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오후 3시가 넘은 시각,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나훈아가 들어섰다. 취재진을 피해 법원 옆 검찰청 건물로 몸을 숨겼다가 곧 웃는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적당히 그을린 얼굴, 다부진 몸매에 깔끔한 블랙 정장을 입은 나훈아는 요양원에서 투병을 하고 있다는 그간의 소문이 무색할 만큼 건강해 보였다.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들에게 손가락을 들어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한 뒤 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30분 뒤 그는 소속사 대표와 변호사 팀을 대동하고 정문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와 이혼 조정실로 향했다.
나훈아와 그의 아내 정수경씨가 이혼 소송을 진행한 지는 6년에 이른다. 2011년 8월, 아내 정수경씨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나훈아의 그늘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미국에 거주 중인 정수경씨는 재판 일정에 맞춰 귀국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으나 나훈아는 나타나지 않고 변호인만 출석해왔다. 그러기를 5년째, 드디어 이혼 소송 조정 기일에 모습을 드러냈다. 담당 판사가 나훈아에게 “피하지만 말고 나오라”고 특별히 언급했기에 출석한 것이라고 한다.
조정실의 문이 닫혔다. 나훈아가 오지 않았을 경우 보통 조정은 30~40분 만에 끝나곤 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대기실의 문조차 잠근 채 이들은 긴 시간을 머물렀다. 2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문이 열렸다. 그러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미소 지으며 배를 문질러 보였고, 건강하냐는 질문에는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목소리 좀 들려달라”는 기자의 부탁에도 연신 두 손을 모으며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법원을 나설 때는 기자를 에스코트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나훈아는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취재진에게 손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차에 올라타 양평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나훈아의 여동생 최경혜씨는 인터폰을 통해 “오빠가 오늘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매우 지쳐 있다”고 양해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이혼 조정에는 정수경씨도 참석했다.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에게 “남편이 오늘 나올 줄 예상했나?”라고 질문하니그녀는 몰랐다고 답하며 취재진을 피해 조정실 안으로 들어갔다. 2시간여의 이혼 조정이 끝난 후에도 그녀는 재빠르게 빠져나갔다. 언론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법원에서는
정수경씨 측의 이인철 변호사는 “조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이혼 조정 결과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혼 진행 사항에 대해 비밀을 지키고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판사 측의 전언이 있었다고. 양측은 서로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에 이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상태다. 이들은 6월 초 한 번 더 조정 기일을 갖는다. 나훈아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에 현재 부부의 이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으나 답변은 듣지 못했다.
컴백할까?
나훈아는 당장 무대에 서도 될 만큼 건강해 보였고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는 듯 했다. 변함없는 모습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혹자는 그가 법원에 등장한 것이 혹시 컴백 전 이슈 몰이는 아니냐고 추측했다. 나훈아의 골수팬들은 개인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컴백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올해가 나훈아의 데뷔 50주년인 만큼 컴백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여건이 다 갖추어주어야 무대에 오르는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현재로서는 누구도 컴백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What's the next?
본지는 2012년 5월호를 통해 정수경씨의 이혼 소송을 최초로 보도했다. 정씨는 남편 나훈아와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유지되지 않고 있다며 이혼 의사를 밝혔지만 나훈아 측은 자신의 명백한 잘못이 없으므로 이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나훈아 측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 미국 법원에서 두 사람의 이혼이 인정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유는 한국 법원과 미국 법원의 이혼 성립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 미국의 경우 배우자 가운데 한쪽이 혼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아 결혼 생활이 파탄난 것으로 보일 때 이혼이 이루어지지만, 한국은 혼인관계가 파탄이 났을지라도 한쪽 배우자의 명백한 잘못이 입증되지 않으면 이혼이 성립하지 않는다. 2014년 8월 8일 정씨는 다시 한국을 찾아 두 번째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후 변호사를 몇 번이나 바꾸면서까지 이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 나훈아의 등장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