 중에 ‘대놓고 노래방’이라는 게 있어요. 공공장소에서도 창피함을 무릅쓰고 대놓고 노래를 하는 코너죠. 설명만 들어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전에 부산에서 전화 주신 어느 청취자분은 저희랑 통화하며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길에서 만난 행인에게 전화를 건네셨어요. 그 행인분이나 저희나 똑같이 당황했죠. 한 청취자분은 회사 복도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상사와 마주쳐 전전긍긍하기도 했고요. 또 어떤 분은 관악산에서 노래를 하셨는데 저 멀리서 까마귀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윤형빈)

“‘대놓고 노래하기’가 쉽지 않은 미션이다 보니, 거기 도전하는 청취자들은 아무래도 독특한 분이 많더라고요. 제가 야심차게 밀고 있는 코너는 ‘사연공장공장장’이에요. 재미없는 사연이라도 살려주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진행하는데 장도연씨와 제 동생 양세찬씨가 함께합니다. 원래 라디오 잘 안 하는 친구들을 게스트로 어렵게 모셨죠.” (양세형)

두 남자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재미있던 사연과 기억에 남는 청취자들을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그들을 보니, 하루하루 라디오의 매력에 빠져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라디오를 알아갈수록 최첨단 매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 진행하는 데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데 피드백도 바로바로 오잖아요.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쌍방향 소통형 시스템을 아주 오래전부터 갖춰온 거죠. 단언컨대 라디오는 가장 완벽한 미디어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윤형빈)

“온전하게 누군가의 목소리에만 집중한다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인데, 라디오는 목소리를 통해 누군가의 심경을 읽고 위로하는 거잖아요. 게다가 따뜻하고요. 바쁜 일정에 지쳤을 때도 청취자분들과 통화하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양세형)


 

방송계의 대세로 불리는 양세형과, 자신의 이름을 딴 소극장을 운영하며 개그의 지평을 넓히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윤형빈. 두 사람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가 대세라고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언젠가 사라지는 ‘대세’이기보다는 ‘언제나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양세형이고 싶어요. ‘많이들 찾아주시는데 이런 시간이 얼마나 가겠나. 찾아주실 때 열심히,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자’라고 생각하죠.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물어보는 분도 많은데 전혀 아닙니다. 방송국과 집만 왔다 갔다 해도 하루가 다 가거든요. 집에 일찍 들어가면 밤 12시고, 아침에 들어가는 날도 허다해요.”

양세형에게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48시간”이라고 답했다. 아무도 없는 계곡에 가서 잡생각은 비워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채워 돌아오고 싶단다. 컴퓨터로 영화를 다운로드해 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요즘 스케줄로는 어림도 없는 소원인 걸 본인도 잘 안다. “그래서 라디오 프로그램이 더 소중해요. 피곤함을 덜어내는 시간이니까”라고 양세형이 말했다.

바쁘기로 따지면 윤형빈도 그에 못지않다. 5년 전, 부산에 문을 연 코미디 전용 공연장 ‘윤형빈 소극장’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코미디 공연을 시도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그가 더 큰 꿈에 도전한다. 팍팍한 세상에 잠시나마 웃음으로 숨통을 틔워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홍대 코미디 위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7월 1일부터 시작될 이 축제에 참여하는 개그맨 리스트는 ‘무려’ 이경규, 이수근, 김영철이다.

“5년 동안 코미디 공연 사업을 하면서 선배님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과 신인들이 공연을 통해 계속 발굴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공연을 할 수 있는 장 자체가 별로 없어요. 선배님들에게는 직접 관객을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후배들에게는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죠. 감사하게도 개그계의 많은 선배님께서 저의 취지에 공감해 힘을 보태주셨어요.”

홍대 거리의 ‘윤형빈 극장’은 관객들 사이에 좋은 입소문을 타고 있고 ‘코미디 위크’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윤형빈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건 다름 아닌 아내 정경미다.
“경미가 없다면 여기까지 못 왔죠. 아내이기 이전에 개그계의 동료로서 제가 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지원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에요. 밖에서 한창 바쁠 때는 제 생사만 확인하고 그냥 풀어줘요. 제가 집에서 일찍 나갈 때나 늦게 들어올 때나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요. 아들 준이도 요 며칠 못 봤는데 눈에 아른아른하네요.”

윤형빈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개그계 선후배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부담감에 때로 심한 스트레스가 찾아오지만, 그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삶의 활력소라는 믿음으로 달리는 중이다.
“온전히 쉴 수 있는 딱 하루가 주어진다면 가족과 함께 떠날래요. 큰대자로 누워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를 잘 마치고 나면 그간 소홀했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요즘 들어 격투기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바쁜 중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달려가는 두 남자, 그리고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청취자들이 만나는 시간. 윤형빈과 양세형에게 라디오는 또 하나의 스케줄이 아니라 힐링의 공간인 듯했다.
“<투맨쇼>를 맡은 지 3개월이 됐어요. 지금도 여전히 설레고 떨리지만, 이제는 신청곡을 틀고 나서 다음 대본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를 찾아온 방청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편안해진 것 같아요. ‘어디 사세요?’ ‘옆에 남자친구분이랑은 얼마나 만나셨어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고요. 신청곡이 끝나기 10초 전에 여유 있게 부스 안으로 들어가는 저를 보면 스스로 대견해요.(웃음)” (양세형)

“장난으로 ‘우리의 목표는 제2의 컬투쇼’라고 말했는데요, 사실은 그저 청취자분들에게 <투맨쇼>가 부담 없이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그냥 ‘오늘 좀 기분이 처지는데? <투맨쇼>나 들어야겠다’ 하고 무심히 켜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요.” (윤형빈)

인터뷰가 끝나고 생방송을 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두 남자의 뒷모습이 정다웠다.

  • 이달의 라디오 스타
    SBS 러브FM 103.5MHz 
    <윤형빈, 양세형의 투맨쇼> 12시에 만나는 라디오판 톰과제리 
  • (월~금) 낮 12:20~02:00, (토, 일) 낮 12:10~02:00 
  • radio.sbs.co.kr/2manshow/
CREDIT INFO
취재
정지혜 기자
사진
하지영
스타일링
이민아
협찬
익투스옴므 목동점, 레노마, 제이제이듀퐁,브룩스브라더스,VOSTRO
2016년 07월호
2016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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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기자
사진
하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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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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